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발투수 2명이 수술대 오르는 KIA…히든카드 '선발 임기영'이 뜬다

크로우 이어 이의리도 토미 존 서저리…새 선발 구해야
임기영, 선발·불펜 가능한 '마당쇠'…2군서 투구수 늘려

선발 투수로 보직을 전환하게 된 KIA 임기영.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선두 KIA 타이거즈가 커다란 암초에 부딪혔다. 선발투수 2명이 큰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것. 선발진을 재편해야 하는 KIA는 '히든카드' 임기영(31)을 꺼낼 공산이 높아졌다.

KIA는 최근 윌 크로우와 이의리가 잇따라 부상 이탈했다. 두 투수 모두 팔꿈치 인대 재건 수술을 받는다. '토미 존 서저리'로 잘 알려진 큰 수술이다.

크로우는 지난달 31일 수술을 받았고, 이의리는 날짜가 잡히는 대로 수술을 받을 예정이다.

선수마다 차이가 있을 수 있지만, 통상 토미 존 서저리는 최소 1년의 재활 기간이 필요하다. 이에 따라 두 투수가 올 시즌 마운드에 오를 가능성은 매우 희박해졌다.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크로우-제임스 네일-양현종-이의리-윤영철 등으로 선발진을 구상했다. 이런 가운데 1선발과 4선발이 이탈하면서 고심이 커졌다.

일단 크로우의 일시 대체 선수로 캠 알드레드와의 계약은 마친 상태다. 알드레드는 국내로 들어왔지만 비자 발급과 불펜 피칭 등 단계를 거쳐야해 실전 등판까지 시간이 필요하다.

이에 당분간 KIA는 2자리의 '대체 선발'이 필요하다. 이 중 한 자리는 이미 3년 차 우완 황동하가 메우고 있다. 그는 4월 말부터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며 6차례 선발 등판했다.

팔꿈치 부상으로 시즌 아웃된 KIA 이의리. /뉴스1 DB ⓒ News1 김태성 기자

경기 내용도 점점 좋아지고 있다. 지난달 18일 NC 다이노스전에서 5이닝 2실점으로 데뷔 첫 승의 기쁨을 누린 데 이어 같은 달 30일에는 NC와 다시 만나 6이닝 2실점으로 데뷔 첫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까지 기록했다.

최근 연속으로 부진한 투구를 보여준 5선발 윤영철보다도 오히려 페이스가 좋다.

또 다른 한 자리는 임기영이 메울 전망이다. 임기영은 프로 13년 차의 베테랑 사이드암 투수로, 선발과 불펜 투수로 두루 활용할 수 있는 장점을 가졌다.

지난해엔 불펜에서 멀티 이닝을 소화해 주는 '롱맨'으로 활약했다. 64경기에서 82이닝을 소화하며 4승4패 3세이브 16홀드에 평균자책점 2.96을 기록했다.

올해도 같은 보직으로 시즌을 출발했는데, 시즌 초반 옆구리 부상을 당하며 2개월가량 전력에서 이탈했다.

이후 재활을 거친 임기영은 지난달 29일 NC전에서 1군 복귀 등판을 했다. 이 경기는 이의리의 복귀전이었는데, 그는 3회까지 소화한 뒤 팔꿈치 부상으로 자진 강판했다.

KIA 임기영. /뉴스1 DB ⓒ News1 황희규 기자

두 번째 투수로 마운드에 오른 임기영은 2⅔이닝을 무실점으로 막는 깔끔한 피칭으로 승리투수가 됐다. 이 경기에서 그는 51구를 던졌다. 이미 '선발 등판'의 낌새를 보인 셈이다.

그는 복귀 전 2군에서도 선발로 등판해 투구 수를 늘렸다. 크로우의 부상으로 선발진에 공백이 생기면서 임기영의 선발 전환을 염두에 둔 포석이라 볼 수 있다.

여기에 이의리의 이탈까지 확정되면서 임기영의 선발 기용은 기정사실화 됐다. 대체 외인 알드레드의 등판이 가능할 때까지 황동하와 함께 두 자리를 메우고, 이후 5선발이 다시 재편될 것으로 보인다.

임기영은 2017년 KIA의 5선발로 풀시즌을 뛴 경험이 있다. 당시 8승6패 평균자책점 3.65를 기록해 통합 우승의 숨은 주역이 되기도 했다.

이후로는 불펜으로 뛰는 일이 더 많았던 임기영은, 다시 한번 선발 투수로 나서게 됐다. 위기를 맞은 팀을 구하고 자신의 가치도 높일 수 있는, 절호의 기회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