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팀' KCC 전창진 감독, 퇴진 시위 딛고 챔프전 우승…화려한 부활
소통형으로 리더십 바꾸면서도 '2점 농구' 전략 고수
봄 농구부터 반짝, 5위 최초로 챔프전 우승 신기록
- 문대현 기자
(수원=뉴스1) 문대현 기자 = 한때 농구계에서 손꼽는 명장으로 통하다 긴 무관의 기간을 보낸 전창진 감독이 부산 KCC를 챔피언결정전 우승으로 이끌며 화려하게 부활했다.
KCC는 5일 수원KT아레나에서 열린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챔피언결정전 5차전(7전 4선승제)에서 88-70으로 승리했다.
앞선 4경기에서 3승1패를 기록 중이던 KCC는 이날 승리로 2010-11시즌 이후 13년 만에 통산 6번째 왕좌에 올랐다.
정규시즌 5위 팀으로는 최초로 챔프전에 오르는 역사를 썼던 KCC는 정상까지 등극하며 새로운 기록의 주인공이 됐다.
KCC는 챔프전에서 다섯 차례(1997-98, 1998-99, 2003-04, 2008-09, 2010-11시즌) 우승을 차지하며 강팀으로서의 입지를 다져왔다.
2010년대 들어선 한동안 우승 반지를 추가하지 못했다. 2015-16시즌과 2020-21시즌 정규리그에서 우승했지만, 챔프전 준우승에 그쳤다. 그러나 전창진 감독과 다시 한번 시너지를 내며 최고의 결과를 냈다.
올 시즌 KCC의 우승에 전 감독의 공을 빼놓을 수 없다. 전 감독은 원주 동부, KT, KCC 등을 이끌며 정규리그 우승 5회, 챔프전 우승 3회 등을 이끈 명장이다. 감독상도 무려 6번이나 차지했다.
영광의 순간만 있었던 것은 아니다. 안양 KGC를 이끌던 2015년 불법 스포츠 도박과 승부조작 혐의로 KBL로부터 무기한 등록 자격 불허 징계를 받으면서 커리어에 흠집이 크게 났다.
이후 전 감독은 불법 스포츠 도박 및 승부 조작에 대해 무혐의 처분을 받고, 단순 도박 혐의에 대해서도 무죄를 선고받으며 2019년 7월 KCC 사령탑으로 농구계에 복귀했다.
전 감독은 KCC 감독 부임 첫해부터 라건아와 이대성, 송교창, 이정현 등 대어급 선수들과 함께했으나 정규리그 4위에 그쳤다.
KCC에서 2번째 시즌에는 예상을 깨고 정규리그 우승을 차지했으나 챔프전에서 KGC에 4연패를 당하며 허무하게 시즌을 마쳤다. 이후 9위와 6위에 그치며 무관의 기간이 길어졌다.
올 시즌에도 정규리그에서는 좋지 않았다. 지난 시즌 영입된 허웅과 이승현에 더해 올 시즌에는 최준용까지 가세했으나 저마다 개성이 강한 선수들을 한데 모으기가 쉽지 않았다. 계속되는 부상 악령도 KCC의 발목을 잡았다.
'슈퍼 팀'이라는 칭호를 안고도 정규리그에서 치고 나가지 못하자 팬들은 전 감독의 사퇴를 원하는 트럭 시위를 펼치기도 했다. 경기에서 진 날 구단 버스에 오르는 전 감독을 향해 욕을 한 팬도 있었다.
모진 수모를 겪은 전 감독은 이를 타개하기 위해선 우승 밖에 없다고 보고 챔프전에 모든 것을 걸었다.
선수들에게 일정 부분 자율을 주면서도 팀 정신에 어긋난 선수에게는 강한 호통도 마다하지 않았다.
또 지속해서 '2점 농구'를 지향하는 팀 컬러를 유지하며 전술을 완성했다. 정규리그 내내 부상으로 신음했던 선수들은 봄 들어 정상 컨디션으로 전 감독의 믿음에 부응했다.
6강 플레이오프(PO)에서 서울 SK에 3연승을 거둔 KCC는 4강에서 DB를 무찌른 데 이어 결국 챔프전에서 가장 높은 곳에 섰다.
올해로 61세, 적지 않은 나이에도 꾸준한 노력으로 팀을 이끈 전 감독도 2008년 동부 우승 이후 16년 만에 우승팀 감독이라는 커리어를 추가하며 화려한 부활을 알렸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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