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 수영 유망주 양하정 "한국인 첫 주니어 메달, 그 타이틀만으로도 힘이 난다"

세계주니어선수권 여자 접영 100m 동메달

양하정(대한수영연맹 제공)

(서울=뉴스1) 안영준 기자 = 한국인 최초로 세계주니어수영선수권 메달리스트가 된 유망주 양하정(대전체고)이 더 좋은 선수로 성장할 동기부여가 생겼다고 말했다.

양하정은 지난 5일(한국시간) 페루 리마에서 열린 제8회 국제수영연맹(FINA) 세계주니어수영선수권 여자 접영 100m 결승에서 1분00초10의 기록으로 동메달을 획득했다.

FINA 세계주니어수영선수권대회는 격년마다 열리는 만 14~18세 학생 선수를 위한 대회다. 양하정은 그동안 한국 수영 유망주 누구도 해내지 못했던 주니어선수권 메달의 주인공이 됐다.

양하정은 '뉴스1'과의 인터뷰에서 "메달을 땄을 때 정말 여러 감정이 교차했다. 기쁨도 있고, 놀라움도 있고, 책임감과 성취감도 컸다"고 소감을 전했다.

양하정은 극적 승부 끝에 메달을 땄다. 반환점까지 28초29를 기록, 4위에 자리했던 양하정은 마지막 5m를 남겨 놓고 터치 패드 싸움 끝에 3위를 차지했다.

레이스 내내 한 번도 3위 안으로 들어오지 못했던 양하정의 막판 역전극이었다. 양하정은 "경기를 할 때는 내 옆의 선수만 제치겠다는 생각으로 최선을 다했다. 한국에 와서 영상을 보고 나서야 극적인 승부였다는 걸 알았다. 다시 보니 내가 봐도 정말 스릴 있더라"며 멋쩍게 웃었다.

쉽지 않은 승부였지만, 양하정은 자신감이 있었다. 어린 나이지만 멘탈을 잘 관리했던 것도 큰 힘이 됐다.

그는 "대회장에 가서 초반 몸을 풀었을 때는 솔직히 잘 나가는 느낌이 아니었다. 내 스스로 너무 큰 부담을 갖고 있었다"면서 "이런 부담감과 압박감을 잘 컨트롤하는 것도 수영 선수가 가져야 할 능력이라고 생각했다. 그 때부턴 내려 놓았다. '쫄지 말고 내가 가진 기록만큼만 최선을 다하자, 어차피 (다른 선수들도) 다 학생인데 쫄 거 뭐 있어' 하는 마음으로 스스로를 다잡았다"고 설명했다.

그 덕분이었을까. 양하정은 세계 수영 유망주들이 가득한 가운데서도 실력을 유감없이 발휘, 역사를 쓸 수 있었다.

양하정의 메달이 가장 기쁜 사람은 아무래도 접영 국가대표 출신 아버지와 가족이었다.

양하정은 "아버지가 크게 말씀은 안 하셨지만 요즘 계속 표정이 밝으시다. 그동안 옆에서 많은 지원을 해주시며 고생하셨는데 조금이나마 보답한 것 같아서 기쁘다. 처음으로 좋은 딸이 된 것 같다"면서 웃었다.

마침 추석이라 온가족이 모인다. 대회 후 쉴 틈 도 없이 곧바로 체전 준비에 돌입했던 양하정도 추석 연휴만큼은 편안하게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게 됐다. 메달과 함께라서 기쁨은 더욱 크다.

양하정은 "추석 땐 할머니를 보러 갈 생각이다. 특별한 것을 하지 않더라도 전도 부치고 요리도 하면서 할머니랑 많은 이야기를 나누고 싶다"는 소박한 바람을 전했다.

한편 이번 대회를 끝으로 양하정은 주니어로서 치를 수 있는 마지막 일정을 소화했다. 이제 양하정은 시니어는 물론 더 나아가 국가대표 수영 선수를 꿈꾼다.

양하정은 "롤모델로 삼고 있는 김서영(경북도청) 언니가 실력도 좋고 인성도 좋더라. (김)서영 언니처럼 실력과 인성을 겸비해야 세계적 선수가 될 수 있다고 믿는다. 나도 두 가지를 다 갖추는 좋은 선수가 되고 싶다"는 다짐을 밝혔다.

흐름은 나쁘지 않다. 양하정은 이미 '제2의 김서영'이라는 타이틀을 얻을 만큼 한국 수영의 유망주로 뽑히고 있다. 이번 메달은 그 상승세에 더욱 탄력을 더할 수 있다.

양하정은 "이번 대회에서 얻은 '한국인 최초'라는 타이틀이 내게는 큰 힘이 된다. 쉽게 얻을 수 있는 영예는 아니라고 생각한다. 부담도 되지만, 이 타이틀을 가졌다는 것만으로도 자신감이 생긴다. 더 열심히 노력해서 아시안게임 국가대표가 되고 싶다"는 각오를 전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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