여자핸드볼, '우생순' 때 태어난 2004년생이 다시 '우생순을 외친다
여자핸드볼, 2004 아테네 올림픽서 '은메달 신화'
젊어진 대표팀…지난 올림픽 출전 선수는 4명뿐
- 안영준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2024 파리 올림픽에 출전하는 한국 여자 핸드볼 대표팀이 젊은 피를 앞세워 다시 '우생순(우리 생애 최고의 순간)'에 도전한다. 우생순의 배경이었던 2004년에 태어난 선수가 이제는 대표팀 일원이 돼 새로운 '우생순'을 외친다.
한국은 지난해 8월 일본에서 열린 파리 올림픽 아시아예선에서 1위로 직행 티켓을 획득, 11회 연속 본선 진출이라는 대업을 일궜다. 파리 올림픽에 참가하는 한국 선수단 중 구기 종목은 여자 핸드볼이 유일하다. 축구, 배구, 농구 등 다른 구기종목이 본선 진출에 실패, 여자 핸드볼에 거는 기대가 더 커졌다.
2000년대 초반까지만 해도 한국 여자 핸드볼은 세계 최강이었다. 1988 서울 대회와 1992 바르셀로나 대회에서 금메달을 땄던 한국은 2004 아테네 대회에서 투혼을 발휘해 은메달을 획득했고, 이 과정이 '우생순'이라는 이름의 영화로 제작될 만큼 많은 화제가 됐다.
하지만 영광의 시대가 계속 이어지진 않았다. 북유럽이 투자를 늘리며 새로운 강자로 떠올랐고 한국은 2008 베이징 대회 동메달을 끝으로 시상대에 서지 못하고 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은 우리나라 구기종목 유일 출전 종목이라는 사명감에 더해 다시 핸드볼 황금기를 만들겠다며 똘똘 뭉쳐있는데, 그 중심에는 2004년생 이혜원(20·부산시설공단)이 있다.
한국 여자 핸드볼이 가장 많은 스포트라이트를 받았던 때 태어났던 선수가 이제는 대표팀 일원이 돼, 다시 그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각오다.
2023년 세계여자청소년대회 베스트7에 선정되는 등 최근 기세가 좋은 이혜원은 "일단 (올림픽이 열리는) 프랑스라는 나라 자체가 너무 매력적"이라고 'MZ세대'다운 소감을 밝히면서도 "나라를 대표할 기회가 주어진 것만으로도 영광이다. 팀에 보탬이 될 수 있도록 열심히 하겠다. 몇 분을 뛰더라도 나를 뽐낼 수 있었으면 좋겠다"는 비장한 각오를 전했다.
이혜원 외에도 이번 대표팀은 전지연(21·삼척시청), 우빛나, 조은빈(이상 23·서울시청), 이민지(24·SK) 등이 대거 합류, 젊고 빠른 팀으로 변모했다.
이번 전지훈련에 포함된 21명의 엔트리 중 지난 2020 도쿄 올림픽을 경험한 선수는 4명밖에 없으며 심지어 이들 4명도 당시엔 주축이 아니었다.
유럽 현지에서 합류할 류은희(34·교리)를 제외하면 대부분 이번이 올림픽 첫 도전이다.
역시 올림픽은 처음인 주장 신은주(31·인천광역시청)는 "이번 대표팀은 젊은 선수들 위주로 세대교체가 진행됐다"면서 "파리 올림픽은 한국 여자 핸드볼이 재도약할 수 있는 중요한 발판이 될 것이다. 가진 모든 것을 걸고 후회 없이 싸우겠다"고 말했다.
핸드볼 관계자는 "이전보다 경험은 부족할지 몰라도 패기와 피지컬 등은 더 좋아졌다. 잃을 게 없으니 당당하게 부닥쳐보자는 분위기"라고 현재 대표팀의 상황을 귀띔했다.
아울러 20년이 지났지만 '우생순'을 이룬 선배들의 정신은 이번 선수단의 마음가짐에 그대로 녹아 있다.
신은주는 "나 또한 우생순을 보면서 꿈을 키웠다. 많이 뛰면서 무너지지 않는 경기를 해 선배들의 발자취를 따라가겠다"고 말했다. 헨릭 시그넬 감독 역시 "성공했던 선배들의 경험을 보며 선수들과 이야기를 나누고 있다. 그걸 잘 이어나가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한국은 파리 올림픽에서 스웨덴, 노르웨이, 덴마크, 독일, 슬로베니아의 유럽 강호들과 함께 A조에 속해 있다.
첫 경기는 7월 25일 오후 11시(한국시간) 열리는 독일전이다. 6개 팀 중 4위 안에 들어야 8강에 진출할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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