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위에서 10위 추락까지 49일…한화, 올해도 '대전의 봄'은 오지 않나
류현진·안치홍 영입으로 기대감 높이며 시즌 초반 승승장구
흥행 행진 계속되나 순위는 급락…선두서 내려온 후 승률 2할대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4월 4일 선두에서 5월 23일 10위로. 올 시즌 가장 많은 관심을 모았던 한화 이글스가 추락하기까지 걸린 시간은 '49일'이었다. 한화 팬들은 이번에야말로 '대전의 봄'이 올 것을 기대하며 연일 관중석을 가득 메웠지만, 뜨거웠던 한화의 기세는 빠르게 식어버렸다.
한화는 지난 23일 대전 한화생명 이글스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LG 트윈스와의 경기에서 4-8로 패했다.
같은 날 롯데 자이언츠가 선두 KIA 타이거즈를 10-6으로 제압하면서 한화는 롯데에 0.5게임 차로 밀린 최하위가 됐다. 올 시즌 첫 꼴찌 추락.
한화가 순위표 최하단에 있는 것은 사실 낯선 광경은 아니다. 한화는 2008년부터 지난해까지 16시즌 동안 포스트시즌에 단 한 번(2018년 3위) 나갔다. 이 기간 꼴찌를 기록한 시즌은 무려 8차례(2009, 2010, 2012, 2013, 2014, 2020, 2021, 2022)였다.
'야신' 김성근 감독을 모셔 오고, '코리안특급' 박찬호, '국가대표' 이용규와 정근우 등 FA를 영입해도 소용이 없었다. 류현진이 메이저리그에 진출하기 이전 '전성기' 시절에도 꼴찌를 했을 정도다.
그러나 올 시즌만큼은 분위기가 달랐다. FA로 안치홍을 영입한 데 이어, 메이저리그에서 뛰던 류현진이 12년 만에 돌아왔기 때문이다.
지난 시즌 영입한 채은성, 투타의 핵심으로 떠오른 문동주와 노시환까지 갖춘 한화는 충분히 5강 이상의 성적을 낼 수 있을 것으로 보였다.
실제 시즌 초반 10경기까지는 예상대로 가는 듯했다. 8승2패로 구단 역사상 가장 좋은 스타트를 끊으며 순위표 최상단에 올랐다. '보살'로 불린 한화 팬들도 신을 내기 시작했다.
그러나 딱 10경기까지였다. 4월 5일 키움 히어로즈전 패배로 2위로 내려앉은 한화는, 이후 빠르게 바닥으로 내려갔다.
4월 5일 2위, 7일 4위, 9일 5위까지 가라앉았고, 일주일이 지난 4월 17일 7위, 4월 23일에는 8위로 하락했다.
이달 4일엔 9위까지 내려간 한화는, 한동안 이 자리를 지켰지만 끝내 꼴찌까지 내려갔다. 시즌 승률도 3할대(0.396)로 추락했다.
1위에서 내려온 4월 5일 이후 치른 39경기 성적은 11승1무27패. 승률은 0.289에 불과하다. 이 기간 팀 타율이 0.255, 팀 평균자책점은 6.26으로 모두 꼴찌다. 당연히 성적이 날 수 없는 상황이다.
엎친 데 덮친 격으로 부상자도 많다.
유격수 하주석, 선발투수 김민우가 일찌감치 이탈했고, 최근엔 외인 투수 펠릭스 페냐와 리카르도 산체스가 모두 1군 엔트리에서 자취를 감췄다. 황준서와 조동욱 등 2명의 신인을 포함해 국내 선발로 경기를 꾸려가는 상황이다.
가장 큰 기대를 모았던 류현진도 생각 외로 고전하고 있다. 현재까지 10경기에서 3승4패 평균자책점 4.83. 꾸준히 로테이션을 돌고 있지만 기대치를 밑돌고 있다.
공교롭게도 한화가 1위에서 내려왔던 4월 5일 키움전 선발이 류현진이었다. 당시 류현진은 4회까지 4-0의 리드를 안았지만 5회에만 무려 9실점으로 통타당했다.
물론 그 경기가 아니었어도 현재의 흐름을 보면 한화는 오래 버티지 못할 가능성이 높았다. 하지만 4점의 리드를 다른 이도 아닌 류현진이 지키지 못하며 무너진 충격은 꽤 컸다.
부진과 별개로 한화를 향한 팬들의 열기는 여전하다.
KBO리그는 현재까지 69경기 매진으로 10개 구단 체제 최다 매진 기록을 일찌감치 갈아치웠는데, 그중 한화 홈경기가 21경기로 압도적이다. 23경기 중 21경기가 매진 행진이었고, 다른 구단의 매진에도 적잖은 영향을 줬다.
팀 성적이 곤두박질치는 가운데 흥행 행진이 계속되고 있으니, 웃지도 울지도 못할 상황이다. 꼴찌 팀이 리그에서 가장 많은 매진을 기록하는 자체가 흔치 않은 일이기 때문이다.
아직 좌절하긴 이르다. 시즌은 여전히 90경기 넘게 남아있기에 반등할 기회는 충분하다. 당장 9위 롯데와 0.5게임, 7위 KT와도 1.5게임 차밖에 나지 않는다.
다만 이 기회를 잡는 것은 팬들이 아닌 한화 선수단의 몫이다. 팬들이 남은 시즌 희망을 갖게 할 것인지 더 큰 좌절을 안길 것인지도 선수들의 손에 달려 있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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