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바뀐 챔피언…'해태 영광' 재현하려는 KIA는 '왕조' 가능할까

2015~16년 두산 2연패 이후 매년 우승 팀 바뀌어
KIA, 투타 안정된 전력에 신구조화…2연패 노린다

28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7대5로 승리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 이범호 감독이 선수들에게 헹가래를 받고 있다. 2024.10.2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광주=뉴스1) 권혁준 기자 = 올해 프로야구에서도 '타이틀 방어'는 이뤄지지 못했다. 한 팀이 좀처럼 '독주'를 하지 못하는 '춘추전국시대'가 계속되고 있다.

쉬운 목표는 아니지만, 올해 왕좌에 오른 KIA 타이거즈는 소위 '왕조 건설'을 바라보고 있다. 탄탄한 전력을 앞세워 과거 '해태 시절'의 영광을 재현하겠다는 야심이다.

KIA는 지난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7-5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이로써 KBO리그는 2017년 이후 매년 우승 팀이 바뀌는 양상이 8년째 이어졌다.

2010년대 중반까지만 해도 '왕조'라는 단어는 자주 오르내렸다. 2005~06년엔 삼성, 2007~08년엔 SK가 연속 우승을 달성했고, 2011년부터 2014년까지는 삼성이 무려 4년 연속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28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7대5로 승리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 마무리 정해영과 포수 김태군이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2024.10.2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그리고 2015년엔 두산이 삼성의 5연패를 저지한 뒤 2016년까지 2연패를 차지했다.

그런데 2017년부터는 좀처럼 연속 우승이 나오지 않고 있다. 그해 KIA가 두산의 한국시리즈 3연패를 저지한 것이 시작이었다.

KIA는 통합 우승을 달성하며 2018년에도 기대를 모았지만 5위에 그쳤고, 대신 SK가 두산에 '업셋'을 달성하며 우승했다.

2019년엔 다시 두산이 통합 우승으로 웃었고 2020년엔 NC, 2021년엔 KT 등 '신생팀 돌풍'이 이어졌다.

이어 2022년엔 SSG가 팀명을 바꾸고 첫 우승을 일궜고, 지난해엔 LG가 39년 만의 한풀이에 성공했다.

통상 우승팀은 그다음 시즌에도 어느 정도의 전력을 유지해 우승 후보로 꼽히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최근엔 팀 간 전력 차가 눈에 띄게 좁혀지면서 연속 우승이 쉽지 않아졌다.

28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7대5로 승리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 선수들이 기뻐하고 있다. 2024.10.28/뉴스1 ⓒ News1 김도우 기자

올해만 해도 LG는 2연패 후보로 기대를 모았지만 주축 선수들의 이탈과 외국인선수의 부진 등으로 부침을 겪으면서 정규시즌 3위, 플레이오프 탈락으로 마무리했다.

이런 가운데 올 시즌 7년 만에 우승 트로피를 가져간 KIA가 내년에도 정상의 자리를 지킬 수 있을지 주목된다.

KIA는 올 시즌 팀 타율과 팀 평균자책점에서 모두 1위를 기록하는 등 투타에서 안정된 전력을 과시했다. 한국시리즈에서도 정규시즌 2위 삼성을 상대로 사실상 압도적인 싸움으로 시리즈를 지배했다.

비시즌의 상황을 지켜봐야겠지만, 현재로선 KIA가 내년에도 '강팀'의 면모를 유지할 가능성이 높아 보인다.

최형우와 양현종, 나성범, 김선빈, 김태군 등의 1980년대 출생의 베테랑과 전상현, 박찬호, 최원준 등의 1990년대생의 중견 선수들, 김도영, 정해영, 곽도규, 윤영철 등으로 이어지는 2000년대생 '신예' 선수들까지, 연령대가 고루 분포돼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다.

28일 오후 광주 북구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KIA가 승리, 이범호 감독을 헹가래 치며 2024 한국시리즈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4.10.28/뉴스1 ⓒ News1 김기남 기자

이전 우승팀들의 경우 베테랑에 대한 의존도가 지나치게 높거나 FA 등으로 핵심 선수들이 빠져나가는 등의 '변수'가 존재했으나 KIA의 경우 상대적으로 이같은 리스크가 덜 하다.

베테랑들의 '에이징 커브' 등에 대한 우려도 있으나 KIA는 선수층도 두꺼운 편이다. 올해만 해도 이의리, 윌 크로우, 윤영철 등 선발투수진에 잇따른 이탈이 생겼음에도 김도현과 황동하 등 '새 얼굴'이 등장해 공백을 최소화했다.

야수진에서도 한국시리즈 엔트리에 포함되지 못한 내야수 윤도현을 비롯해 부상으로 시즌을 일찍 마감한 황대인, 박민 등이 주전 자리를 호시탐탐 노린다.

'준주전급'으로 발돋움한 포수 한준수 역시 기존 주전 포수 김태군과 경쟁을 이어간다.

KIA는 1980~90년대 '해태' 시절 탄탄한 전력을 바탕으로 무려 9번이나 우승을 달성하며 '왕조'의 칭호를 얻었다. 2001년 KIA로 팀명을 바꾼 이후로도 3번의 우승을 기록했지만 '왕조'까지는 조금 부족했는데, 이번에야말로 해태 시절의 영광을 재현할 적기를 맞이했다는 평가들이 들린다.

이범호 KIA 감독도 "선수들이 자만에 빠지지 않고 내년에도 우승의 기분을 느끼게 하고 싶다"면서 "지금 당장 '왕조'라는 말을 쓰기엔 어렵지만, 세밀한 부분을 잘 잡으면 좋은 경기를 할 수 있다. 거만해지지 않고 잘 만들어가겠다"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