中팬들에 시달렸던 황대헌 "받아들이려 했다…모두가 응원해준다 생각"
베이징 대회서 숙소까지 찾아와 '린샤오쥔' 언급하며 협박
홈에서 銀 1·銅 1로 마감…"아쉬운대로 만족스럽다"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불과 1주 전 중국 팬들에게 시달리며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지만 남자 쇼트트랙 '에이스' 황대헌(강원도청)은 의연했다. 홈에서만큼은 모두가 자신을 응원해줄 것이라 믿으며 의지를 다졌다.
황대헌은 17일 서울 양천구 목동 아이스링크에서 마무리 된 'KB금융컵 ISU 쇼트트랙 월드컵 2023-24(4차 월드컵) 대회에 출전했다.
이번 대회에서 1000m와 500m, 남자 5000m 계주, 2000m 혼성 계주 등에 출전한 황대헌은 개인전인 1000m에서 은메달, 2000m 혼성 계주에서 동메달을 한 개씩을 땄다. 굳건한 남자 대표팀 에이스였던 그의 위상을 생각하면 다소 아쉬운 성적표다.
하지만 황대헌으로선 쉽지 않은 여건이었다. 이번 대회에 앞서 중국 베이징에서 열린 3차 월드컵에 출전했던 황대헌은 불미스러운 일을 겪었기 때문이다.
당시 중국 팬들이 황대헌이 묵은 숙소 앞까지 찾아와 린샤오쥔(한국명 임효준)을 언급하며 조롱하고 협박한 것. 이에 황대헌은 불안감을 호소했고, 한국빙상경기연맹이 국제빙상경기연맹(ISU)에 항의하기도 했다.
황대헌과 린샤오쥔은 한때 한국 국가대표팀에서 한솥밥을 먹던 사이였지만, 2019년 '성추행'건에 얽히면서 돌아올 수 없는 강을 건넜다.
린샤오쥔의 장난에 수치심을 느낀 황대헌이 송사를 진행했고, 린샤오쥔은 빙상연맹으로부터 자격 정지 처분을 받은 뒤 중국으로 귀화했다. 이후 린샤오쥔인 무죄를 선고받았지만 귀화 결정은 되돌릴 수 없었다.
이같은 스토리를 아는 중국 팬들이 황대헌에 대한 반감을 가진 것으로 보이나, 대회 도중 묵는 숙소까지 찾아와 협박을 한 것은 선을 넘은 '범죄'였다.
황대헌 스스로도 쉽게 극복하기 어려운 일이었지만 빠르게 마음을 다잡고 훈련에만 열중했다.
17일 대회를 마친 황대헌은 취재진을 만나 "그 일을 극복한다기 보다는 받아들이려고 했다"면서 "응원하는 선수는 다 다르지만, 싫어하는 선수는 한 명이라고 생각했다. 모두가 나를 응원해준다는 생각으로 버텼다"고 설명했다.
이번 대회에선 린샤오쥔은 부상을 이유로 불참했다. 국내에서 열리는 이번 대회에 린샤오쥔과 황대헌이 동반 출전했다면 또 한 번 껄끄러운 상황이 발생할 수도 있었지만 맞대결은 이뤄지지 않았다.
좋지 않은 흐름 속에 황대헌은 이날 500m에서도 불운이 겹쳤다.
준결선에서 리우 샤오앙, 리우 샤오린 산도르(중국) 형제와 맞붙은 그는 수 차례 재경기를 반복하는 치열한 접젙 끝에 4위로 탈락했다. 마지막 순간엔 날에 문제가 생긴 듯한 모습도 보였다.
황대헌은 리우 형제와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으나 경기 결과에 대해선 인정했다.
그는 "아무래도 500m가 다른 종목보다 출발이 더 거칠다"면서 "날에 문제가 없었다면 더 좋았겠지만 아쉬운대로 그 정도로도 만족한다"고 했다.
starburyny@news1.kr
Copyright ⓒ 뉴스1. All rights reserved. 무단 전재 및 재배포, AI학습 이용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