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숭용 '산책' 효과 있네…SSG 오원석 "너무 자주만 아니라면…"
등판 전날 사령탑과 대화…"너무 잘하려 하지 말라고 하셨다"
"5회 이후 흔들리는 모습, 스스로 이겨내야 성장할 수 있다"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오늘 (오)원석이가 좋은 투구를 할 것 같다."
이숭용 SSG 랜더스 감독은 31일 키움 히어로즈전을 앞두고 선발투수 오원석에 대해 이렇게 이야기했다. 등판하는 투수가 못 던질 것이라 말하는 감독이 어디 있겠느냐마는, 이 감독의 기대감에는 이유가 있었다.
이 감독은 "어제 (오)원석이가 훈련 끝날 때까지 기다렸다가 둘이 산책을 했다"면서 "면담은 딱딱하니,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면서 몇 가지 팁을 줬는데, 어떨지 모르겠다"며 웃었다.
그리고 '산책 효과'는 꽤나 좋은 효과를 발휘한 모양이었다. 오원석은 사령탑의 기대대로, 좋은 피칭을 선보이며 팀의 연패 후 연승의 주역이 됐다.
SSG는 31일 서울 고척 스카이돔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과의 경기에서 4-2로 이겼다.
선발 투수로 등판한 오원석은 6이닝 동안 3피안타(1피홈런) 1볼넷 8탈삼진 2실점으로 키움 타선을 꽁꽁 묶으며 승리의 주역이 됐다. 시즌 두 번째 퀄리티스타트(6이닝 이상 3자책 이하)와 함께 4승(3패)째를 수확했다.
경기 후 만난 오원석에게 이숭용 감독과의 '산책'을 물었다. 그는 "스프링캠프 때 면담한 이후로 둘이 대화한 것은 처음이었다"면서 "너무 자주는 좀 그렇지만, 한 번씩 감독님과 이야기하는 건 좋다"고 했다.
사령탑의 '팁'은 심플했다. 오원석은 "감독님께서 '너무 잘 하려고 하지 말아라. 너 자신을 믿고 의심하지 말아라'라고 말씀해 주셨다"고 했다.
그리 대단한 '영업 비밀'은 아니었지만, 어린 투수의 기를 살려주고 신뢰를 주기 위한 이숭용 감독의 조언은 제대로 먹혀들어 갔다.
이날 오원석은 6회까지 단 3개의 안타만 허용했고, 8개의 삼진을 잡았다. 무엇보다 볼넷을 단 한 개만 내줄 정도로 제구가 잘 됐다.
늘 오원석의 발목을 잡았던 5회 이후 무너지는 패턴도 이날만큼은 나오지 않았다. 그는 5회를 삼자범퇴로 막았고, 6회엔 2사 후 김혜성에게 솔로홈런을 허용했지만 후속타자 이주형을 막고 제 몫을 다했다.
오원석은 "항상 5, 6회에 위기가 많아서, 감독님이나 코치님도 긴장이 될 것 같다"면서 "몇 번 반복되다 보니 의식이 되고 생각이 많아졌다. 그저 편하게 하는 게 좋을 것 같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어쨌든 선발 투수로서 성장하려면 나 스스로 이겨내야 하는 부분이다. 위기가 오지 않을 순 없는데, 그것을 어떻게 막느냐가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사령탑과의 산책에 대해 "언제든 좋다"고 했던 오원석은, 인터뷰 말미엔 슬쩍 진심을 드러내기도 했다. 그는 "(오늘 이겼으니) 이제는 안 하시지 않을까요"라며 웃어 보였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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