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창진 감독의 '마지막 무기' 최준용, 적진에서 KT의 숨통을 끊었다
챔프 5차전 2쿼터부터 출전해 공수 걸쳐 맹활약
혼자 튀는 플레이 대신 이타적 움직임으로 우승 견인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부산 KCC 전창진 감독의 히든 카드였던 포워드 최준용(30)이 수원 KT와 챔피언 결정 5차전에서 게임 체인저로서의 역할을 톡톡히 해내며 우승을 이끌었다.
KCC는 5일 수원 KT 아레나에서 열린 KT와의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에서 88-70으로 이겼다.
앞선 4경기에서 3승을 먼저 거두며 100%의 우승 확률을 쥐었던 KCC는 2010-11시즌 이후 13시즌 만에 통산 여섯 번째 우승에 성공했다.
아울러 KCC는 정규리그 5위 팀으로는 첫 번째로 챔프전을 정복하는 기록도 남겼다.
국가대표 선수들이 즐비한 '슈퍼 팀' KCC는 앞선 경기와 마찬가지로 이날도 주전과 비주전을 가리지 않고 여러 선수가 고루 활약했다. 허훈와 패리스 배스만 바라보는 KT와 대조적이었다.
그중에서도 최준용의 활약이 도드라졌다. 최준용은 챔프전 초반에는 활약상이 크지 않았다.
본인 스스로가 득점을 책임지는 역할 대신 더 좋은 위치에 있는 동료에게 공을 연결하는 플레이를 하기도 했지만 허웅, 송교창 등 다른 선수들에 비해 파괴력이 부족했던 것도 사실이었다.
그러나 시리즈 전적 2승1패로 앞선 4차전에서 팀 내 가장 많은 득점인 24점을 올리며 분위기 반전에 성공했다. 최준용의 활약으로 KCC는 4차전을 잡고 100%의 우승 확률을 쥘 수 있었다.
4차전의 활약으로 최준용은 이날 선발 출전이 예상됐다. 그러나 전창진 감독의 선택은 벤치였다.
전 감독은 경기 전 "(최)준용이는 나의 마지막 남은 무기다. 경기가 잘 풀리지 않을 때 투입해 분위기를 바꿔주는 역할을 기대한다"며 "선수 본인은 선발 출전을 원하고 있지만 대화를 통해 본인도 자신의 역할을 이해했다"고 말했다.
이날 KCC의 1쿼터는 좋지 않았다. 홈 팬들 앞에서 사력을 다해 뛰는 KT의 기세에 눌린 듯 턴오버를 일삼았다. 전 감독의 표정도 조금씩 굳어졌다.
최준용은 예상보다 이른 2쿼터부터 본격적으로 코트를 밟았다. 그만의 톡톡 튀는 움직임은 팀 동료들을 각성시켰다.
수비 시 자신보다 큰 외국인 마이클 에릭이나 하윤기, 패리스 배스를 상대로도 흔들림 없었다. 자신이 원하는 플레이를 했을 때는 큰 동작으로 포효하면서 사기를 끌어 올렸다.
3쿼터 한때 상대와 거친 몸싸움에 무릎을 다친 듯 절뚝거리는 모습이 있었으나 이내 털고 일어나 달렸다.
최준용이 고요했던 KCC 코트를 흔들어 놓자, 팀 공격력도 서서히 살아났다. 1쿼터 때 잠잠했던 알리제 드숀 존슨이 살아났다. 최준용도 적극적으로 슛 찬스를 놓치지 않았다.
수비수의 파울에 끊겼을 때는 정확한 자유투 득점으로 상대를 허무하게 만들었다.
최준용은 이날 17점을 기록, 허웅(21)과 라건아(20점)에 이어 팀 내 세 번째로 많은 득점을 올렸다. 그러나 순도만 보면 허웅과 라건아에 결코 뒤지지 않는 활약이었다.
챔프전의 최우수선수(MVP)는 허웅이 가져갔으나 최준용은 숨은 MVP로 불려도 손색없는 플레이로 또 하나의 우승 반지를 추가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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