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식 자청한 벤자민, 작년 스미스와 닮은 꼴?…그래도 KT는 믿는다

'이상 소견' 없지만 팔꿈치 불편감 호소, 3주 휴식 자청
KT "꾀병 부릴 선수는 아냐, 3주 후 로테이션 복귀 예상"

휴식을 자청하고 전력에서 이탈한 KT 위즈 웨스 벤자민.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수원=뉴스1) 권혁준 기자 = 검진 결과 '이상 소견'은 발견되지 않았지만, 선수 스스로는 던지기 힘들다고 한다. KT 위즈의 외국인 투수 웨스 벤자민(31)은 지난 시즌 버치 스미스(당시 한화·현 마이애미 말린스)와 비슷한 전철을 밟는 걸까.

벤자민은 올해로 3년째 KT와 함께하는 외인이다. 2022년 대체 선수로 한국 땅을 밟은 그는 첫 시즌 17경기에서 5승4패 평균자책점 2.70으로 성공적으로 적응했다. 시즌 막판과 포스트시즌까지 활약을 펼치며 재계약에 성공했다.

2년 차인 2023년, 다소 기복이 있었지만 그래도 15승6패에 평균자책점 3.54를 기록했다. 이번에도 7월 이후 활약을 이어가며 KT가 꼴찌에서 2위까지 치고 올라오는 데 큰 역할을 했다. KT로선 또 한 번 재계약을 결정했다.

그리고 시작된 올 시즌. 첫 두 경기에서 난타당하며 흔들리던 벤자민은, 4월 들어 완전히 달라진 모습을 보였다. 4월 5경기에서 34⅓이닝을 소화하며 4승 무패 평균자책점 1.83을 기록해 팀의 선발진을 떠받쳤다.

잘 나가던 벤자민은 5월 들어 좀처럼 등판 기회를 잡지 못했다. 우천 취소로 선발 등판이 취소되는 일이 잦아졌고, 그렇게 11일의 예상 못 한 휴식을 갖게 됐다.

12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4 신한 SOL 뱅크 KBO리그' kt 위즈와 두산 베어스의 경기, 2회말 kt 선발투수 벤자민이 왼쪽 팔꿈치 불편감을 호소하며 교체되고 있다. 2024.5.12/뉴스1 ⓒ News1 이동해 기자

그리고 돌아온 지난 12일 두산전. 11일의 충분한 휴식을 취했지만, 벤자민의 몸 상태는 썩 좋지 않아 보였다.

이강철 KT 감독은 "경기 전 불펜 피칭은 정말 좋았다고 하더라"면서 "그런데 경기 시작 전부터 표정이 안 좋아 찝찝했는데, 1회 들어가자마자 초구 던지는데 '이상하다' 싶었다. 아프다고 할 것 같더라"고 했다.

포수 장성우의 생각도 같았다. 이 감독은 "장성우가 1회 끝나고 들어오더니 '공이 너무 안 좋다. 바꿔야 할 것 같다'고 하더라"고 했다.

1회를 간신히 넘긴 벤자민은 2회에도 마운드에 올랐지만 끝내 버텨내지 못했다. 선두타자 양석환에게 볼넷, 김재환에게 2루타를 내줬고, 헨리 라모스에게도 연속 2개의 볼을 던져 무사 만루에 몰렸다. 결국 KT는 투수 교체를 결정했다.

벤자민은 경기 후 팔꿈치에 불편한 감각이 있다고 했고, 이튿날인 13일 검진을 받았다. 검진 결과는 '특이 사항 없음'이었다.

그대로 일정을 소화해도 됐지만, 선수 본인이 원하지 않았다. 벤자민은 3주간의 휴식을 자청했고, 이 기간 몸을 만들어 돌아오겠다고 했다. 선수 스스로가 구체적인 기간을 설정한 것은 이례적이다.

지난 시즌 단 한 경기만 뛰고 한국을 떠났던 버치 스미스. (한화 제공)

KT 입장에선 심란하기 그지없다. KT는 소형준이 지난해 토미 존 수술을 받아 재활 중이고, 고영표는 지난달 팔꿈치 굴곡근 손상으로 내려갔다. 벤자민이 빠진 이후인 15일엔 엄상백도 휴식 차 2군으로 내려갔다.

아픈 선수를 억지로 뛰게 할 수는 없지만, 벤자민의 경우 '이상 소견'이 나오지 않았기에 답답한 노릇이다. 이강철 감독이 "어떤 상황인지 나도 궁금하다"고 할 정도다.

이쯤에서 떠오르는 이름은 스미스다. 지난 시즌 한화의 외인으로 한국에 왔다가 단 한 경기만 던지고 떠난 그 투수다.

스미스는 지난해 개막전에서 2⅔이닝을 소화한 뒤 자진 강판을 요청했다. 검진 결과 특별한 이상은 나타나지 않았지만, 스미스는 좀처럼 돌아오지 않았다. 당시 사령탑이던 카를로스 수베로 감독 역시 "처음 들어보는 부상"이라고 할 정도로, 스미스의 부상은 의문이 많았다.

KT 입장에선 벤자민이 '스미스의 전철'을 밟는 것은 최악의 시나리오다. 시즌 중 대체 선수를 구하는 것, 그 선수가 검증된 활약을 펼치는 것 모두 '모험'일 수밖에 없기 때문이다.

3시즌 째 동행하고 있는 이강철 KT 감독(오른쪽)과 웨스 벤자민(가운데). /뉴스1 DB ⓒ News1 이동해 기자

달리 선택지가 없기도 하지만, 일단 KT는 벤자민을 믿고 있다. 벤자민이 적어도 '꾀병'을 부릴 선수는 아니라는 신뢰를 가지고 있다. 애초 벤자민과 세 시즌째 동행하는 배경엔 그의 실력뿐 아니라 온화하고 팀을 위해 희생할 줄 아는 성품도 고려 대상이었다.

벤자민의 복귀 일정은 어느 정도 정해져 있다. 그는 향후 일주일 동안은 휴식을 취하고, 이후부터 공을 던지며 컨디션을 끌어올릴 계획이다. 3주의 기간이 모두 지나면 1군에 복귀할 전망이다.

KT 관계자는 "1군 복귀 전까지 2군 등판 등의 계획이 구체적으로 잡히지는 않았다"면서도 "본인이 말했던 3주가 지난 뒤엔 1군에 복귀해 정상적으로 선발 로테이션을 소화할 것으로 보고 있다"고 전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