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내 아쉬웠던 고영표, 시즌 최종전 '완벽투'…"이틀 쉬고 등판도 OK"
키움전 4회 구원 등판해 5이닝 1피안타 1실점 역투
"밸런스 뒤늦게 잡히고 있어…TB도 잘 준비하겠다"
- 권혁준 기자
(수원=뉴스1) 권혁준 기자 = KT 위즈가 구단 사상 최초의 '비FA 다년 계약'을 체결한 고영표(33)는 계약 후 첫 시즌 내내 아쉬움을 남겼다. 하지만 가을 야구를 위해 가장 중요했던 정규시즌 최종전에서 완벽한 투구를 펼쳐 부활 조짐을 보였다.
KT는 29일 경기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10-7로 이겼다.
KT는 1-6으로 끌려가던 경기를 뒤집으며 최소 5위 결정전 진출을 확보했다. 2020년부터 계속된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은 한결 커졌다.
타선의 힘이 돋보였지만 5회 이후 단 한 점도 내주지 않은 마운드도 중요했다. KT는 웨스 벤자민이 3⅓이닝 6실점(4자책)으로 조기 강판했기에 어려운 경기를 할 수밖에 없었다.
이런 가운데 불펜투수로 '깜짝 등판'한 고영표의 활약이 빛났다. 그는 이날 4회 2사 후 구원 등판해 9회 2사까지 5이닝 동안 48구를 던지며 1피안타 4탈삼진 1실점으로 호투, 승리투수가 됐다.
시즌 전 5년 총액 107억 원의 비FA 다년 계약을 맺은 고영표는 올 시즌 기대에 비해 아쉬운 성적을 남겼다. 시즌 초반엔 부상이 있었고, 부상 복귀 이후에도 특유의 날카로운 제구가 빛나지 못했다. 이날 경기 전까지 95이닝에 평균자책점 5점대의 성적은 '고영표답지 않은' 것이었다.
그러나 시즌 최종전은 달랐다. 구석구석을 찌르는 제구가 빛나며 키움의 타자들을 요리했다. 특유의 '맞혀잡는' 고영표의 장점이 제대로 드러난 올 시즌 최고의 피칭이었다.
1-6으로 뒤진 4회초 2사 1,2루에서 등판한 고영표는 김건희를 삼진으로 잡고 급한 불을 껐다.
이어진 4회말 공격에서 KT가 5점을 뽑아 동점이 되자 고영표는 사실상 '선발투수' 노릇을 했다.
그리고 그는 5회부터 8회까지 키움 타선에게 단 한 차례의 출루도 허용하지 않았다. 4회 2사부터 13타자 연속 '퍼펙트' 행진.
당초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전 고영표를 1이닝 정도 기용하겠다고 말했지만, 고영표가 눈부신 피칭을 이어가자 교체 없이 이어갔다.
9회에도 마운드에 오른 고영표는 첫 타자 박수종에게 안타를 맞아 '퍼펙트'를 마감했다. 그러나 이후 김태진, 이주형을 범타 처리했고 투구수가 50구에 가까워지자 마운드를 내려왔다.
구원 등판한 박영현이 고영표가 내보낸 주자를 내보냈지만, 이날의 호투로 고영표는 시즌 100이닝을 채웠고 평균자책점은 4.95로 낮췄다.
경기 후 만난 고영표는 "팀 승리에 기여해 기분이 좋다. 지난 경기 후부터 준비했기 때문에 좋은 피칭이 된 것 같다"며 만족스러움을 피력했다.
이어 "감독님이 원래 1이닝 정도를 말씀하셨지만 야구는 늘 생각대로 되지 않는다"면서 "길게 갈 수도 있다고 하셨고 나도 컨디션이 좋았다. 내일이 없는 경기이기에 컨디션 좋은 선수가 나가는 게 맞다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최고의 피칭을 보였지만, 시즌 전체로 보면 아쉬움이 더 크다.
고영표는 "부상이 위험하다는 것을 다시 한번 느꼈다. 리그의 변화된 제도에 적응하는 데 어려움도 겪었다"면서 "밸런스가 뒤늦게 잡히고 있어서 다행이다. 시즌 끝나고 다시 돌아보면서 교정하며 준비해야 한다"고 했다.
일단 당장은 팀의 '가을야구'에 집중해야 한다. 이날 SSG 랜더스가 한화 이글스를 잡으면서 5위 싸움은 마지막까지 이어지게 됐고, SSG가 30일 키움과의 최종전을 잡으면 5위 결정전이 성사된다.
고영표는 "SSG를 상대로 그동안 성적이 좋아 감독님께서 (5위 결정전을) 준비해달라고 하셨다"면서 "예정보다 많이 던졌지만 어떻게든 준비해야 한다. 이틀 쉬고 나가도 던질 수 있는 컨디션을 만들어야 한다. 의지도 있다"고 마음을 다잡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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