굳게 닫힌 지갑…내부 경쟁으로 살아야하는 두산, 이승엽호 운명은

연이은 고액 FA 계약에 샐러리캡 부담 커져
트레이드로 돌파구 마련…외인 활약에도 기대

두산 이승엽 감독. 2024.10.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서장원 기자 = 올해 프로야구 '3강' KIA 타이거즈, 삼성 라이온즈, LG 트윈스가 비시즌 전력 보강에 열을 올리고 있다. 그런데 4위 두산 베어스의 겨울은 조용하다. .

두산은 올해 사상 최초 와일드카드 결정전 '업셋'의 희생양이 됐다. 이승엽 감독은 이례적으로 팬들로부터 퇴진 구호를 들었다.

시즌 종료 후에는 투타 핵심 선수들이 빠져나가면서 전력이 약화돼 우려가 커지고 있다.

여러모로 내년 시즌 명예 회복을 위해 전력 보강이 필요한 상황이지만, 두산은 지갑을 열지 않았다. 두산이 올겨울 외부 수혈에 인색한 건 투자에 대한 부담이 있기 때문이다.

두산은 최근 몇 년 동안 내부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과 대형 계약을 체결하며 시장의 '큰 손'으로 군림했다.

2020년 허경민(4+3년 최대 총액 85억 원)과 정수빈(6년 총액 56억 원)을 시작으로 2021년엔 김재환을 붙잡는 데 4년 최대 총액 115억 원을 쏟아부었다.

양의지 선수가 11일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두산베어스 입단식'에서 이승엽 감독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양의지는 지난해 두산과 '4+2년 최대 152억원'의 초대형 FA 계약을 했다. 2023.1.11/뉴스1 ⓒ News1 송원영 기자

1년 뒤에는 '안방마님' 양의지가 4+2년 총액 152억 원에 사인했고, 2023시즌 종료 후에는 양석환을 붙잡는 데 78억 원(4+2년)을 투자했다. 4년 동안 FA 계약에만 486억 원을 투입했다.

고액 연봉자의 증가는 샐러리캡 부담으로 이어졌다. 최근 KBO가 발표한 2024년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 합계 금액에 따르면 두산은 111억 9436만 원을 기록했다. LG와 KIA에 이어 3번째로 높은 액수다. 샐러리캡 상한액(114억 2638만 원)에 불과 2억 3202만 원 모자랐다.

구단 입장에서는 샐러리캡 초과를 막기 위해 허리띠를 졸라맬 수밖에 없었다. 모기업의 좋지 않은 사정도 지갑을 닫게 만들었다.

결국 두산은 '큰 손' 행보 대신 내부 경쟁과 트레이드를 전력 보강 수단으로 삼았다. 지난달 말 롯데 자이언츠와 2대3 트레이드를 통해 외야수 김민석과 추재현, 투수 최우인을 받아왔다. 투수 정철원과 내야수 전민재를 내주는 출혈을 감수했다.

두산 외야수 김민석.(두산 베어스 제공)

은퇴한 내야수 김재호, 그리고 FA로 이적한 주전 3루수 허경민의 공백은 내부 자원으로 메운다. 효율적인 육성을 위해 앞서 코치진을 대거 물갈이했다.

이미 이천 마무리 캠프부터 무한 경쟁이 시작됐다. 내년 스프링 캠프부터 시범 경기까지 지켜보며 최고의 기량을 뽐낸 선수를 주전으로 기용한다는 방침이다. 이유찬, 박준영, 여동건, 박준순 등이 내야 두 자리를 놓고 경쟁한다.

외부 FA 영입 대신 내부 육성의 길을 택한 두산은 변수를 최소화하기 위해 외국인 선수 구성에 심혈을 기울였다.

내년 시즌 두산 베어스 1선발 콜 어빈. ⓒ AFP=뉴스1

메이저리그(MLB) 경험이 있는 콜 어빈과 잭 로그를 데려와 원투펀치를 구성했고, MLB 수준의 기량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는 외야수제이크 케이브를 영입했다.

지갑을 닫고 육성과 내부 경쟁을 택한 두산의 선택은 성공으로 이어질 수 있을까. 계약 마지막 해를 맞는 이승엽 감독의 운명도 함께 달려있다.

superpower@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