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농구 코치 박승일, 23년 루게릭병 투병 끝 별세…향년 53세

2002년 현대모비스 코치 시절 루게릭병 진단 받아
루게릭병 요양병원 건립의 꿈 이루고 세상 떠나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 박승일(오른쪽)과 션. (승일희망재단 제공)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2002년 루게릭병(근위축성 측삭경화증) 진단을 받고 23년간 투병해 온 박승일 승일희망재단 공동대표가 53세의 일기로 별세했다.

승일희망재단은 25일 "루게릭요양병원 건립, 많은 환우와 가족을 위해 애써주신 박승일 공동대표가 분당 서울대병원에서 소천했다"고 전했다.

고인은 연세대와 기아자동차에서 농구 선수로 활동하다가 현역 은퇴했고, 미국 유학을 거쳐 2002년 4월 울산 현대모비스 코치로 선임됐다. 하지만 부임한 뒤 한 달 만에 루게릭병 진단을 받고 농구공을 내려놓아야 했다.

근위축성 측삭경화증으로 불리는 루게릭병은 운동신경세포가 소멸하는 병으로, 근육이 딱딱해져 스스로 움직일 수 없고 호흡근 마비로 결국 사망에 이르게 된다.

고인은 "나에게 남아있는 시간이 얼마인지 모르지만, 그 시간을 무의미하게 보내고 싶지 않다. 누군가를 위해 살고 싶다"며 이후 각종 방송에 출연, 루게릭병이라는 희소 질환을 세상에 알렸다.

발병 1년도 안 돼 온몸이 굳게 된 그는 2009년 안구마우스 컴퓨터를 사용, 저서 '눈으로 희망을 쓰다'를 출간하기도 했다.

아울러 자신과 같은 환자들과 그들의 가족을 위한 루게릭병 요양병원 건립에 힘썼다.

2011년에는 가수 션과 함께 비영리재단 승일희망재단을 설립, 아이스버킷 챌린지 캠페인 등을 통해 각종 모금 활동을 진행했다. 그리고 지난해 12월 루게릭병 요양병원이 착공하면서 그의 소망이 이뤄졌다. 고인은 앰뷸런스를 타고 착공식에 참석하는 열정을 보이기도 했다.

루게릭병 요양병원은 올 12월 준공을 앞뒀다.

빈소는 분당서울대학교병원 장례식장 3층 10호실에 마련됐고, 발인은 27일 오전 7시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