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 지탱하는 '로-백-철' 트리오…맞으면 넘어가는 공포의 라인업
로하스·강백호·문상철…합 36홈런·10개 구단 1위
팀 ERA 꼴찌 KT, 로백철 활약 속 5월 '버티기 모드'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멜 로하스 주니어와 강백호 그리고 문상철. KT 위즈를 상대하는 투수들에게 '로-백-철 트리오'는 공포 그 자체다. 언제든 맞으면 담장을 넘길 수 있는 장타력을 가지고 있기에, 쉽게 상대할 수 없다.
KT는 28일 현재까지 진행된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에서 23승1무28패로 7위에 머물러있다. 개막 전 우승 후보로 꼽힌 것에 비해 실망스러운 행보인데, 마운드의 부진 영향이 크다.
KT는 현재까지 팀 평균자책점이 5.64로 리그 최하위다. 올 시즌 '타고 투저'의 양상으로 3점대 평균자책점이 KIA(3.90) 한 팀이라는 점을 감안해도, 5점대 중반을 넘기는 KT의 상황은 문제가 있다.
악재가 겹쳤다. 지난해 뒷문을 책임졌던 박영현과 손동현, 이상동 등이 나란히 시즌 초반 고전하면서 불펜진이 헐거워졌다.
불펜이 안정을 찾을 때쯤엔 고영표, 웨스 벤자민, 엄상백 등이 차례로 부상으로 이탈하면서 선발 공백이 생겼다. 현재까지도 원상현과 육청명 등 두 명의 고졸 신인 투수가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하고 있을 정도다.
이런 가운데 그나마 KT를 지탱하고 있는 힘은 타선이다. 팀 타율(0.280), 팀 득점(285득점)이 모두 4위다. 여기에 팀 홈런은 51개로 두산(59개), KIA(57개)에 이은 3위다. 여러 선수가 많은 홈런을 때린 두산·KIA와 달리, KT는 3명의 타자에게 집중돼 있다.
바로 로하스, 강백호, 문상철이다. 강백호가 15홈런으로 리그 1위를 달리고 있고, 로하스는 12홈런으로 공동 4위, 문상철이 9개를 기록 중이다. 이들이 때린 36개의 홈런은 10개 구단 중 가장 많은 수치다.
4년 만에 돌아온 로하스는 최우수선수(MVP) 수상자의 '클래스'를 과시하고 있다. 시즌 초반부터 팀의 중심 타순에서 꾸준한 활약을 해주고 있다.
최근 들어선 1번타자로 기용되는 일이 잦다. 로하스는 주력이 나쁘진 않지만, 올 시즌 도루 시도가 1개(성공 0)에 불과하다. '올드스쿨' 성향의 이강철 감독으로선 파격적인 기용인데, '잘 치는 타자'가 한 번이라도 더 많은 타석에 들어서게 하기 위한 방안이다.
로하스 역시 1번으로 나올 때 타율이 0.385에 달하는 등 감독의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부활한 천재' 강백호도 빼놓을 수 없다. 그는 올 시즌 현재까지 홈런-타점에서 리그 1위이고, 타율 또한 0.329로 빼어나다. 최근 2년간의 부진을 깨끗이 씻어내고 다시 한번 도약을 알리고 있다.
특히 홈런 개수가 비약적으로 많아진 것이 고무적이다. 강백호는 데뷔 첫 시즌 29홈런, 3년 차인 2020년 23홈런을 치는 등 '차세대 거포'로 기대를 모았는데, 2021년 16홈런을 시작으로 최근 2년 동안은 한 자릿수 홈런에 그쳤다.
하지만 올해는 지난 2년의 홈런을 합친 15홈런을 일찌감치 넘어섰다. 2~3번을 오가며 로하스의 뒤를 받치는 강백호 역시 상대 투수 입장에선 '공포'다.
그 뒤를 받치는 '4번 타자'는 문상철이다. 지난해까지도 백업 요원에 그쳤던 문상철은, 만 33세인 올 시즌 주전 자리를 꿰찼다. 기존 주전 1루수 박병호의 부진도 있었지만, 문상철 본인이 워낙 좋은 모습을 보여준 덕이다.
그는 현재까지 0.307의 타율에 9홈런 21타점을 기록 중이다. 9홈런은 지난해 112경기를 뛰면서 친 개인 최다 기록과 같다. 조만간 데뷔 첫 두 자릿수 홈런도 달성할 전망이다.
특히 지난해와 비교해 선구안이 비약적으로 발전하면서 감독의 신임을 사고 있다. 그는 지난해 81개의 삼진을 당하면서 볼넷은 16개에 그쳤는데, 올해는 34개의 삼진을 당하는 동안 볼넷을 19개나 얻어냈다. 출루율도 4할을 웃돈다.
KT는 최근 주전 중견수 배정대가 돌아왔고, 6월 이후엔 웨스 벤자민, 고영표, 소형준이 차례로 복귀할 전망이다. 이들이 돌아오면, 마운드 운영은 한결 수월해진다.
그전까지 '버티기'에 임하고 있는 KT는, '로-백-철 트리오'의 활약이 든든하다. 6위 SSG 랜더스와의 격차를 2게임 차로 좁히며 중위권 도약도 눈앞에 왔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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