FC온라인 신보석 감독 "이번 항저우AG, 페이커 키즈 물꼬"

[인터뷰] FC온라인 신보석 국가대표 감독
"항저우AG, e스포츠에 엄격한 공정성 적용되는 경험"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FC 온라인’ 대표팀의 신보석 감독(왼쪽부터), 동메달을 획득한 곽준혁, 박기영이 29일 오후 인천국제공항 제2터미널을 통해 귀국한 뒤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2023.9.29/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박소은 기자 =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종목 중 가장 먼저 승전보를 올린 건 'FC온라인'(구 피파온라인 4) 국가대표들이었다. 곽준혁(KT롤스터·23)·박기영(울트라세종·17)이 첫 타자였다.

순탄치만은 않았다. 곽준혁은 경기를 시작한 첫날인 지난달 24일 상대의 규정 외 전술 사용으로 2시간 이상 시시비비를 가려야 했다.

이달 7일 서울시 강남구 인근에서 만난 FC온라인 국가대표 감독 신보석은 당시 까다로울 정도로 공정·공평이 강조됐다고 전했다. e스포츠가 스포츠로, 특히 각국의 선수들이 참여하는 아시안게임으로 편입되며 기존보다 엄격한 규정이 적용됐다는 것이다.

곽준혁과 만난 바레인의 파케히 압둘라티프는 룰 북(Rule book)에서 금지하고 있는 포메이션을 사용했다. 다만 룰 북에선 '스쿼드 파울'로 간주한다고만 했을 뿐 이에 따르는 징계 수위가 명시되지 않았다.

신보석 감독은 "e스포츠 상에선 판정 번복으로 재경기가 되거나 몰수패가 되는 경우가 많지 않다"며 "(바레인 선수가) 포메이션 룰을 한번 어겼다는 게 엄청난 파장을 몰고 왔다. 확실히 스포츠에선 규정 관련 공정성과 공평성이 정말 타이트하다는 점을 느꼈다"고 말했다.

바레인 팀의 항의에 2시간 이상 심판들의 반박이 이어졌다. '규정을 어기는 상황에선 더 할 말이 없다'는 게 원칙이었다. 결국 마지막 세트 재대결이 성사됐고, 곽준혁은 침착하게 상대를 꺾고 4연승을 기록했다.

곽준혁이 27일 열린 FC온라인 패자조 결승에서 태국의 파타나삭 바라난과 맞붙는 모습 2023.9.27/공동취재단

최종 결과는 곽준혁 동메달, 박기영 4위다. 국내외에서 'FC온라인의 황제'라 간주되던 곽준혁에게도, 신예인 박기영에게도 아쉬운 결과였다.

신보석 감독은 "선수들과 많이 얘기했는데 둘 다 죄책감이 크다"며 "(넥슨과) FC온라인이 e스포츠에 본격적으로 투자하고 공격적으로 키워 나간 시절이 짧지 않다. 정말 많은 사람들이 노력했다는 걸 알고 있어서, 그 보답이나 성과를 돌려드리고 싶다는 마음이 컸다"고 말했다.

이번 경험이 두 선수에게 큰 자산이 될 것이라 보기도 했다. 공항에서 태극기를 손에 든 선수들을 바라보는 사람들의 시선, 국제 무대에서 나라를 대표한 경험, FC온라인을 넘어 선수 그 자체로 응원받았던 무게감이 성장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봤다.

항저우 아시안게임에 e스포츠가 정식 종목으로 채택된 경험은 10점 만점에 9점이라 평가했다. 향후에는 e스포츠만의 특색을 조금 더 살릴 수 있을 것이라 봤다.

대표적으론 도핑 테스트가 꼽혔다. e스포츠 종목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기존 육체 스포츠와 동일한 기준의 도핑 테스트를 받았다. 집중력을 높이는 '에더럴'과 같은 약물을 점검하는 게 아니라, 근육의 성장 및 발달에 영향을 미치는 '스테로이드'와 같은 성분을 체크했다.

그와는 별개로 e스포츠의 대중화 물꼬를 텄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e스포츠를 좋아하지 않거나 모르고 있던 40~60대들이 e스포츠를 인식하고, 스포츠로 보게 되는 계기를 마련했다는 것이다.

신 감독은 "문제는 기존 e스포츠 소비층이 아닌 다른 연령대가 e스포츠를 접하는 미디어의 형태나 방식이 달라 주 시청자로 끌고오기 힘들다는 것"이라며 "현재는 게임사의 역량이나 선수들에게 모든 요소를 기대는 모양새다. 제도와 정책, 사람들의 의지가 모두 합쳐야 변화의 물결이 생길 것"이라고 말했다.

곽준혁이 27일 중국 항저우 베이징위안 생태공원 내 e스포츠 주경기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FC온라인' 패자조 결승에서 태국의 파타나삭 바라난과 경기를 펼치고 있다. 2023.9.2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e스포츠 산업만의 독특함을 주요 동력으로 꼽기도 했다. 기존 스포츠 산업은 공고한 진입장벽이 존재한다. 선수 등록이 되지 않으면 데뷔조차 하지 못하거나, 특정 과정을 몇년 이상 거치지 않으면 자격증 응시도 할 수 없다.

그는 "e스포츠는 모든 것들이 결과와 능력만으로 증명이 된다"며 "어떤 대학을 나왔고, 어떤 팀에서 뛰었는지가 중요하지 않다. 어떤 팀의 선수가 부진에 빠진 이유는 이러저러한 전략적 이유가 있고, 이를 수정해서 성적을 낼 수 있다는 보고서 하나만 있으면 어느 팀에서든 일할 수 있다"고 말했다.

이번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e스포츠 종목의 다양화, 선수 풀 확대에 영향을 미칠 것이라 봤다.

신 감독은 "무수한 박세리·박찬호 키즈가 있었고, 이강인이라는 박지성 키즈가 나왔다"며 "이번 아시안게임이 흐름을 타고 e스포츠가 자리 잡는다면 '페이커 키즈'도 기대해볼 수 있지 않겠나"고 전했다.

soso@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