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문일답] 김연아, "긴장하면 스케이트 끈 고쳐 매"
</figure>피겨여왕 김연아가 25일 오전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밀레니엄광장에서 열린 팬미팅 행사에 참석하고 있다. 2013.3.25 © News1
'강심장'으로 유명한 김연아(23)가 "긴장하면 스케이트 끈을 고쳐 매는 버릇이 있다"고 털어놨다.
2013세계선수권대회에서 우승을 차지하고 금의환향한 김연아는 LPG 전문기업 E1이 25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 밀레니엄광장에서 마련한 팬 미팅 자리에서 자신을 둘러싼 팬들의 질문에 솔직하게 답했다. 이날 밀레니엄광장은 김연아를 보기 위한 약 400여 명의 팬들로 인산인해를 이뤘다.
MC 전현무의 사회로 진행된 이날 팬 미팅에서 김연아는 긴장하지 않는 모습에 대해 "사람이다 보니 긴장을 할 수밖에 없다"며 "긴장하면 스케이트 끈을 조여 매는 버릇이 있다"고 말했다.
그는 "내가 스케이트 끈을 오래 조여 매면 주변에서 '긴장했구나'라고 알아 차릴 정도"라고 덧붙였다.
김연아는 대회 직전의 징크스에 대해 "징크스를 만들지 않은 편이다"면서도 "'피를 보면 운이 좋다'는 이야기를 들었는데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내 직전 출전 선수인 카롤리나 코스트너가 흘린 코피 자국이 빙판 위에 있는 것을 보고 '운이 좋겠구나'라고 생각하긴 했다"고 웃음을 보였다.
김연아는 이날 아사다와의 라이벌 구도에 대해서도 솔직함 입담을 과시했다. 그는 라이벌 구도에 대해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해도 사람이다 보니 신경이 쓰인다"며 "아사다와는 주니어 시절부터 약 10년간 비교되다 보니 어느 정도 익숙하기도 하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라이벌 구도가)아사다도 신경이 쓰일 것"이라며 "기분이 좋지만은 않을 것이다"고 덧붙였다.
김연아는 "아사다와 경기 이외의 자리에서 만날 기회가 없었다"며 "라이벌 구도 때문에 아사다와 서로 알게 모르게 거부감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고 솔직하게 말했다.
한편 김연아는 지난 17일 캐나다 온타리오주 런던 버드와이저 가든스에서 막을 내린 2013국제빙상경기연맹(ISU) 세계선수권대회 여자 시니어 싱글에서 합계 218.31점으로 우승, 4년 만에 세계선수권 정상을 탈환했다.
다음은 김연아 팬 미팅 일문일답.
-세계선수권 우승 소감은. ▶오랜만에 세계선수권 대회에 나갔는데 잘하고 와서 좋다. 팬들의 응원으로 잘 할 수 있었다. 감사하다.
-우승할 것이라는 확신이 있었나. ▶연습할 때 실수가 많이 안 나와서 잘 할 수 있을 것이란 확신은 있었다. 그래도 실전은 한 번뿐이기에 긴장을 했는데 실수가 없어 기뻤다.
-대회 끝나자 마자 무엇을 했나. ▶밖에 나가서 라면 먹고 잤다.
-경기가 끝나자 마자 생각난 사람은. ▶경기가 끝나고 나면 아무 생각도 안 난다. 그저 경기가 끝났다는 생각 뿐이다.
-이번 세계선수권에서 눈에 띄는 선수 있었나.▶2년 전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했었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는 좀 다른 분위기였다. 이름은 들었으나 함께 경기해보지 못한 선수들도 있었다. 대부분의 선수가 처음 경기를 치르는 선수였다. 선수들의 나이도 어렸다. 피겨계의 세대교체가 일어난 것 같더라. 이번 세계선수권에 출전한 선수들은 모두 나와 아사다마오가 주니어에서 갓 시니어에 들어섰을 때의 선수들이다. 이 선수들은 앞으로 큰 대회를 더 많이 경험하면 좋은 선수가 될 것같다. 경기를 보러 간 것이 아니라 경기를 하러 간 것이라 다른 선수들의 경기를 보지 못했다. 오늘 집에 가서 확인해 보겠다.
