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년의 땀, 경쟁력 끌어올린 한국…운영과 성적, 토끼 다 잡은 중국[항저우AG]

중국, 최첨단 기술 및 탄소 중립 콘셉트로 성공적인 운영 호평
한국, 자카르타-팔렘방 실패 딛고 다양한 종목에서 선전

이기흥 대한체육회장과 최윤 선수단장이 8일 중국 항저우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대한민국 선수단 해단식에서 선수들과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8/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항저우(중국)=뉴스1) 서장원 기자 = 5년 만에 돌아온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폐회식을 끝으로 16일 간의 대장정을 마치고 막을 내렸다. 전반적으로 큰 문제가 발생하지 않은, 성공적 개최라는 것이 안팎의 분위기다.

한국은 기초 종목의 강세 속 중국, 일본에 이어 종합 3위로 목표 달성에 성공했다. 팬들이 내심 기대했던 2위 탈환은 실패했으나 전체적으로 국제 경쟁력이 성장했다는 호평이 많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여파로 1년 연기된 끝에 지난달 23일 개막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이 8일 오후 9시(한국시간)부터 중국 항저우 올림픽 스포츠센터 스타디움에서 열린 폐회식을 통해 마침표를 찍었다.

코로나19 팬데믹으로 대회가 1년 연기되는 악재가 있었으나 개최국 중국은 늘어난 1년 동안 대회 운영의 완성도를 높이는데 주력했다.

중국 정보기술(IT)의 산실인 항저우에서 대회가 개최되는 만큼 조직위원회는 최첨단 기술력을 뽐냈다.

개회식과 폐회식에서는 주 경기장에 대형 스크린을 설치해 아날로그와 디지털의 조화를 보여줬고, 디지털 점화자가 등장하는 등 이전에 보지 못했던 신기술로 시선을 사로잡았다.

'탄소 중립 아시안 게임'을 표방한 만큼 첨단 기술이 대회 기간 곳곳에 적용됐다. 일례로 과거 국제대회에서 종이로 배포되던 안내물들은 QR 코드를 통해 디지털로 제공돼 불필요한 낭비를 줄였다. 음식을 주문할 때도 마찬가지로 메뉴판이 아닌 QR 코드로 주문하는 방식이 적용됐다.

7일 중국 사오싱 야구·소프트볼 스포츠센터 제1구장에서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야구종목 모든 경기를 마친 후 조직위 직원 및 자원봉사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2023.10.7/뉴스1 ⓒ News1 유승관 기자

운영적인 측면에서도 깔끔하다는 평가를 받았다. 약 4만여명의 자원 봉사자들을 곳곳에 배치해 경기 진행과 취재진 및 관중의 편의를 위해 힘썼다.

특히 중국어 뿐만 아니라 영어, 한국어, 일본어 등 각국 언어에 능통한 자원 봉사자들이 의사소통의 어려움을 해소시켜줬다. 폐회식에서도 주요 테마 중 하나로 자원봉사자들에 노고에 대한 감사의 마음을 담았다.

그간 국제대회마다 불거졌던 '편파 판정 논란'도 이번 대회에서는 거의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 베이징 동계올림픽 당시 쇼트트랙에서 발생했던 판정 논란으로 긴급 기자회견을 개최하는 등의 불미스러운 일은 발생하지 않았다. 전반적으로 공정한 판정 속에 진행됐다는 평가다.

5년 전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의 실패를 반면교사 삼은 한국은 항저우 대회에서 국제 경쟁력을 끌어올리는데 성공했다.

대한민국 수영 대표팀 황선우(왼쪽부터), 양재훈, 김우민, 이호준, 백인철, 지유찬이 30일 중국 항저우의 한 호텔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메달리스트 기자회견에서 메달을 들고 있다. 황선우는 가장 많은 6개(금 2·은 2·동 2)의 메달을 목에 걸었고 김우민은 남자 자유형 400m·800m·계영 800m 3관왕에 올랐다. 2023.9.30/뉴스1 ⓒ News1 신웅수 기자

한국은 이번 대회 금메달 42개, 은메달 59개, 동메달 89개로 총 190개의 메달을 따 종합 3위를 차지했다. 당초 계획했던 금메달 45~50개엔 미치지 못했지만, 2위 일본(금메달 52개, 은메달 67개, 동메달 69개)과 격차를 줄이는 데 성공하며 향후 국제대회를 기대케 했다.

대회 초반 수영과 펜싱이 연이어 금맥을 캐며 효자 노릇을 톡톡히 했다. 특히 수영에서는 무려 17개의 한국 신기록을 쏟아내며 금메달 6개, 은메달 6개, 동메달 10개를 따냈다. 황선우가 2관왕, 김우민은 3관왕에 올랐다.

펜싱도 금메달 6개, 은메달 3개, 동메달 3개로 4회 연속 종합 1위를 달성했다. 최인정과 오상욱은 2관왕으로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금메달 5개를 수확한 태권도는 종주국의 자존심을 지켰다.

7일 오전 중국 항저우 푸양 인후 스포츠센터 양궁장에서 열린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양궁 리커브 여자 개인전에서 금메달을 목에 건 임시현이 시상대에 올라 아시안게임 3관왕의 의미를 담아 손가락 세 개를 펼치며 환하게 웃고 있다. 2023.10.7/뉴스1 ⓒ News1 민경석 기자

양궁은 아시아 최강의 면모를 다시 한번 확인했다. 리커브에서 금메달 4개, 은메달 1개, 동메달 1를 따내며 대회 막판을 화려하게 장식했다. '막내 에이스' 임시현은 3관왕에 오르며 새로운 양궁 여제의 탄생을 알렸다.

수영 외 다른 기초 종목의 선전도 눈여겨 볼 만 하다. 탁구, 배드민턴 등에서 금빛 낭보가 쏟아졌다. 탁구 최강 콤비 신유빈-전지희 조는 여자 복식 금메달로 21년 만의 우승을 안겼고, 배드민턴 세계 1위 안세영은 단체전과 개인전을 석권하며 29년 만에 한국 배드민턴에 경사를 전했다.

구기 종목에서는 배구와 농구가 극심한 부진 속에 실망스러운 성적을 냈지만, 야구와 축구가 나란히 같은 날 우승을 차지하며 체면을 세웠다. 야구는 대회 4연패, 축구는 3연패로 아시아 최강 지위를 유지했다.

페이커 이상혁를 비롯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e스포츠 리그 오브 레전드(LoL)에서 금메달을 획득한 국가대표 선수들이 30일 인천국제공항 제1여객터미널을 통해 귀국해 메달을 들어보이고 있다. 2023.9.30/뉴스1 ⓒ News1 구윤성 기자

이번 대회를 통해 첫 정식 종목이 된 e스포츠에서도 스트리트파이터와 리그오브레전드에서 금빛 소식을 전하며 새로운 효자 종목으로 떠올랐다.

다만 전통적으로 강세를 보였던 레슬링, 유도 등은 세대 교체 실패로 최악의 성적을 내면서 한국 체육계가 보완해야할 숙제로 남았다.

한편 개최국 중국은 무려 201개의 금메달을 쓸어담으면서 압도적인 종합 1위에 올랐다. 대회 운영과 성적,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은 성공적인 대회로 남았다.

8일 열린 아티스틱 스위밍과 가라테를 끝으로 대장정을 마무리 한 항저우 아시안게임은 폐회식에서 대회기 이양을 통해 3년 뒤 일본 나고야에서 열릴 차기 대회를 기약했다.

superpow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