준PO서 멈춘 마법, 그래도 졌잘싸… KT는 '최초 역사' 또 썼다
사상 첫 5위결정전 거쳐 WC 업셋…LG에 또 패배
올해도 슬로스타터, 7월 이후 반등…5년 연속 PS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매서웠던 기세를 생각하면 조금은 허무하게 마무리된 '마법사 군단'의 가을이었다. 하지만 그럼에도 KT 위즈는 찬사를 받기에 충분했다. 최초의 역사를 여럿 써 내려간 KT는, '졌잘싸'(졌지만 잘 싸웠다)라는 수식어를 붙이기에 충분했다.
KT는 11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 포스트시즌 준플레이오프(5전 3선승제) 5차전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1-4로 패했다.
앞서 열린 4차전에서 연장 혈투 끝에 승부를 원점으로 돌렸던 KT는, 최종 5차전을 패하면서 시즌을 마감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에서도 LG에 1승 뒤 4연패로 준우승을 기록했는데, 1년 뒤 재대결에서도 설욕하지 못했다.
다소 아쉬운 결말이었다. KT는 치열한 5위 싸움을 벌인 끝에 SSG 랜더스와 동률을 이루며 '사상 최초'의 5위 결정전을 치렀다. 그 경기에서 8회말 멜 로하스 주니어의 극적인 3점홈런이 터진 덕에 승자가 됐다.
이어진 두산 베어스와의 와일드카드 결정전 역시 '역사'를 일궜다. 앞서 열린 9번의 와일드카드 결정전에서 5위가 4위를 잡은 적이 한 번도 없었는데, KT는 2연승을 거두며 첫 업셋의 주인공이 됐다.
기세가 오른 KT는 3위 LG와의 준플레이오프에서도 1차전을 잡으며 연승 행진을 이어갔다. 정규시즌 5위가 플레이오프까지 오르는 새로운 역사가 또다시 만들어질 것만 같았다.
하지만 큰 경기가 연일 이어지다 보니 선수들의 체력에 한계가 올 수밖에 없었다. 수비가 흔들리며 흐름을 내줬다.
2차전에선 무려 4개의 실책을 범했고, 3차전에서도 오재일의 결정적 실책 하나가 오스틴 딘의 3점홈런으로 연결됐다. 2경기 연속 쓰라린 역전패였다.
4차전을 간신히 잡은 뒤 맞이한 5차전은 다소 무기력한 패배였다. 선발 엄상백이 초반부터 실점했고 타선은 임찬규의 호투에 묶였다. 결국 1회 내준 리드를 끝내 극복하지 못한 채 아쉬움을 삼키게 됐다.
사실 KT의 올 시즌은 녹록지 않았다. 주축 선수들이 시즌 초반 줄부상을 당하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몇 년째 반복된 '슬로스타터'의 흐름이 올해도 이어졌다.
부상 이탈은 KT에 몇 년째 반복되는 일이기도 했지만, 올해는 선발투수가 대거 이탈하면서 타격이 더 컸다.
KT는 소형준이 작년 받은 수술 여파로 합류가 늦었고, 개막 이후엔 고영표, 웨스 벤자민도 차례로 자리를 비웠다. 윌리엄 쿠에바스와 엄상백이 그나마 꾸준하게 로테이션을 지켜줬으나 3명의 대체 선발을 기용하면서 어려움을 겪었다.
이에 올해는 반등의 시점도 더 늦었다. 지난해만 해도 6월 초까지 꼴찌를 달리다 반등했지만, 이번엔 6월을 마친 시점에서도 9위였다. 중위권과의 격차가 크지 않다고는 해도 반등이 쉽지 않아 보였다.
그러나 KT는 쉽게 포기하지 않았다. 7월 이후 선발진이 제대로 진용을 갖추기 시작하면서 무섭게 치고 올라왔다. 7월 13승6패(0.684)로 승패 마진을 7개나 회복하면서 순위를 끌어올렸다.
8월에 13승13패로 주춤했지만, 9월에 다시 10승7패(0.588)를 기록한 KT는 결국 5위 결정전까지 확보하는 데 성공했다.
그리고 5위 결정전부터 와일드카드 결정전까지, '내일이 없는 경기'를 펼친 KT는 무섭게 상위 팀들을 압박했다. '토종 에이스' 고영표와 수술을 받고 돌아온 소형준, 외인 듀오 윌리엄 쿠에바스와 웨스 벤자민까지 팀을 위한 희생을 마다하지 않았다.
쉽지 않은 여정이었지만 KT는 결코 호락호락하게 물러나지 않았다. 와일드카드 결정전과 준플레이오프까지 모두 최종전 혈투를 벌였고, 마지막까지 물고 늘어지며 상대의 진을 뺐다.
2021년 창단 첫 우승과 5년 연속 가을야구까지. 이제 '제 10구단' KT를 더 이상 약체로 보는 시선은 없다. KT는 확고한 팀컬러를 가진 리그의 '신흥 강호'로 완벽히 자리 잡았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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