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1년 걸쳐 대 이은 KS 우승…정회열-정해영 부자 "행복한 순간"[KS]

정회열, 1993년 '우승 포수'…정해영 '헹가래 투수' 환희
아버지 "아들 우승 더 좋아"…아들은 "조언 새겨들어야"

대를 이은 우승을 확정한 정회열(오른쪽)-정해영 부자. ⓒ News1 권혁준 기자

(광주=뉴스1) 권혁준 기자 = 무려 31년에 걸쳐 대를 이은 우승이 완성됐다. 1993년 해태 타이거즈의 '우승 포수'였던 정회열, 그리고 2024년 KIA 타이거즈의 '헹가래 투수'가 된 정해영이 '부자(父子)'가 한 팀에서 한국시리즈 우승을 맛보는 진기록을 썼다.

KIA는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7전 4선승제)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7-5로 승리, 시리즈 전적 4승1패로 우승을 확정했다.

KIA의 우승 순간을 함께 한 투수는 정해영이었다. 그는 6-5의 살얼음 승부가 이어지던 8회초 2사 만루에 등판해 위기를 넘긴 뒤, 9회초 세 타자를 깔끔하게 막고 경기를 매조지었다.

이 우승으로 KIA엔 새로운 역사가 만들어졌다. 정해영의 아버지인 정회열 동원대 감독은 1993년 주전 포수로 한국시리즈 정상에 섰는데, 31년이 흐른 올해 정해영이 '마무리투수'로 대를 이은 우승을 차지한 것이다.

경기 후 만난 정해영은 "8회 등판 땐 긴장을 많이 했다"면서 "초구 볼이 들어간 이후 전력투구로 힘으로 붙어보려고 했는데 좋은 결과가 나왔다"고 했다.

오히려 아버지는 긴장감이 크지 않았다고 했다. 아들의 연습 투구를 보고 '막을 수 있다'는 확신이 들었다고.

28일 오후 광주 기아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삼성 라이온즈와 KIA 타이거즈의 경기에서 7대5로 승리하며 통합 우승을 차지한 KIA 마무리 정해영과 포수 김태군이 얼싸안으며 기뻐하고 있다. 2024.10.28/뉴스1 ⓒ News1 장수영 기자

정회열 감독은 "오늘 포수 뒤 자리에서 처음으로 '직관'을 하면서 아들 공을 봤다"면서 "연습 투구할 때 보니 공이 확실히 힘이 있고 묵직했다. 그걸 보면서 막을 수 있겠다고 생각했는데, 잘 해줬다"며 웃었다.

아들 정해영은 사실 '부자 우승'에 대한 감흥이 덜 하긴 하다. 아버지가 우승했을 당시엔 태어나지도 않았기 때문이다.

그래도 그 의미는 이해하고 있었다. 그는 "아버지가 우승할 당시에 현장에 있지는 않았지만 유튜브로 많이 봤다"면서 "우리 기아 팬들이 정말 대단하다는 건 확실히 알 수 있다"고 했다.

정회열 감독은 "자식 잘되는 걸 보면 최고로 좋은 것 아니겠나"라면서 "예전 내가 우승했을 때와 비교해 봐도, 지금이 현실이니 더 좋다"며 웃었다.

2020년 프로 지명을 받은 뒤 신인 선수 환영식에서 아버지 정회열에게 자신의 유니폼을 입혀드리고 있는 정해영. (KIA 제공)

그러면서도 아들의 발전을 위한 '쓴소리'도 잊지 않았다.

정회열 감독은 "작년보다 올해 한 단계 발전했지만, 여기서 더 발전할 여지도 있다"면서 "각 큰 변화구가 하나 더 있으면 좋을 것 같고, 구속도 더 나올 여지가 있다고 본다"고 조언했다.

정해영 역시 아버지의 사랑을 잘 알고 있다. 그는 "아버지는 누구보다 저를 좋아하고 아끼시는 분"이라면서 "조언도 많이 해주시는데, 너무 많이 해주셔서 알아듣지 못할 때도 있다. 그래도 계속 말해주시면 듣고 잘 해봐야겠다"며 미소 지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