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이)의리형 안 좋아하거든"…KIA 곽도규가 전한 KS 뒷이야기

5차전 '이의리 유니폼' 세리머니 화제…"낯 간지럽기도"
'팬 복수 대행' SNS 대해선 "취업 후 오시면 선물 드린다"

28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 6회초 KIA 중간 계투 곽도규가 2사 1루 상황을 무실점으로 막아낸 뒤 이의리가 적힌 셔츠를 보이고 있다. 2024.10.2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KIA 타이거즈 좌완 셋업맨 곽도규(20)는 올해 한국시리즈의 '숨은 주역'이었다. 5경기 중 4경기에서 4이닝을 소화하며 평균자책점 제로, 2승을 따냈다.

야구 외적으로도 많은 관심을 받았다. 그는 4차전에선 이닝을 마친 뒤 모자를 옆으로 돌려쓰는 세리머니를 했다. 그보다 3살 많은 KIA 동료 정해영은 "MZ다운 세리머니였다"고 평하기도 했다.

KIA의 우승이 확정된 5차전에선 이닝을 마친 뒤 상의 단추를 풀어 헤쳤다. 드러난 이너웨어엔 선배 이의리의 이름과 등번호 '48번'이 마킹돼 있었다.

사실 앞서 선보인 4차전 '모자 세리머니'도 이의리를 향한 것이었다. 곽도규는 모자 옆쪽에 이의리의 등번호를 새겼는데, 이를 제대로 보여주기 위해 모자를 돌린 것이었다.

이의리는 올 시즌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고 일찍 시즌을 마감했다. 한국시리즈도 함께 하지 못했기에, 절친한 선배이자 형인 그를 위해 곽도규가 준비한 '이벤트'였다.

곽도규는 "아마 이렇게 철없는 행동은 올해가 마지막일 것 같다"면서 "욕먹을 것도 예상했고 부정적인 시선도 있지만, 그래도 어릴 때 부끄러운 순간을 만들어두면 나이를 먹은 뒤 재미있는 추억이 될 것 같다"며 웃었다.

제3자가 보기엔 감동적일 수도 있는 장면이었지만, 막상 당사자들끼리는 '오글거리는' 행동이기도 했다.

26일 오후 대구 삼성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4차전 KIA 타이거즈와 삼성 라이온즈의 경기, KIA 곽도규가 8회말 실점 없이 이닝을 마친 뒤 익살스러운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4.10.26/뉴스1 ⓒ News1 김진환 기자

최근 이의리와 영상 통화를 했다는 곽도규는 "의리 형이 '너 왜 그러고 다니냐'라고 하더라"면서 "그래서 나도 '착각하지 마라. 형 안 좋아하는데 그냥 시켜서 한 거다. 짝사랑 아니다'라고 받아쳤다"고 전했다.

진심으로 한 이야기라기보다는, 쑥스러운 마음에 마음에도 없는 이야기를 주고받은 셈이다.

곽도규는 "사실 존경하는 형인데, 단둘이 있을 때 낯간지러운 말을 많이 하지는 않는다"면서 "내가 형한테 까불기도 하고 친한 형-동생 사이다. 진지하게 야구 얘기를 하는 타이밍은 따로 있다"고 설명했다.

한국시리즈 경기 도중 세리머니로 주목받았던 곽도규는, 시리즈가 끝난 뒤에 팬을 위한 '복수 대행'으로 또 한 번 화제를 모았다.

곽도규는 우승 직후 자신의 세리머니에 '누나, 내가 해냈어'라는 말과 함께 한 야구팬과 나눈 대화를 공유했다.

곽도규가 공개한 팬과의 SNS 대화. (곽도규 SNS 캡처)

공개된 대화에서 팬은 "도규야, 나 오늘 삼성이랑 LG 채용 결과 나왔는데 떨어졌어. 나 대신 복수해 줘. 삼성이랑 LG 이기고 우승하자"라며 응원했다.

플레이오프에서 LG를 누른 삼성이 KIA의 한국시리즈 상대가 됐고, KIA가 우승하면서 곽도규는 팬의 바람을 이뤄주게 됐다.

곽도규는 "전혀 모르는 분인데, 우승 후 휴대폰을 보다가 대화를 캡처해 놓았던 게 눈에 띄었다"면서 "유쾌한 일화인 것 같아서 SNS에 올렸다"고 했다.

그러면서 "우승 후에 다시 연락이 오셨다.. 이제는 자기 손으로 해보겠다고 하시길래 나도 '좋은 곳에 취직하시면 좋겠다'고 답했다"고 설명했다.

곽도규는 "그분이 나중에 꼭 좋은 곳에 취업하셨으면 좋겠다. 그러고 나서 야구장에 놀러 오실 때 연락해 주시면 유니폼을 선물해 드리겠다"며 미소 지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