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에서 잠실로, 홈런 줄어들 3·4차전…'벼랑 끝' LG의 마지막 기대
1·2차전서 피홈런만 8개…홈에서 '스몰볼'로 승부
삼성 잠실 팀타율 0.230 불과…LG는 '발야구' 기대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라팍'에서의 홈런 싸움에서 완패한 LG 트윈스가 벼랑 끝에 몰렸다. LG는 홈런이 많이 나오는 대구에서 가장 넓은 잠실구장으로 무대가 바뀌는 것이 기대를 걸고 있다.
LG는 지난 15일 대구 삼성 라이온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2차전 삼성 라이온즈와의 경기에서 5-10으로 패했다.
1차전을 4-10으로 내준 LG는 2차전마저 패하면서 코너에 몰렸다. 남은 3경기를 모두 이겨야만 한국시리즈에 오를 수 있는 절박한 상황이다.
1, 2차전 패배 요인을 한마디로 정리하면 '홈런'이다. 좌우중간 펜스가 107m로 가장 짧은 대구에서의 경기는 홈런이 많이 나올 것으로 전망됐는데, LG는 2경기에서 무려 8개의 홈런을 내줬다.
LG 역시 3개의 홈런을 때렸지만 역부족이었다. 그나마 그중 2개는 2차전에서 1-10으로 크게 뒤진 9회에 나온 것이라 영양가가 떨어졌다.
염경엽 LG 감독은 플레이오프를 앞두고 "우리도 빅볼 싸움에서 뒤지지 않는다"고 자신했지만 1, 2차전에선 완전히 밀린 모습이었다.
하지만 3, 4차전에선 또 다른 양상의 경기 흐름이 전개될 가능성이 높다. 무대가 대구에서 잠실로 옮겨지기 때문이다.
잠실은 대구와 달리 리그에서 가장 큰 야구장이다. 자연히 많은 홈런을 기대하기 어렵다.
정규시즌 팀 홈런 1위인 삼성 역시 잠실에선 많은 홈런을 치기 쉽지 않다. 이들은 정규시즌 잠실에서 단 11개의 팀 홈런을 기록하는 데 그쳤다. 잠실을 홈에서 쓰는 두산, LG를 제외해도 8개 구단 중 5위에 불과했다.
그렇다고 해서 정확도(팀 타율)가 올라간 것도 아니다. 삼성의 정규시즌 팀 타율은 0.269로 9위였는데, 잠실에서의 팀타율은 0.230으로 최하위에 그쳤다. 홈구장 대구에서 하던 '홈런 스윙'이 잠실에서는 쉽사리 통하지 않았다는 의미로 볼 수 있다.
반면 LG에 잠실은 심적인 안정을 준다. 1, 2차전 호되게 당했던 삼성의 장타를 억제할 수 있다는 전제를 깔고 경기에 들어갈 수 있기 때문이다.
염경엽 LG 감독 역시 "홈에서는 '스몰볼', 원정에선 '빅볼' 야구를 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
삼성의 장타를 틀어막는 가운데 홍창기, 신민재, 김현수, 문성주 등의 '소총 부대'로 반격하면 흐름을 유리하게 이끌 수 있다.
LG의 장점 중 하나인 '발야구' 또한 잠실에서 더욱 빛을 발할 수 있다. 단타나 볼넷 등으로 1루에 출루하기만 해도 적극적인 주루플레이로 상대 투수를 흔들 수 있다.
LG는 KT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5경기에서 12도루를 성공시키며 역대 단일 준플레이오프 팀 최다 도루 신기록을 세웠다. KT는 도루 저지 과정에서 여러 차례 실책을 범하며 자멸하기도 했다.
반면 플레이오프에선 1, 2차전 도합 단 1개의 도루밖에 없었다. 초반부터 삼성의 홈런포에 점수 차가 벌어지면서 1점을 짜내기 위한 작전의 필요성이 크지 않아졌기 때문이다. LG의 장점을 발휘할 여건을 만들지 못했다.
잠실에서 열리는 3, 4차전에선 '발야구'로 먼저 기선을 제압해야 승산도 커진다.
더욱이 삼성의 3차전 선발은 신예 황동재다. 정규시즌 통산 1군 등판이 39경기, 2승 10패에 불과하며 포스트시즌 등판 경력은 전무한 투수다. LG의 발야구가 적극적으로 펼쳐질 여지가 충분하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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