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명의 반란' 태권도 박혜진 깜짝 金…메이저대회 첫 정복[항저우 AG]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태권도 여자 대표팀의 박혜진(26·고양시청)이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AG) 겨루기 개인전에서 깜짝 금메달을 따냈다.

박혜진은 26일(한국시간) 중국 저장성 항저우 린안 스포츠문화전시센터에서 열린 대회 여자 53㎏급 결승전에서 린웨이춘(대만)을 라운드 점수 2-1(7-6 7-9 12-9)로 이겼다.

박혜진은 이날 출전한 태권도 겨루기 선수 중 혼자 결승에 올랐다. 남자 63㎏급 이기범(한국가스공사)은 16강에서 일찌감치 떨어졌고 여자 57㎏급 김유진(울산광역시체육회)은 아쉽게 동메달에 그쳤다.

자연스레 박혜진의 결승전에 큰 관심이 쏠렸는데 어려움을 극복하고 금메달을 따내면서 태권도 종주국의 위상을 드높였다.

사실 예상치 못한 금메달이다. 대회 전까지 대부분 장준(한국가스공사), 박우혁(한국체대), 이다빈(서울시청)이 주목 받았으나 박혜진에 대한 스포트라이트는 거의 없었다.

실업 2년차인 그는 조선대 재학 시절 상대를 몰아붙이는 공격력이 강한 선수로 평가됐다.

박혜진은 지난해 열린 제103회 전국체육대회 태권도 겨루기 여자 53㎏급에서 우승했고, 지난해 3월 국가대표 선발전에서도 1위를 차지했다.

그러나 국제대회에선 큰 성과를 내지 못했다. 2019년 맨체스터 세계선수권에서 16강에 그쳤고 2022년 과달라하라 세계선수권에서는 8강에 머물렀다.

지난 7월 말 진행됐던 청두 유니버시아드대회에서도 16강에서 멈추며 이번 AG의 메달 후보로 거론되지 못했다.

그러나 실전에서는 거침 없었다.

첫 경기였던 16강전에서 아야샤 라마(네팔)를 2-0(17-5 13-0)으로 완파한 박혜진은 8강전에서 아지자 카라자노바(카자흐스탄)를 다시 라운드 점수 2-0(4-3 5-3)으로 꺾었다.

4강전에서는 추티칸 종콜랏타나왓타나(태국)를 라운드 점수 2-0(0-0 1-1)으로 꺾었다. 두 번의 라운드를 모두 동점으로 마쳤지만 심판 판정 끝에 모두 승리를 인정 받으며 무실라운드 행진을 이어갔다.

예상을 깨고 결승에 올랐지만 자신보다 키가 13cm나 큰 린웨이춘과 승부는 쉽지 않았다.

박혜진은 1라운드 초반 먼저 3점을 내줬지만 얼굴 공격으로 3-3 동점을 만든 뒤 7-6 역전에 성공했다.

박혜진은 2라운드 들어 위기를 맞았다.

5-0으로 앞서며 순항했지만 얼굴 공격을 허용한 데 이어 경고까지 받으며 5-4로 추격당했고 마지막 10초를 버티지 못하고 7-9로 졌다. 이번 대회에서 처음으로 라운드를 빼앗긴 순간이었다.

마지막 3라운드에서도 0-4로 끌려갔다.

그러나 종료 30초를 남기고 발차기 공격으로 7-6으로 승부를 뒤집더니 연이어 얼굴 공격까지 성공하며 10-6까지 달아났다.

상대는 마지막 총공세를 퍼부었으나 박혜진이 신체 조건의 열세를 극복하며 끝까지 리드를 지켜냈고 결국 메이저 대회 첫 금메달이라는 굵직한 성과를 이뤄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