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부상 복귀 후 반등' LG 오지환 "내 자신에게 창피하기 싫었다"

17일 SSG전 만루 홈런 포함 5타점 맹활약
"2군에서 열심히 하는 동료보며 투지 생겨"

LG 트윈스 내야수 오지환이 16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SSG 랜더스전에서 모처럼 공수에서 맹활약한 뒤 수훈 선수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4.7.17/뉴스1 ⓒ News1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전반기 극심한 부진을 이겨내고 반등의 서막을 연 LG 트윈스 내야수 오지환(34)이 "스스로에게 창피한 감정을 느끼는 것이 싫었다"며 그간 마음고생을 전했다.

오지환은 17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전 12-9 승리 이후 취재진과 만나 "최근 원치 않는 결과가 나와 형들도 다소 처져 있다는 생각이 들었다. 분위기를 바꾸기 위해 내가 더 '으쌰으쌰' 하려 했는데 연승을 잇게 돼 기쁘다"고 말했다.

이날 6번타자 유격수로 선발 출전한 오지환은 5타수 2안타 1홈런 5타점 1득점을 기록했다.

지난해 한국시리즈 최우수선수(MVP)를 수상한 뒤 골든글러브까지 받으며 최고의 한 해를 보낸 오지환은 전반기 타율 0.238에 그치며 체면을 구겼는데 이날 완벽히 부활하며 웃음을 되찾았다. 전반기 그를 괴롭히던 손목 통증과 햄스트링 부상도 나아 몸도 마음도 가볍다.

오지환은 "나이가 들면 몸이 못 버틴다는 말을 그동안은 느끼지 못했었다. 그런데 수비 연습 도중 햄스트링에 극심한 통증을 느끼면서 '이게 뭔가' 싶었다. 내 몸에 실망한 순간이었다"며 "여러 상황이 겹쳐 2군에 오래 있었지만, 그곳에서 열심히 운동하는 동료들을 보면서 오히려 투지가 더 생겼다"고 전했다.

이어 "1군에서 빠진 기간에도 계속해서 형들과 연락하면서 팀 분위기를 함께 하려고 했다. 그 덕분에 복귀했을 때도 어렵지 않게 금방 적응할 수 있었다"고 말했다.

오지환은 이날 3회 무사 만루에서 김광현을 상대로 만루홈런을 뽑아냈다. 1회 3실점 후 어렵게 버티던 김광현을 무너뜨린 한 방이었다.

21일 오후 인천시 미추홀구 문학동 SSG랜더스필드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 SSG 랜더스의 더블헤더 2차전 경기, 6회초 1사 주자 3루 상황 LG 구본혁 외야 플라이에 3루 주자 오지환이 홈인하고 있다. 2024.4.21/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오지환은 "플라이를 치더라도 타점을 올리자는 생각이었다. 타석에서 상대가 카운트를 잡으러 올 것이란 것을 알고 적극적으로 치려 했는데 슬라이더가 방망이에 잘 맞았다"며 "그간 '내 실력이 이것뿐인가'라는 생각도 들었는데 오늘 정말 오랜만에 수훈선수 인터뷰를 해 감회가 새롭다"고 설명했다.

전반기 도중 주장 완장을 김현수에게 넘긴 오지환은 오히려 홀가분한 표정이었다.

그는 "그동안 내가 많은 것을 짊어지고 가려 한 것도 있었는데 최근에는 꼭 그럴 필요는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며 "주장을 물려받은 (김)현수형에게는 미안하지만 나도 이제 편하게 내 목소리도 내려 한다. 무엇보다 스스로에게 창피하지 말아야 한다는 생각이 크다"고 고백했다.

오지환의 꿈은 한국시리즈 2연패다. LG는 전반기 부침 속에서도 계속해서 2~4위권에서 경쟁하고 있는데 부상자들이 돌아오면 더 강해질 수 있다는 기대다.

오지환은 "1위와 5~6경기 차가 많을 수도 있지만 또 극복할 수 있는 순위이기도 하다"며 "아직 팀의 우려 요소들이 있는 것을 알지만 좋은 자원들이 많기에 충분히 상위권에서 좋은 경쟁을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고 강조했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