평균 연령 24.6세…'세대교체' 명분 있다지만 '예선 탈락'은 뼈아프다

[프리미어12 결산①] 대만·일본에 패해 4강행 좌절
무게감 떨어진 대표팀…젊은 선수들 '경험'에 위안

18일(현지시간) 오후 대만 타이베이시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에서 5대 2로 승리한 대한민국 대표팀 선수들이 팬들에게 인사하고 있다. 대표팀은 프리미어12 예선 3승 2패를 거뒀으나 일본에서 열리는 슈퍼라운드 진출은 실패했다. 2024.11.1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평균 연령이 24.6세로 젊은 대표팀을 꾸렸다. '역대 최약체'라는 평가가 나올 정도로 애초 기대감이 높진 않았다. 그래도 조별리그조차 통과하지 못했다는 점은 아쉬움이 크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야구 대표팀은 18일(한국시간) 열린 호주전을 끝으로 세계야구소프트볼연맹(WBSC) 프리미어12 24 B조 일정을 모두 마쳤다.

한국은 대만, 일본에 패하고 쿠바, 도미니카 공화국, 호주를 잡아 3승2패를 기록, 조 3위에 그쳐 2위까지 주어지는 슈퍼라운드(4강) 진출권을 따내지 못했다.

2015년 초대 대회 우승, 2019년 2회에서도 준우승의 호성적을 거뒀던 한국은 5년 만에 열린 이번 대회에서 역대 최악의 성적표를 받아들었다.

사실 어느 정도 예견된 부진이었다. 지난해 3월에 열린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호주에 덜미를 잡히는 '도쿄돔 참사'를 겪은 한국 야구는, 이번 대회의 최우선 과제를 '세대교체'로 삼았다.

베테랑들이 대거 나섰던 WBC에서의 참패를 교훈 삼아 향후 10년 이상 대표팀을 이끌 젊은 선수들로 중심을 옮겨가겠다는 의지였다.

13일(현지시간) 오후 대만 타이베이시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대한민국과 대만의 경기에서 3대 6으로 패배한 대한민국 대표팀 고영표와 박동원이 어두운 표정으로 경기장을 나서고 있다. 2024.11.13/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실제 이번 프리미어12에 나서는 대표팀 선수들의 평균 연령은 24.6세에 불과했다.

30대 중반 이상이 된 1980년대생 선수들은 한 명도 없었고 1990년생의 포수 박동원이 맏형이었다. 투수 중에선 1991년생의 고영표, 야수 중에선 1993년생의 홍창기가 최고참이었고 1996년생이자 성인 대표팀 발탁이 처음인 송성문이 '캡틴'의 중책을 맡기도 했다.

'그래도' 4강이라는 목표는 달성하지 않겠냐는 관측이 많았지만, 섣부른 자신감이었다. 한국은 첫판부터 대만에 덜미를 잡혀 목표 달성에 빨간불을 켰고 '숙적' 일본전에서도 두 차례의 리드를 지키지 못하고 역전패했다.

도미니카공화국에 0-6에서 역전극을 펼치는 등 3승을 따냈지만 목표에 도달하기엔 역부족이었다. 사실상 대만전에서 패한 순간 한국의 4강 목표는 희미해졌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었다.

한국은 2006, 2009년 WBC와 2008 베이징 올림픽, 2015 프리미어12 등에서의 성과로 국제무대에서의 '강호'로 자리매김했지만, 당시의 환희는 너무 오랜 기억이 돼버렸다. 가장 최근인 2015년 프리미어12도 10년이 다 돼갈 정도다.

이제는 일본에 이은 '아시아 2인자'의 자리도 위태로울 정도다. 한국은 지난해 열린 항저우 아시안게임 예선에 이어 대만에 또 한 번 덜미를 잡혔다. 이제는 대만을 '한 수 아래'로 치부하기 어려울 정도가 됐다.

15일(현지시간) 오후 대만 타이베이시 타이베이돔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대한민국과 일본의 경기, 7회말 일본 공격 1사 1루 상황에서 마운드에 오른 정해영이 일본 모리시타에게 투런 홈런을 허용하고 있다. 2024.11.15/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한때 대등한 승부를 벌였던 일본 야구와의 격차는 점점 커지는 분위기다. 한국은 2015년 프리미어12 4강전 이후 프로 선수들끼리 맞붙은 '정예 대결'에서 9연패 중이다. 일본이 사회인 야구 선수들을 파견하는 아시안게임 말고는 9년째 한 번도 이기지 못했다.

전반적으로 무게감이 떨어진 대표팀이었다. 애초 '세대교체'를 내세웠지만 20대의 젊은 선수들조차 '베스트'로 모으지도 못했다. 김혜성, 강백호 등은 군사훈련과 일정이 겹쳐 합류가 불발됐고, 문동주와 이의리 등은 부상으로 함께하지 못했다.

게다 부상 등으로 애초 계획했던 전력이 다 모이지도 못했다. 원태인과 구자욱, 김지찬, 김영웅 등 한국시리즈를 치른 삼성 라이온즈 소속 선수들이 모두 부상으로 이탈했다. 특히 투타의 구심점이 돼줄 것으로 기대했던 원태인과 구자욱의 이탈은 크게 느껴졌다.

한국은 이번 대회에서 선발투수 4명(고영표, 곽빈, 최승용, 임찬규) 중 한 명도 5이닝을 넘기지 못했고, 대회 내내 4번타자의 부재에 고민했다. 마무리 투수만 5명이 모인 불펜진이 그나마 '강점'으로 꼽혔지만, 아쉬운 투수 교체 타이밍과 더불어 잦은 등판으로 위력이 감소했다.

18일(현지시간) 오후 대만 타이베이시 톈무 야구장에서 열린 2024 WBSC 프리미어12 B조 예선 대한민국과 호주의 경기 6회말 대한민국 공격 2사 1루 상황에서 김도영이 투런 홈런을 친 뒤 동료들과 기뻐하고 있다. 2024.11.1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그래도 위안으로 삼을 수 있었던 게 있다면 '경험 축적'이었다. 올 시즌 KBO리그의 유력한 최우수선수(MVP) 후보 김도영을 비롯해 박성한, 김서현, 김택연, 박영현 등 20대 초중반의 젊은 선수들에게 이런 큰 대회는 큰 자산이 될 터다.

어찌 됐든 목표로 했던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는 점에선 짙은 한숨이 쉬어지는 부분이다. 결국 국제대회는 '결과'로 모든 것을 증명해야 하기에, '세대교체'라는 명분에서도 이번 대회의 쓰디쓴 패배는 깊은 상흔으로 남을 수밖에 없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