-아사다 마오와의 라이벌 관계에 대해서. ▶신경을 쓰지 않으려 해도 신경이 쓰인다. 아사다와 비교하는 것이 부담도 된다. 아사다와는 주니어부터 10년 간 계속 비교돼 왔기에 어느 정도 익숙한 것도 사실이다. 라이벌 관계는 신경쓰지 않고 경기에만 집중하려고 노력한다. 아사다 마오도 신경이 쓰일 것이고 기분이 좋진 않을 것이다. 아사다 마오와는 경기에서만 만난다. 싸우거나 그런건 전혀 없다. 개인적으로 만난 적도 없다. 마오 뿐만 아니라 대회에 출전하는 선수들은 모두 서로에 대한 경쟁 의식이 있다. 경기장에서 인사도 잘 안 한다. 친할 수 있는 기회가 없다 보니까 그렇다. 라이벌 구도 때문에 아사다와는 서로 알게 모르게 거부감 같은 것이 있을지도 모른다.
-멘탈 갑, 김선생 등의 별명이 있다. 시합에서 긴장하는 모습을 보여주지 않아 그런 것 같은데 자신만의 마인트 컨트롤 방법이 있는지. ▶몸 상태가 좋으면 걱정 안한다. 나의 컨디션은 내가 제일 잘 알아서 준비를 안 하면 자신도 없다. 그럼 긴장이 높아진다. 긴장하면 표정도 굳는다. 긴장을 스케이트 끈을 조여 매며 푸는 경향이 있다. 주변에서 내가 스케이트 끈을 오래 매면 긴장했구나 느낄 정도다. 긴장은 고스란히 실수로 이어진다. 큰 대회에서는 준비를 잘해서 그런지 긴장을 안 하는 편이다. 그러나 사람이기 때문에 긴장을 하기 마련이다. 마음을 컨트롤하기 위해 노력하는 편이다.
-평소 즐겨 듣는 음악이 있나. ▶가요를 즐겨 듣는다. 요즘 오디션프로그램이 인기라 이 프로그램에서 나온 음악도 자주 듣는다. 이번 '레 미제라블'의 음악이 정말 좋아서 평소 이런 장르의 음악을 잘 안 들었는데 한동안 엄청나게 들었다.
-다른 스포츠도 잘 하는지. ▶7살 때 피겨스케이팅을 시작하다 보니 여유가 없었다. 또 부상을 신경쓰다 보니 운동을 잘 하지 못했다. 수영도 전혀 못한다. 물에는 뜨긴 하는데 정식으로 배운 적이 없다. 아무래도 피겨가 겨울 스포츠이다 보니 스키도 초등학교 4학년 이후 타 본 적 없다. 초등학교 때는 겁이 없어 곧잘 탔는데 이제는 겁이 나 잘 못탈 것 같다.
-식단 조절은 따로 하는지.▶보기에 말라 보여서 살이 잘 안찌는 체질이라고 생각하는 분들이 많은데 그렇지 않다. 중고등학교 성장기에는 풀만, 물만 먹어도 살이 쪘다. 그러나 요즘에는 살이 잘 찌지 않는다. 먹고 싶은 것도 다 먹는다. 라면도 먹는다. 그리고 운동을 하다 보니까 골고루 먹어야 한다. 체중 관리는 따로 하지 않는다. 오히려 요즘 살이 빠져서 찌우려고 노력하는 중이다. 체중이 감소하면 체력이 떨어기 때문이다. 고기 열심히 먹고 있다.
-대회 출전 의상 중 가장 좋아하는 의상은.▶레미제라블 의상도 좋다. 모두 좋다. 그 중 밴쿠버 올림픽 때 입었던 푸른 색 의상을 가장 많이 기억해 주시는 것 같다. 죽음의 무도 의상도 좋고 모두 좋다.
