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치2014] '빅토르 안'된 안현수, 다시 황제 자리 올랐다
사상 첫 2개 국적으로 모두 올림픽 금메달 기록
2011년 불러주는 곳 없어 '무소속'으로 경기 출전 하기도
훈련 여건 부족·파벌주의로 러시아 귀화
- 문창석 기자
(서울=뉴스1) 문창석 기자 = 러시아 쇼트 대표팀 안현수가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팔라스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개인 1,000m 결승 경기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한 후 환호하고 있다. 2014.2.15/뉴스1 © News1 (소치(러시아)=뉴스1) 이동원 기자
</figure>청년 백수였던 '쇼트트랙 황제'가 다시 예전의 자리에 올랐다.
안현수(29·러시아명 빅토르 안)는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열린 2014 소치 동계올림픽 쇼트트랙 남자 1000m에서 1분25초325로 1위를 기록해 금메달을 획득했다.
이로써 안현수는 올림픽에서 개인 통산 4번째 금메달을 따냈다. 한국에서는 전이경(38)밖에 가지고 있지 않은 기록이다. 또 두 개의 국적으로 모두 올림픽 금메달을 따낸 역대 첫 번째 선수가 됐다.
2006년의 안현수는 '황제'였다. 그해 이탈리아 토리노에서 열린 동계 올림픽에서 그는 1000m·1500m 개인·5000m 계주에서 금메달 3개와 500m에서 동메달을 획득, 이 대회 쇼트트랙 남자부 전종목에서 메달을 따는 기염을 토했다. 메달 4개 획득은 지금까지의 대한민국 스포츠 선수 중 한 올림픽 대회에서 가장 많은 메달을 딴 기록이다.
2011년의 안현수는 청년 백수였다. 그는 소속팀 성남시청이 해체된 후 한동안 무소속이었다. 올림픽 3관왕 선수를 불러주는 곳은 없었다. 그해 2월 동계 전국체전과 3월 쇼트트랙 종합선수권에는 '경기 일반'으로 출전하기도 했다.
안현수와 러시아에서 1년 6개월간 동고동락한 황익환 전 성남시청 코치는 당시 한 언론사와의 인터뷰에서 "아무 수입도 없이 미래가 불투명한 게 벌써 4개월"이라며 "안현수 같은 선수가 하루 아침에 청년실업자가 된 것"이라고 이야기 한 바 있다.
결국 안현수는 2011년 러시아로 귀화했다. 안현수는 그 이유에 대해 지난해 5월17일 JTBC '스포츠뉴스-쨍하고 공뜬 날'에 출연해 "성남시청 팀이 해체되면서 훈련할 공간을 잃어버렸다. 훈련할 수 있는 공간과 환경이 아쉬웠기 때문"이라고 고백한 바 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러시아 쇼트 대표팀 안현수가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팔라스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개인 1,000m 결승 경기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 후 얼음판 위에 엎으려 있다. 2014.2.15/뉴스1 © News1 (소치(러시아)=뉴스1) 이동원 기자
</figure>그러나 안현수의 러시아 귀화의 근본적 배경에는 당시 쇼트트랙 계에 있었던 파벌주의 때문이라는 분석이 있다.
2006년 쇼트트랙 계는 한체대 출신과 비한체대 출신으로 나뉘어 파벌 다툼을 했다. 한체대 출신인 안현수는 비한체대 출신이 주류였던 당시 쇼트트랙 국가대표팀에서 지속적으로 '따돌림'을 당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안현수는 대표팀 합숙 생활 곳곳에서 차별을 받은 것으로 전해졌다. 비한체대 출신 코치 밑에서 한체대 출신인 안현수는 박세우 코치가 지도하는 여자선수들과 함께 훈련을 받기도 했다. 또 2006년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는 한국 선수들이 안현수의 경기를 고의적으로 방해했다는 의혹이 일기도 했다.
