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로 지워진 켈리 고별전…2⅔이닝 호투했으나 '노게임'

LG가 6-0 앞선 3회 중단…재개 결정 후 다시 폭우
켈리의 마지막 등판 기록은 인정 안 돼

LG 트윈스 케이시 켈리의 마지막 등판이 노게임으로 마무리됐다. /뉴스1 DB ⓒ News1 민경석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LG 트윈스와 외국인 투수 케이시 켈리(35)의 동행이 마침표를 찍었다. 켈리의 마지막 등판은 노게임으로 인정되지 않는 기록이 됐다.

켈리는 20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두산 베어스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했다.

이날 경기는 켈리가 LG 유니폼을 입고 던지는 마지막 경기였다. LG는 전날 외국인 투수 교체를 결정했고, 켈리에게 작별을 통보했다.

작별이 결정된 상황이었지만 켈리는 예정된 경기를 소화하기로 했다.

LG 관계자는 "켈리에게 선택권을 주기로 했는데, 켈리가 가족과 논의 끝에 등판 의사를 밝혀 예정대로 마운드에 오르기로 했다"고 설명했다.

마지막 등판에서 켈리는 역투를 펼쳤다. 그는 1회초 뜬공 2개와 삼진 1개를 묶어 삼자범퇴로 출발했다.

이어 1회말엔 야수들이 켈리에게 대량 득점을 선물했다. 오스틴 딘이 선제 2점홈런을 작렬했고, 문보경이 백투백 홈런을 이어갔다.

켈리는 2회 김재환에게 볼넷, 박준영에게 안타를 내줘 1사 1,2루에 몰렸다. 하지만 김기연의 내야 땅볼 때 유격수 오지환의 재치 있는 수비로 병살타 처리하며 위기를 넘겼다.

LG는 2회말 공격에서도 1사 만루에서 오지환, 오스틴 딘의 연속 적시타로 6-0까지 벌렸다.

3회초 마운드에 오른 켈리는 아웃카운트 2개를 잡고 2사 2루 상황을 맞이했다.

그러나 잠실구장에 거센 빗줄기가 그라운드를 뒤덮었고 경기 중단이 선언되면서 켈리는 마운드를 내려와야 했다.

경기는 오후 6시 50분에 중단됐고 1시간 넘게 기다린 끝에 재개가 선언됐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우승 이후 오스틴 딘과 기쁨을 나누던 케이시 켈리(오른쪽)의 모습. (LG 트윈스 제공)

하지만 그라운드를 정비하는 과정에서 다시 비가 쏟아지면서 결국 노게임이 선언됐다.

대기 시간 99분 끝에 오후 8시 29분 경기 취소가 결정됐고, 켈리의 마지막 등판은 다소 허무하게 막을 내렸다.

켈리는 2019년 LG에 입단해 5번의 재계약을 거쳐 올 시즌까지 뛴 '장수 외인'이다.

지난해 정규시즌에서 10승7패 평균자책점 3.83으로 불안감을 보였지만, 한국시리즈에선 1, 5차전에 등판해 11⅓이닝 3실점(2자책)으로 잘 던져 팀의 통합 우승에 기여하기도 했다.

다만 6년 차인 올 시즌엔 현재까지 5승8패 평균자책점 4.51로 흔들렸다. 고민하던 LG는 결국 켈리와의 작별을 선택했다.

마지막 경기가 노게임 선언되면서 켈리는 KBO리그 통산 163경기 73승46패 평균자책점 3.25의 기록으로 LG와의 동행을 마치게 됐다.

켈리는 노게임이 선언된 뒤 자신의 이름을 연호하는 LG 팬들을 향해 손을 흔들다 눈시울을 붉히기도 했다. LG 선수들은 켈리를 헹가래 치며 마지막 인사를 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