순리대로 간다 했는데…무리수가 된 SSG의 김광현 불펜 승부수
5위 결정전서 8회 등판한 김광현 역전 3점포 맞아
KT는 과감한 대타 카드 적중…로하스 "감독님 천재"
- 권혁준 기자
(수원=뉴스1) 권혁준 기자 = 5위 결정전을 앞둔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은 '순리'를 강조했다. 선발투수 로에니스 엘리아스를 최대한 믿고 길게 끌고 간 뒤, 필승조 노경은과 마무리 조병현으로 이어 간다는 게 투수 운용 계획이었다.
유사시엔 이로운을 등판시킬 수도 있다고 이야기하면서도 "김광현이나 드루 앤더슨은 중간에 투입될 상황이 아니다"고까지 했다. 고영표와 웨스 벤자민 등 선발투수를 불펜에 대기시키겠다고 한 KT 위즈 이강철 감독과는 대비되는 모양새였다.
공언대로 SSG는 경기를 순조롭게 풀어갔다. 선발 엘리아스가 1회 먼저 실점했지만 6회까지 버텨줬고, 타선이 점수를 뽑아 3-1로 뒤집었다.
마운드는 7회를 막은 노경은이 8회까지 책임지는 듯했다. 그런데 노경은이 KT 선두타자 심우준에게 안타를 맞자 SSG 벤치가 움직였다.
그리고 마운드에 오른 이는 김광현이었다. 경기 전의 언급과는 다른 교체였다.
무엇보다 김광현은 SSG가 와일드카드 결정전에 진출할 경우 선발 등판이 유력했기에 의아한 선택일 수밖에 없었다. 그는 9월 28일 한화 이글스전에서 5⅓이닝 97구를 소화했고 휴식일은 이틀 밖에 없었다.
나이도 만 36세의 베테랑이기에, 젊었을 때의 김광현 같은 구위를 기대하기도 어려웠다. 벤치의 선택이든, 김광현의 자원 등판이든 어느 쪽으로 생각하더라도 쉽게 납득이 되지 않는 판단이었다.
그리고 이 승부수의 결과는 최악의 결과로 귀결됐다.
김광현은 대타 오재일에게 안타를 맞아 무사 1,3루에 몰렸고, 후속타자 멜 로하스 주니어에게 좌중간 담장을 넘기는 역전 3점홈런을 맞은 뒤 고개를 떨궜다.
단기전에선 사령탑의 작전 구사, 특히 투수 운용이 큰 비중을 차지한다. 이날 SSG는 '순리'대로 운용을 하지도 못했고, 승부수도 적중시키지 못해 더 큰 상처를 안아야 했다.
반면 KT는 이날 '승부수'를 제대로 적중시켰다. 비록 선발 요원 고영표가 등판해 최정에게 홈런을 얻어 맞긴 했지만, 8회말 한 번의 찬스에서 '대타 카드'가 맞아떨어졌다.
무사 1루에서 SSG가 김광현을 등판시키자, KT는 김민혁 대신 오재일을 대타로 냈다. 김민혁은 후반기 KT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 중 하나였기에 교체 결정이 쉽지 않았다. 아울러 오재일 역시 김민혁과 같은 좌타자이기에 의아한 결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오재일은 안타를 때려 무사 1,3루의 찬스를 이어갔고, 이것이 로하스의 홈런까지 연결됐다.
로하스도 경기 후 사령탑의 '승부수'에 연신 감탄했다. 그는 "우리 팀에서 가장 잘 치는 타자를 빼는 선택은 모험으로 보였는데, 딱 들어맞았다"면서 "쉽지 않은 결정을 한 감독님은 '야구 천재'가 아닐까 생각한다"고 엄지를 세웠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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