두산 전반기 상승세 이끈 젊은 불펜, 그러나 '소화 이닝'이 너무 많다

불펜 평균자책점 3.99로 10개 구단 중 압도적 1위
불펜 358⅓이닝 소화…무더위 속 방전 우려

2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9회초 두산 김택연이 역투하고 있다. 2024.6.20/뉴스1 ⓒ News1 박정호 기자

(서울=뉴스1) 원태성 기자 = 올 시즌 두산 베어스가 전반기 선두 경쟁을 펼칠 수 있었던 힘은 젊은 불펜진 덕분이었다.

외국인 투수들의 부상과 부진, 토종 에이스 곽빈의 이탈로 선발 로테이션이 전반기 내내 정상적으로 돌아가지 못한 상황에서 최지강(23), 이병헌(21), 김택연(19) 등을 중심으로 한 두산의 불펜진은 팀 승리를 굳건히 지켰다.

기록적인 측면에서도 불펜진의 활약은 여실히 드러난다. 두산은 4일 기준 불펜 평균자책점 3.99로 이 부문 1위를 달린다. 2위 LG 트윈스(4.63)와의 격차도 크다.

'고졸 신인' 김택연은 강력한 구위를 바탕으로 6월부터 마무리 보직까지 맡으며 2승 7세이브 4홀드 평균자책점 2.39를 기록 중이다. 지금까지 활약만 고려하면 신인상 후보 1순위다.

최지강은 3승 1패 1세이브 12홀드 평균자책점 2.82, 이병헌도 5승 8홀드 평균자책점 3.08로 뒷문을 든든히 지키고 있다.

19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NC 다이노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8회초 구원 등판한 두산 최지강이 역투하고 있다. 2024.6.19/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두산은 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롯데 자이언츠와의 경기에서도 강력한 불펜의 힘으로 승리했다. 선발 투수 라울 알칸타라가 2이닝 동안 4안타와 3볼넷을 내주고 6실점으로 무너졌지만, 불펜 투수 7명이 7이닝을 2실점으로 막아내며 팀의 13-8 승리를 합작했다.

최지강, 이병헌, 김택연은 각각 구원승, 홀드, 세이브를 기록했다.

두산은 이들의 활약을 바탕으로 현재 45승 2무 39패로 4위를 유지하며 선두권 경쟁을 이어가고 있다. 선두 KIA와 격차가 4경기 차밖에 나지 않는다.

이승엽 감독도 이 세 선수를 전반기 MVP로 꼽으며 "젊은 불펜 투수들이 없었다면 여기까지 올 수 없었을 것"이라고 고마움을 전했다.

30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SSG 랜더스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에서 7회초 구원 등판한 두산 이병헌이 역투하고 있다. 2024.6.30/뉴스1 ⓒ News1 오대일 기자

그러나 강력한 불펜의 활약 이면에는 불안 요소도 있다. 바로 이들의 소화 이닝이 너무 많다는 점이다.

두산의 불펜은 지금까지 358⅓이닝을 소화하며 이 부문 압도적 1위다. 2위 SSG 랜더스(342⅓이닝)와도 16이닝이나 차이가 날 정도다.

정상적인 선발 로테이션을 갖추지 못한 상황에서 어쩔 수 없는 결정이었다고는 하지만 무더위 순위 싸움을 고려할 때 불펜진이 지칠 것을 우려할 수밖에 없다.

이승엽 감독도 매번 "불펜들이 쉴 수 있는 상황을 만들어 줘야 한다"면서도 상황이 여의치 않을 경우 불펜 조기 투입을 반복하고 있다.

지금 당장은 문제가 드러나지 않더라도 무더위가 계속되는 상황에서 등판 횟수가 잦아진다면 불펜진의 체력 소모는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알칸타라의 부진이 길어지고 또 다른 외국인 투수 브랜든 와델도 부상으로 이탈한 상황에서 두산의 후반기 전력의 핵심도 불펜이 될 가능성이 크다. 이들이 얼마나 버텨주냐가 올 시즌 두산의 성적을 결정할 것으로 보인다.

khan@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