2006년 4월4일 국제빙상연맹(ISU) 세계쇼트트랙선수권대회에서 돌아오는 인천공항 입국장에서 안현수의 아버지 안기원씨는 "선수들과 코치가 짜고 안현수가 1등 하는 것을 막았다"며 "스포츠맨십도 없다. 더 이상 참을 수 없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그는 "현수가 미국 현지에서 울면서 전화했다. 외국 선수들보다 한국 선수들이 더 심하게 현수를 견제했다"며 "1000m와 3000m에서 코치의 지시로 다른 파벌선수들이 안현수를 막게 했다"고 주장했다.
이후 안현수는 2009년 훈련 도중 무릎뼈가 부러지는 부상을 당했다. 하지만 대한빙상경기연맹은 대표팀 선발 시기와 횟수 조절 등에서 안현수의 편의를 봐주지 않았다.
결국 안현수는 2010 밴쿠버 동계올림픽 출전권을 얻지 못했다. 뒤이어 그가 소속한 성남시청팀이 해체됐지만 그를 받아주는 곳은 없었다. 그가 말한대로 훈련할 곳이 없는 상황이 된 것이다.
러시아는 청년 백수였던 그에게 모든 것을 제공해줬다. 드미트리 메드베데프 당시 러시아 대통령은 안현수의 러시아 국적을 인정하는 대통령령에 직접 사인까지 했다. 연봉 12만 달러에 러시아어 교습 개인 교사를 붙여주고 쇼트트랙 훈련을 위한 모든 편의를 제공했다.
한국은 안현수가 제 실력을 회복한 다음에야 그가 귀화한 이유를 주목했다. 13일 박근혜 대통령은 교육부·문화체육관광부 신년 업무보고 자리에서 "안현수는 최고의 실력을 갖고 있지만 우리나라에서는 자신의 꿈을 펼치지 못하고 다른 나라에서 선수 활동을 하고 있다"고 말한 바 있다.
박 대통령은 "파벌주의와 줄세우기, 심판 부정 등 체육계 저변에 깔려있는 부조리와 구조적 난맥상에 의한 것은 아닌지 되돌아봐야 한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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러시아 쇼트 대표팀 안현수가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팔라스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개인 1,000m 결승 경기에서 1위로 결승선을 통과 후 환호하고 있다. 2014.2.15/뉴스1 © News1 (소치(러시아)=뉴스1) 이동원 기자
</figure>한국이 '소가 떠난 외양간'을 고치려는 지금, 안현수는 그의 새로운 조국 러시아에 쇼트트랙 사상 첫 금메달을 안겨줬다.
안현수는 13일 러시아 현지 언론 '코메르산트'와의 인터뷰에서 "한국보다 더 사랑하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쇼트트랙을 사랑한다"며 "러시아에서 영원히 살 것"이라고 밝혔다.
러시아 역시 과감한 결정을 내린 그를 위해 적극적인 지원을 아끼지 않고 있다. 안현수가 현역 생활을 은퇴한 뒤에는 지도자 과정까지 마련해 준다는 계획이다.
황제에서 청년 백수로 전락했던 안현수는 15일 러시아 소치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팰리스에서 금메달을 확정짓는 순간 빙판 위에 입을 맞췄다. 조국의 삼색기를 등에 둘러메고 환호하는 관중에 화답했다. 그들의 축하를 받으며 안현수는 다시 한 번 황제에 오르는 즉위식을 가졌다.
그는 금메달을 딴 후 공식 기자회견에서 "결승선에 들어올 때 머리가 하얘졌다. 너무 기뻤고 관중들의 함성에 감동을 받았다"며 새로운 모국어로 감격을 표현했다.<figure class="image mb-30 m-auto text-center border-radius-10">
러시아 쇼트 대표팀 안현수가 15일(한국시간) 러시아 소치 해안 클러스터 아이스버그 스케이팅 팔라스 경기장에서 열린 남자 개인 1,000m 결승 경기에서 금메달을 차지, 플라워시상식에서 1위 단상에 올라 환호하고 있다. 2014.2.15/뉴스1 © News1 (소치(러시아)=뉴스1) 이동원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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