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재홍에 이승엽도 뛰어넘은 '21세'…김도영 시대 활짝 열렸다

시즌 33호 홈런포로 만 21세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
최연소 30-30 등 각종 기록 작성중…시즌 MVP 유력

KIA 타이거즈의 김도영이 연일 '레전드'를 소환하며 리그를 폭격하고 있다. / 뉴스1 DB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한국 프로야구 호타준족의 상징과도 같은 박재홍에 이어 '국민타자' 이승엽의 아성마저 넘었다. '만 21세' 김도영의 질주는 어디까지일까. 이미 KBO리그는 '김도영 시대'가 도래했다고 해도 과언 아니다.

김도영은 지난 28일 광주 기아 챔피언스필드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전에서 3번타자 3루수로 선발 출장해 1회말 2점홈런을 쏘아 올렸다.

5경기 만에 홈런포를 재개한 김도영은 시즌 33호째를 기록하게 됐다. 이는 만 21세 시즌 최다 홈런 신기록이다.

종전 기록은 무려 27년 전으로 거슬러 올라가야 한다. 1997년 당시 고졸 3년 차의 이승엽 현 두산 베어스 감독이 32홈런을 때린 것이 만 21세 선수의 최다 홈런 기록이었다.

김도영의 경우 2003년 10월 2일생으로, 정확히는 만 21세가 채 되지 않은 시점에서 이승엽의 기록을 뛰어넘었다.

물론 이승엽이 가진 '최연소 홈런왕' 타이틀은 쉽지 않다. 이승엽은 1997년 당시 리그 홈런왕까지 올랐지만, 김도영은 홈런 선두인 맷 데이비슨(NC·37홈런)과 4개 차로 벌어져 있어 역전을 장담하기 어렵다.

그러나 27년 묵은, 그것도 이승엽의 기록을 갈아치웠다는 것 자체로도 의미는 매우 크다. 고졸 3년 차, 만 21세의 선수가 30홈런을 달성한 사례조차 없었는데, 리그 레전드인 이승엽과 함께 김도영이 어깨를 나란히 한 것이기 때문이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 (KIA 제공)

올 시즌 잠재력이 대폭발한 김도영은 이미 여러 기록을 자신의 것으로 만들었다.

4월엔 KBO리그 역사상 최초의 월간 '10(홈런)-10(도루)'을 달성했고 지난 7월 23일 NC 다이노스에선 역대 최초 4타석 만의 내추럴 사이클링히트(단타-2루타-3루타-홈런 순으로 기록)를 달성했다. 같은 달엔 역대 최연소 100득점 선점과 최소경기 100득점(97경기)을 동시에 갈아치우기도 했다.

여기에 더해 이달 15일 키움 히어로즈전에선 30-30 클럽에 가입했다. 역대 9번째 사례이자 1996년 박재홍의 최연소 기록, 2015년 에릭 테임즈의 최소 경기 기록을 동시에 갈아치운 대업이었다.

김도영이 하나씩 칠 때마다 전설들의 이름이 소환된다.

현재 94타점을 기록 중인 김도영은 6타점을 보태면 100타점을 채우는데, 이 경우 3할-30홈런-30도루-100득점-100타점의 고지를 밟게 된다.

KIA 타이거즈 김도영. / 뉴스1 DB ⓒ News1 이광호 기자

이 기록은 2000년 박재홍과 2015년 테임즈 등 KBO리그 역사상 단 2명만 작성했다. 역시 레전드로 꼽히는 이름이다.

아직 시즌은 20경기 내외가 남아있지만, 정규리그 최우수선수(MVP)의 주인공은 정해졌다고 말해도 지나치지 않다. 김도영은 사실상 MVP를 예약했고, 얼마나 압도적인 득표율을 보일까 정도가 관심사다.

김도영이 MVP를 받는다면 역대 프로야구 최연소 '야수 MVP'가 된다. 종전 기록은 1997년 이승엽이었다. 이승엽 역시 만 21세 시즌에 MVP를 받았지만, 1976년 8월생으로 김도영보다 생일이 두 달 빠르다.

참고로 투타를 통틀어 최연소 MVP는 류현진(한화)이 보유하고 있다. 류현진은 2006년 만 19세의 나이로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휩쓰는 전무후무한 기록을 남겼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