승부 가른 '삼중도루'…모처럼 빛난 LG 발야구, 염경엽 감독 '방긋'

키움전 3회말 2사 만루서 과감한 주루플레이
직후 3점포 터져…흐름 살려 14-3 대승 거둬

염경엽 LG 트윈스 감독. /뉴스1 DB ⓒ News1 김도우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타선의 힘이 돋보인 경기였지만 승부를 가른 결정적 장면은 '발'에서 비롯됐다. LG 트윈스가 모처럼 빛난 '발야구'로 승리를 챙기며 사령탑을 방긋 웃게 했다.

LG는 8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한화 이글스와의 경기에서 14-3 대승을 거뒀다.

이날 LG는 무려 19안타를 폭발하며 한화 마운드를 초토화했다. 이영빈은 2개의 홈런을 포함해 4안타 5타점, 홍창기는 4안타를 몰아쳤다.

승부처는 3회말이었다. 이날 LG는 1회 만루 찬스를 놓쳤고, 2회 다시 잡은 만루에서는 상대 폭투와 내야 땅볼로 2점을 냈다. 적시타는 없었다.

3회에도 다시 2사 만루 찬스를 만들었다. 이번에도 무위에 그친다면 오히려 흐름이 넘어갈 수도 있었다.

이 상황에서 타석에 들어선 이영빈은 연거푸 2개의 스트라이크를 지켜봐 볼카운트가 불리해졌다. 또 한 번 찬스가 무위에 그칠 수 있는 상황이 됐다.

그런데 이 순간, 3루 주자 문보경이 기습적으로 스타트를 끊었다. 한화 투수 김기중이 좌완이라는 점을 노려 리드 폭을 크게 가져가고 있다가 홈을 파고든 것이었다.

LG 트윈스 문보경. /뉴스1 DB (사진은 기사 내용과 무관함) / 뉴스1 ⓒ News1ⓒ News1 김명섭 기자

한화로선 그다지 발이 빠르지 않은 문보경이 홈을 파고드는 경우의 수를 전혀 예상치 못했다.

김기중은 포수 최재훈의 콜을 듣고 급하게 홈으로 공을 던졌지만 문보경의 손이 더 빨랐다. 1루주자 구본혁, 2루주자 오지환도 다음 루를 향하면서 '삼중도루'가 인정됐다.

KBO리그 역대 8번째 '진기록'이었다. 만루 상황에서만 나올 수 있는 삼중도루는 좀처럼 보기 어렵다.

삼중도루로 귀중한 추가점을 낸 LG는 이어진 상황에서 이영빈이 3점홈런까지 터뜨려 6-0으로 벌렸다. 사실상 경기 흐름이 넘어간 장면이었다.

LG는 이날 1회에도 김현수가 2루 도루를, 2회엔 박해민이 2루 도루를 성공시키는 등 5개의 팀 도루를 기록했다. 도루 실패는 한 개도 없었다.

LG는 지난해 염경엽 감독이 부임한 이후 적극적인 도루를 독려하고 있다. 실제 통합 우승을 일군 지난해 팀 도루 1위, 올해도 두산에 이은 2위를 달리고 있다.

하지만 적극적인 도루는 비판의 지점이 되기도 했다. 도루 성공률이 작년엔 62.2%로 꼴찌, 올해도 67.7%로 뒤에서 세 번째에 그치고 있기 때문이다. 경쟁력 있는 타선을 보유하고도 저조한 도루 성공률로 스스로 흐름을 끊는다는 비판이 나오는 이유다.

하지만 적어도 키움전은 염경엽 감독의 적극적인 주루를 비판하기 어려웠다. 이날 LG의 승리를 이끈 주루의 이면엔 지난해부터 축적된 '과감함'이 있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