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 탁구의 발전된 경기력 소름…그래도 흔들리지 않는 중국 더 소름"

[부산탁구선수권 결산②] '만리장성' 앞에서 희망을 보다

주세혁 남자 탁구 국가대표팀 감독을 비롯한 선수들이 2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체전 4강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세트스코어 2대3으로 패배한 뒤 아쉬워하며 인사하고 있다. 2024.2.2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 탁구가 중국에 견줄 만큼 크게 성장했다는 값진 소득을 확인했다. 하지만, 중국의 벽은 여전히 높았다.

중국은 지난 25일 부산 벡스코에서 마무리된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단체전)에서 남녀 모두 금메달을 목에 걸었다. 여자 대표팀은 24일 일본을, 남자 대표팀은 25일 프랑스를 각각 제압했다.

이로써 중국은 남자 대표팀이 2001년 오사카 대회부터 11회 연속 우승, 여자 대표팀이 2012년 도르트문트 대회부터 6회 연속 우승을 기록하며 세계 최강임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중국 남녀 대표팀은 현재 남녀 1위 판젠동과 쑨잉사를 포함, 세계 랭킹 1~3위 선수들을 포함한 베스트 전력으로 이번 대회에 나섰다.

장우진이 2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체전 4강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득점 후 환호하고 있다. 이날 대표팀은 중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게임 스코어 2대3으로 석패했다. 2024.2.2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한국은 그런 중국을 상대로 희망과 한계를 동시에 확인했다.

홈팀 한국은 남녀 대표팀 모두 우승 팀 중국에 막혀 대회를 마쳤다.

승승장구하던 여자 대표팀은 8강에서 중국을 만나 0-3으로 패배, 목표로 했던 메달 획득에 실패했다.

2022 항저우아시안게임 금메달리스트 전지희와 신유빈을 전면에 내세운 한국은 이전까지 공격적인 탁구와 자신감을 앞세워 다크호스들을 큰 위기 없이 제압했지만 중국을 상대로는 다소 위축된 모습으로 어려운 경기를 했다.

내심 중국과 대등한 승부도 기대했던 여자대표팀이었으나 파리 올림픽을 앞두고 많은 보완점을 확인했다.

장우진이 2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체전 4강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중국 왕추친을 잡아낸 뒤 포효하고 있다. 이날 대표팀은 중국과 대등한 경기를 펼쳤으나 게임 스코어 2대3으로 석패했다. 2024.2.2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남자 대표팀은 엄청난 사건을 만들기 직전까지 갔다. 결승 길목 4강에서 중국을 만났는데, 놀라운 경기력과 집중력으로 게임 스코어 2-1까지 앞서는 등 기대 이상의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장우진이 중국 최고의 탁구 스타 왕추친을, 이상수가 중국 탁구의 상징 마룽을 각각 3-1과 3-2로 누른 점은 대회 최고의 이변이었다.

대회 집행위원장이자 한국 탁구 레전드인 현정화는 "지난 10년 동안 중국이 우리뿐 아니라 전 세계 모든 선수와의 경기에서 이렇게 팽팽한 경기조차 한 적이 없다"면서 "우리 남자 대표팀의 경기력이 높게 올라왔다"고 평가했다.

1경기를 잡은 뒤 포효했던 장우진 역시 "중국에 안 된다는 인식을 깨뜨린 것만으로도 큰 성과"라며 분명한 소득이 있었다고 자평했다.

여자대표팀 선수들이 22일 오후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여자단체전 8강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를 준비하고 있다. 여자 탁구대표팀은 '만리장성' 중국을 상대로 매치스코어 0대3으로 완패하며 대회를 마무리했다. 2024.2.2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아쉬움은, 너무도 잘했으나 중국이 더 강했다는 점이다. 앞선 1·3경기에서 한국이 승리하자 중국은 패배의 위기 속에서 4·5경기를 철저하게 준비, 똑같은 패턴이 두 번 당하지 않았다.

특히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리드를 내줬음에도 무너지지 않고 집중력을 유지하면서 차근차근 다시 뒤집는 모습이 인상적이었다. 한 경기만 잡으면 기적을 일으킬 수 있던 승부처에서 한국은 2경기 모두 세트스코어 0-3으로 졌다.

김택수 대회 사무총장은 "우리 선수들이 이렇게 잘 하는 것에 소름이 돋았는데, 그럼에도 중국이 흔들리지 않는 것을 보면서 더 소름이 끼쳤다"고 소감을 전했다.

한국으로선 중국과의 대등한 승부에 만족하지 않고, 여기서 더 나아가야 만리장성을 넘을 수 있다. 최종 목표인 파리 올림픽 메달도 결국은 중국을 넘어설 수 있어야 수월해진다.

현정화 집행위원장은 "뼈를 깎는 마음으로 더 노력해야 중국을 넘을 수 있다. 남자 선수들은 자기 득점력이 있기 때문에 여기까지 올 수 있었다. 다만 여자 선수들은 아직도 기술력에서 중국에 밀린다. 이 점을 더 보완해야 나아갈 수 있다"고 조언했다.

이상수가 24일 부산 해운대구 벡스코에서 열린 'BNK부산은행 2024 부산세계탁구선수권대회' 남자단체전 4강 대한민국과 중국의 경기에서 리시브 도중 삐끗해 넘어져 전열을 다듬고 있다. 2024.2.24/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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