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명가 재건' 이룬 김주성, 첫 MVP 출신 우승 감독으로

대행 꼬리표 떼고 정식 감독 부임 첫 시즌에 우승 달성
'DB 산성' 구축하며 압도적 성적 거둬

원주 DB 김주성 감독이 14일 강원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024 정관장 프로농구' 원주 DB 프로미와 수원 KT 소닉붐의 경기에서 코트를 바라보고 있다. 2024.3.14/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지난해 1월 이상범 감독의 자진 사퇴로 원주 DB 지휘봉을 잡은 김주성(45) 감독은 약 1년 만에 뛰어난 리더십을 앞세워 명가 재건에 성공했다.

김 감독이 이끄는 DB는 14일 원주종합체육관에서 열린 2023-24 정관장 프로농구 수원 KT와 홈 경기에서 107-103으로 이겼다.

이 승리로 우승 매직넘버 1을 지운 DB는 정규리그 우승 축포를 쐈다. 38승10패가 된 DB는 2위 창원 LG(30승17패)를 7.5경기 차로 따돌렸고, 잔여 경기 결과에 상관없이 1위가 확정됐다.

DB는 2003-04시즌과 2004-05시즌, 2007-08시즌, 2011-12시즌, 2017-18시즌, 2019-20시즌에 이어 통산 7번째 정규리그 1위를 차지했다.

다만 서울 SK와 공동 1위에 오른 2019-20시즌은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즌이 조기 종료돼 우승으로 인정받지 못했다.

김 감독도 정식 감독 데뷔 시즌에 팀을 정규리그 1위로 올려놓은 5번째 사령탑이 됐다. 앞서 2000-01시즌 김진(당시 동양), 2012-13시즌 문경은(SK), 2015-16시즌 추승균(KCC), 2021-22시즌 전희철(SK)이 데뷔 시즌 정규리그 1위를 달성한 바 있다.

김 감독은 각종 기록도 세웠다. 선수와 감독으로 정규리그 우승을 모두 경험했고, 사상 첫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 출신 우승 감독이 됐다. 그는 2003-04시즌과 2007-08시즌 정규리그 MVP를 받은 바 있다.

전통의 강호지만, DB는 최근 힘을 전혀 못 쓰며 포스트시즌 진출도 버거웠다. 2018-19시즌 8위에 머물렀고, 2019-20시즌에는 서울 SK와 공동 1위를 달리던 중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확산으로 시즌이 조기 종료됐다. 이후 세 시즌에서도 9위, 8위, 7위로 하위권을 맴돌았다.

2017-18시즌 정규리그 1위를 이끈 이상범 전 감독은 2022-23시즌 도중 성적 부진과 건강 악화로 물러나기도 했다.

당시 코치였던 김 감독이 추락하던 명가를 일으켰다. 감독대행을 맡은 김 감독은 남은 경기에서 11승14패를 거두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리고 올 시즌을 앞두고 3년 계약, 감독대행 꼬리표를 떼더니 곧바로 팀을 2023-24시즌 정규리그 1위로 이끌었다.

DB 김주성 감독과 강상재가 16일 오전 서울 송파구 올림픽파크텔 올림피아홀에서 열린 2023-2024시즌 프로농구 개막 미디어데이에서 시즌에 임하는 각오를 밝히고 있다. 2023.10.16/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김 감독은 높이와 스피드를 앞세운 공격 농구로 경쟁력을 키웠다. 김종규(207㎝)와 강상재(200㎝), 디드릭 로슨(202㎝)을 중심으로 구축된 'DB 산성'은 막강 화력을 자랑하며 다른 9개 구단을 압도했다. 여기에 이선 알바노도 알토란같은 활약을 펼치며 공격에 힘을 보탰다.

9일 부산 KCC전까지 로슨이 22.2점(5위), 알바노가 15.7점(12위), 강상재가 14.2점(16위), 김종규가 12.2점(24위)을 기록했다.

DB는 평균 90.4점을 기록, 10개 구단 중 유일하게 90점대 득점을 올렸다. 100점대도 7번이나 기록했으며, 1월 30일 서울 삼성전에서는 108-73, 35점 차 대승을 거두기도 했다. DB 이전에 마지막으로 평균 90점을 거둔 팀은 2004-05시즌 대구 오리온(90.4점)이었다.

김 감독의 지휘 아래 DB는 정규리그 1위에 오르는 동안 큰 위기조차 없었다. 정규리그 개막 후 7연승을 질주한 DB는 안양 정관장에 첫 패를 당했지만 다시 6연승을 달리며 독주 체제를 갖췄다. 지난해 12월 중순 KCC, 수원 KT에 연달아 덜미가 잡혀 시즌 첫 연패를 기록했으나 곧바로 5연승을 거두며 반등했다.

성적도 압도적이다. DB는 6경기를 남기고 38승을 기록, 지난 시즌 정규리그 우승팀 정관장(37승17패)보다 더 많은 승리를 거뒀다. 3승만 추가해도 2018-19시즌 현대모비스(43승11패) 이후 최고 승률을 기록하게 된다.

정규리그를 제패한 김 감독은 이제 포스트시즌에서 통합 우승에 도전한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