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판 증후군' 오스틴, NBA 드래프트장 눈물 바다 만들어
NBA 사무국 번외지명 드래프트…5일전 진단으로 선수생활 마감
- 나연준 기자
(서울=뉴스1) 나연준 기자 = 마판 증후군으로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된 아이재아 오스틴(오른쪽)이 27일(이하 한국시간) 뉴욕 바클레이즈 센터에서 열린 NBA 2014 드래프트에서 NBA 사무국에 의해 지명된 뒤 애덤 실버 총재와 악수하고 있다.© AFP=News1
</figure>27일(한국시간) 미국프로농구(NBA) 2014 드래프트가 실시된 뉴욕 바클레이즈 센터. 미래의 NBA 스타감으로 지명된 유망주들과 더불어 많은 주목을 끈 선수가 있다. 최근 마판 증후군(선천성 발육 이상의 일종으로 심혈관계, 눈, 골격계의 이상을 유발하는 유전 질환)으로 NBA 문턱에서 선수생활을 마감하게 된 아이재아 오스틴이 그 주인공이다.
NBA 사무국은 이날 오스틴을 지명해 눈길을 끌었다.
1993년생으로 베일러 대학에서 2년간 선수로 활약한 오스틴은 지난 4월 NBA 드래프트 참가를 선언했다. 216cm의 장신인 그는 지난 시즌 38경기에 출전해 11.2득점, 5.5리바운드, 3.1블록을 기록, 이번 드래프트에서 명문 구단의 지명이 유력했다.
그러나 오스틴의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오스틴은 지난 22일 NBA가 실시한 유전자 검사에서 마판 증후군이 있는 것으로 진단 받았다. 선수 생활을 계속 이어갈 경우 목숨이 위태로울 수 있기에 그는 선수 생활을 포기해야 했다.
선수로 지명되는 것은 불가능했지만 오스틴은 애덤 실버 NBA 총재의 초청으로 이날 현장을 찾았다. 그는 상위 지명이 유력한 선수들만 초대받는 '그린룸'에 앉아 드래프트를 지켜봤다.
NBA는 여기서 멈추지 않았다. 드래프트가 15번까지 진행된 뒤 실버 총재는 오스틴을 위한 자리를 마련했다. 실버 총재는 "오스틴이 농구코트에서 보여준 헌신과 노고를 잊을 수 없다. NBA 사무국은 베일러 대학의 오스틴을 지명한다"고 말해 현장을 찾은 사람들이 눈시울을 붉히게 했다.
오스틴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을 지명한 구단의 모자 대신 NBA 로고가 적힌 모자를 썼다. 단상위로 오르기 전 손으로 눈물을 닦아 드래프트장을 숙연하게 만들었다. 오스틴은 드래프트된 선수들과 마찬가지로 단상에 올라 실버 총재와 악수를 나누고 사진도 촬영했다.
NBA 스타를 꿈꾸던 오스틴의 아픔을 이같은 이벤트로 씻을 수는 없었다. 하지만 NBA가 오스틴에게 잊지 못할 값진 추억을 선물한 것임에는 틀림없다.
오스틴은 드래프트 후 FOX 스포츠 등 외신과의 인터뷰에서 "하느님께서 나에게 축복을 주셨다. 하느님은 내가 계속해서 농구를 하도록 놔둘 수도 있었지만 내 목숨을 살렸다"며 "실버 총재가 내 이름을 호명한 순간은 내 인생 최고의 순간이었다"고 말했다.
오스틴은 이제 대학으로 돌아가 남은 학업을 마치게 된다. 선수가 아닌 지도자로서 NBA에 이름을 남기겠다는 또 다른 목표를 갖게 된 오스틴이 앞으로 어떤 길을 걸어가게 될지 주목된다.
yjra@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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