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SG→두산 이직' 시라카와, '전 직장' 문학으로 택배 '오배송'
11일 수원 KT전 앞서 두산 선수단 합류
SSG 선수단 "우리와 붙으면 안 봐줄 것"
- 문대현 기자
(인천=뉴스1) 문대현 기자 = SSG 랜더스에서 짧고 굵은 추억을 남기고 두산 베어스로 떠난 일본인 투수 시라카와 케이쇼(23). 몸은 인천을 떠났지만 100% 흔적을 지우진 못했다.
일본 독립리그 출신의 시라카와는 주목받는 외국인 선수다.
지난 5월 SSG 로에니스 엘리아스의 대체 단기 외국인 선수로 영입된 그는 인상적인 활약을 펼쳤다. 부상이 회복된 엘리아스가 돌아오자 예정된 계약 기간(6주)을 마치고 팀을 떠났으나 구위가 좋아 SSG가 끝까지 고민했을 정도다. 생각보다 퍼포먼스가 괜찮았기에 결국 다른 팀의 러브콜을 받았다.
당초 시라카와는 일본으로 돌아가 10월 열릴 일본프로야구(NPB) 신인 드래프트를 준비하려 했으나 브랜든 와델의 부상 공백으로 대체 외인을 찾던 두산의 레이더망에 걸렸고, KBO리그 '이직'에 성공했다.
SSG에서 6주간 1540만 원을 받았던 시라카와는 기량을 인정받아 3430만 원에 두산과 계약했다. 다시 뛸 준비를 마친 시라카와는 11일 두산-KT전이 열리는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선수단에 합류했다.
시라카와가 수원에서 새 동료와 인사를 나눌 때 그의 '전 직장' 인천 SSG랜더스필드에서도 그의 얘기가 한창이었다. 시라카와의 이름으로 작은 택배 상자가 하나 도착했기 때문이다.
6주간 시라카와의 통역을 맡았던 SSG 운영팀 금강산 파트너는 "시라카와의 개인 물품 하나가 오늘 랜더스필드에 도착했다. 나갈 때 모든 정리를 하고 팀을 떠났는데 택배 주소까진 미처 바꾸지 못한 것 같다"고 웃었다.
금 파트너는 SSG 홍보팀 관계자에게 이 물품을 전하며 시라카와에게 전달을 부탁했다. SSG는 오는 26~28일 랜더스필드에서 두산과 홈경기를 치른다. SSG는 이때 두산 홍보팀을 통해 시라카와의 택배 상자를 전달할 예정이다.
물품은 차질 없이 주인을 찾아가겠지만 SSG는 아직 시라카와를 완전히 잊지 못했다. SSG 관계자는 "시라카와가 기량은 물론 인성도 훌륭해 동료들로부터 많은 사랑을 받았다"고 전했다.
금 파트너는 "내가 마사토 와타나베 수비 코치와 시라카와의 통역을 함께 맡아 시라카와로서는 불편했을 수도 있는데 잘 기다려줘서 고맙다"며 "일본의 아주 작은 시골 지역에서 나고 자란 시라카와가 서울 생활에 잘 적응할지 모르겠다. 두산에서는 시라카와만을 위한 전담 통역사가 있으면 좋겠다"고 아련한 감정을 전했다.
SSG가 시라카와를 향해 품고 있는 애틋한 마음은 여전하지만, 승부를 생각하면 냉정해진다. 다가오는 두산과 3연전에서 시라카와가 선발 등판할 수 있다는 점을 준비하고 있다.
SSG 관계자는 "만약 붙게 되면 무조건 우리가 이겨야하지 않겠나. 아마 선수들도 SSG가 호락호락한 팀이 아니라는 것을 보여주려 할 것"이라며 "우리도 시라카와의 장단점도 알고, 시라카와도 우리의 스타일을 아는 만큼 재미있는 승부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시라카와와 많은 시간을 함께했던 또 다른 관계자는 "시라카와가 우리 상대로 던지는 것을 보고 택배 상자를 줄지 말지 결정해야겠다"고 유쾌하게 웃었다.
선수들의 마음도 프런트와 다르지 않다. 시라카와가 두산에서 좋은 모습을 보인 뒤 NPB까지 진출하길 바라는 마음이지만 승부에서는 지지 않겠다는 자세다.
SSG의 한 타자는 "타석에서 시라카와를 만나면 (실력을) 보여줘야죠"라고 말했다. 그만큼 관계가 돈독했기에 웃으며 전할 수 있는 '경고'였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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