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대 강자'에 정면 대응했던 하나원큐의 첫 봄 농구…좌절 대신 희망 남겨
KB에 3연패 당했으나 끈질긴 투지 눈길
패배 의식 극복 성과…유망주 성장 기대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창단 후 처음으로 여자프로농구(WKBL) 플레이오프(PO·5전 3승제)에 나선 부천 하나원큐의 봄 농구가 3경기로 짧게 마무리됐다. 비록 전력상 열세를 극복하지 못하고 1승도 못 했지만, 끈질긴 투지로 깊은 인상을 남겼다.
하나원큐는 13일 부천실내체육관에서 열린 우리은행 우리 WON 2023-24 WKBL PO 3차전에서 청주 KB에 64-77로 졌다.
청주에서 열린 1, 2차전을 모두 졌던 하나원큐는 홈에서도 KB의 산을 넘지 못하며 3연패로 탈락이 확정됐다.
일방적인 승리를 거둔 KB에 포커스가 맞춰질 수 있는 결과지만 속을 들여다보면 하나원큐도 충분히 박수받을 만한 시리즈였다.
2012년 창단한 하나원큐는 줄곧 약팀의 이미지가 강했다. 2015-16시즌 2위로 마친 뒤 챔프전에서 준우승했지만, 한국계 혼혈선수인 줄 알았던 첼시 리의 '혈통 사기극'이 벌어져 그 시즌 모든 팀 기록이 삭제됐다.
이후 하나원큐는 저주라도 걸린 듯 봄 농구를 하지 못했다. 2019-20시즌에는 3위에 올랐지만,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코로나19) 사태로 플레이오프가 열리지 않는 불운도 겪었다.
이후 6팀 중 5위, 6위, 6위를 차례로 기록했다. 그러나 올 시즌은 달랐다. 아산 우리은행에서 숱한 우승 경험을 안고 친정으로 돌아온 김정은을 중심으로 선수단이 똘똘 뭉쳤고 전체적으로 향상된 경기력을 보이면서 창단 첫 PO라는 쾌거를 이뤄냈다.
하나원큐는 여기서 만족하지 않고 내심 챔프전 진출까지 노렸다. 하나원큐가 정규시즌 KB에 6전 전패를 당했던 탓에 모두가 KB의 우세를 점쳤지만, 선수들은 포기하지 않고 간절함으로 맞서려 했다.
그러나 국보급 센터 박지수를 포함해 3점 슈터 강이슬, 메인 볼 핸들러 허예은 등 국가대표가 즐비한 KB의 산을 넘기엔 역부족이었다.
종합 전적에서 완패당했지만 매 경기 쉽게 지는 않았다. 1차전에서 외곽에 있는 강이슬을 꽁꽁 묶은 하나원큐는 전반까지 23-24로 대등하게 맞섰다.
비록 후반부터 김예진과 허예은에게 3점 슛을 얻어맞고 주저앉았지만, 방심했던 KB를 괴롭혔다는 평을 받았다.
2차전 1쿼터에서는 18-15로 앞서며 승리에 대한 작은 희망을 갖기도 했다. 그러나 높이에서 압도적으로 우위를 갖고 있는 KB에 리바운드 싸움에서 밀리며 역전패했다.
각성한 하나원큐는 3차전에서 수비와 함께 리바운드 싸움에 집중했다. 그 결과 35-31로 리바운드에서 우위를 점했다.
하나원큐는 마지막까지 KB를 끈질기게 물고 늘어졌으나 이번에는 1, 2차전에서 꽁꽁 묶였던 강이슬의 외곽포가 터지면서 승리를 내줘야 했다.
하나원큐의 첫 봄 농구는 아쉽게 막을 내렸으나 경기 후 선수들의 표정은 어둡지 않았다. 해볼 수 있는 것은 다 했다는 후련함이 묻어났다.
결과는 아쉽지만, 지난 시즌까지 팀에서 퍼져 있던 패배 의식과 강팀에 대한 두려움을 어느 정도 극복했다는 점은 분명 성과였다.
하나원큐는 신지현과 양인영, 김시온(이상 29) 등 주전급 선수들이 대부분 젊다. 또 이번 시즌 정예림, 엄서이(이상 23), 박소희(21)의 기량도 나날이 성장해 팀의 장래가 밝다.
이번 PO에서 쌓은 경험으로 장점을 극대화하고 단점을 보완한다면 약팀의 이미지를 점차 떨쳐낼 수 있을 전망이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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