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좌완 부족' KT의 결단…'강철 매직'이 오원석 잠재력 꽃피울까
투수 출신 이강철 감독, 젊은 투수 조련에 일가견
선발 한자리 꿰차면 투수 운용 한결 수월해져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지난해부터 KT 위즈의 가장 큰 고민 중 하나는 '좌완 부족'이었다. 고영표와 엄상백, 박영현 등 경쟁력 있는 투수들이 즐비했지만 선발과 불펜 구분 없이 왼손 투수를 찾는 것이 어려웠다.
좌타자가 많은 LG 트윈스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엔트리에 왼손 투수는 외인 웨스 벤자민 한 명뿐이었다. 사령탑인 이강철 감독이 늘 아쉬워한 부분이었다.
그런 KT가 비시즌이 시작되자마자 좌완 보강에 나섰다. 올해 팀의 필승조로 활약한 김민(25)을 내주고 SSG 랜더스 좌완 오원석(23)을 받아오는 트레이드에 합의한 것. KT와 SSG는 지난 10월31일 트레이드를 발표했다.
김민은 유신고를 졸업하고 2018년 신인 드래프트에서 1차 지명을 받은 투수다. 빠른 공을 뿌리는 우완으로 기대를 모았지만 늘 제구력이 문제였는데, 올해 불펜으로 전환하면서 드디어 잠재력을 꽃피웠다. 정규시즌 8승4패 21홀드 평균자책점 4.31로 필승조 한축을 맡았다.
그런 김민을 내주는 것이 쉬운 결정은 아니었다. 마무리 박영현과 기존의 손동현, 이상동, 김민수 등이 있지만 김민은 올해 9회 이전 '필승조' 중에선 가장 돋보인 이름이었다.
그럼에도 트레이드에 합의한 이유는 받아온 투수가 '좌완' 오원석이라는 점이 크게 작용했다. 더구나 오원석은 1군 경험도 적지 않고 나이도 김민보다 2살이 어리다.
2020년 SK와이번스(현 SSG)의 1차 지명을 받은 오원석은 입단 2년 차부터 1군에서 많은 시간을 보내며 '선발 수업'을 받아왔다. 기복이 있는 편이긴 하나 '긁히는' 날엔 누구도 치기 어려운 공을 던지며 '제2의 김광현'이라는 수식어가 붙기도 했다.
그는 2021년 7승, 2022년 6승, 2023년 8승, 2024년 6승을 기록했다. 꾸준하게 선발 로테이션을 돌았고 4년 연속 1군에서 100이닝 이상을 소화했다.
다만 평균자책점은 2022년(4.50)을 제외하곤 매년 5점대에 머물렀다. 구위는 빼어나지만 제구가 좋지 않아 피홈런과 사사구가 많았던 것이 문제였다. 정규시즌 5선발 정도로 고려할 수는 있지만 그 이상을 기대하기 어려워 보였다.
KT 입장에선 오원석을 SSG 시절에 보여준 이상의 잠재력을 끌어내는 것이 과제다. 단지 왼손으로 공을 던지는 투수가 아닌, 믿음직한 '좌완' 한 명으로 자리를 잡게 해야 한다는 의미다.
다행히 KT는 투수들의 조련에 일가견이 있는 이강철 감독이 지휘봉을 잡고 있다. 현역 시절 명투수로 이름을 날렸던 이 감독은 투수코치 시절부터 젊은 투수들을 경쟁력 있는 선수로 이끈 경험이 숱하게 많다.
일단 오원석이 가진 재능이 빼어난 만큼 전망은 밝다. 이제 막 시즌이 끝난 만큼 재정비의 시간도 충분하다.
오원석이 한자리를 차지한다면, KT의 투수 운용은 한결 수월해질 수 있다. 선발 로테이션에 포함되는 것이 가장 이상적인 시나리오지만, 우완 일색이던 불펜에서 한몫해주는 것만으로도 KT엔 큰 힘이 된다.
KT는 우완 선발 엄상백이 FA로 풀린다. 일단은 엄상백을 잡겠다는 의지지만, 혹여 그렇지 못한 상황이 생기더라도 1군 선발 경험이 풍부한 오원석이 있기에 충격을 최소화할 수 있다.
오원석은 "새로운 팀에서 잘 적응할 수 있게 노력하겠다"면서 "다음 시즌엔 KT에서 더 좋은 모습을 보여드리고 싶다"고 다짐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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