-징크스가 따로 있는지. ▶징크스는 딱히 없다. 징크스는 만들지 않아야 하는 것이라고 생각한다. 많은 선수들이 스케이트를 오른 쪽부터 신어야 경기가 잘 풀린다고 생각하는 경우가 있긴 하다. 저도 오른 쪽 부터 스케이트를 신는다. 간혹 혹시나 왼쪽 부터 신어 경기가 잘 안 될까봐 다시 오른 쪽부터 신는 경우도 있다. 피를 보면 운이 좋다는 이야기가 많은데 나도 그런 것 같다. 이번 세계선수권 대회에서 프리스케이팅 경기 바로 직전 카롤리나 코스트너 선수가 코피를 흘렸다. 이 사실은 나중에 알았으나 경기 전 워밍 업을 하러 빙판에 들어섰는데 피가 보며 '피 보면 운이 좋다는데'라는 생각이 들긴 했다. 좋은 징크스는 갖다 붙이는 편이다.
-해외 팬 중 기억나는 팬은.▶일본 팬 중 한국말을 정말 잘하는 팬이 있다. 최근 2-3년 간 대회 모두 오신다. 또 한국말로 편지를 주기도 한다.
-팬에게 받은 선물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것은. ▶한국 팬들이 생일 등의 날에 특별한 선물을 챙겨준다. 내 모습이 담긴 사진이나 그림 등 세상에 하나 뿐인 선물을 해준다. 집에 모두 진열해놨다. 하나 뿐인 선물이기에 의미가 있다. 그런 선물들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
-별명 중 가장 마음에 드는 별명은. ▶수식어는 약간 오글거려 별로 안 좋아한다. 어렸을 때는 '요정'을 붙여 줬는데 이제는 '여왕'이더라. 오글거리는 걸 별로 안 좋아한다. 김연아 선수가 제일 정다운 것 같다.
-이번 대회에서 김진서 선수와 장난을 치는 모습이 포착됐다. ▶김진서 선수는 한국 피겨의 유망주다. 김진서 선수는 피겨를 시작한 지 4년 밖에 되지 않았지만 벌써 대표선수다. 보통 여기까지 오는데 10년의 시간이 걸린다. 재능과 끼가 넘치는 선수다. 이번 세계선수권대회에 출전하면서 올림픽 티켓 획득보다 상위 24위권에 진입하는 것을 목표로 했는데 실패 해서 많이 속상할 것이다. 그러나 처음 시니어 대회에 나간 것이기 때문에 앞으로 가능성이 크다. 또 이번 대회를 통해 큰 대회를 관람하고 눈앞에서 쟁쟁한 선수들을 봤기에 큰 경험이 됐을 것이다.
-대학생활에 대해서. ▶1,2학년 때는 외국에서 훈련을 하는 바람에 거의 학교 생활을 못 했다. 외국에서 레포트로 수업을 대체하기도 했다. 그러나 3학년 때부터는 매일 학교에 가서 수업도 듣고 했다. 나름 대학생활을 경험했다. 늦게 학교생활을 시작하고 바로 졸업을 해서 아쉽다. 고연전과 축제 등에 한 번도 참가하지 못했다.
-피겨 선수가 아닌 평범한 대학 2학년생이었다면 가장 하고 싶은 것은. ▶고연전을 가고 싶다(웃음).
-영어를 굉장히 잘한다. ▶생존 영어다. 본격적으로 배운 적은 없다. 캐나다 전지 훈련을 4~5년 정도 했고 외국인 선수와 대화를 나누다 보니 영어가 늘었다. 생활이 영어였기 때문이다. 인터뷰 전에는 인터뷰 위주로 영어를 따로 준비한다. 생각만큼 영어를 잘하지는 못한다.
-LPG는 Love, People, Green의 약자다. 김연아에게 Love,People, Green이란?▶내게 러브는 팬분들의 사랑이다. 피플은 이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도움을 주셨던 분들이다. 코치, 트레이너, 동료 선수, 가족 등 나를 많이 서포트 해줬던 사람들이다. 그중 가족이 가장 소중하다. 나로 인해 많이 희생했기 때문이다. 그린은 깨끗한 환경을 위한 염원이다.
-소치 동계 올림픽에 대한 각오는. ▶소치 올림픽이 채 1년도 안 남았다. 그 전에 치러야 할 경기들이 있는데 잘 준비해서 계속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겠다. 마지막 대회인 소치 올림픽에서도 좋은 모습 보여드리고 싶다.
jung9079@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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