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네 공을 믿어라"…KT 박영현에게 용기 준 '롤 모델' 오승환의 조언

마무리 전환 첫 해, 초반 부진…"개인 기록은 뒷전으로"
키움전 2이닝 무실점 구원승…"번트 잡고 '됐다' 싶었다"

초반 부진을 딛고 상승세를 타고 있는 KT 위즈 마무리투수 박영현. / 뉴스1 DB ⓒ News1 이동해 기자

(수원=뉴스1) 권혁준 기자 = KT 위즈의 마무리투수 박영현(21)의 롤 모델은 오승환(42·삼성)이다. 어렸을 때부터 오승환을 우상으로 삼고 공을 던졌고, '돌부처'라 불리는 오승환처럼 마운드에서 감정을 드러내지 않는 연습도 할 정도였다.

올해 처음으로 마무리투수로 보직을 옮긴 박영현은 초반 부진을 겪기도 했는데, 대선배에게 중요한 조언을 들었다. 박영현은 "오승환 선배가 '다치지만 말고, 네 공을 믿고 던지라'고 말씀해 주셨다"며 활짝 웃었다.

박영현은 3일 경기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 SOL뱅크 KBO리그 키움 히어로즈와의 경기에서 1-1로 맞선 9회초 등판해 2이닝 동안 2피안타 2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다.

10회말 터진 멜 로하스 주니어의 끝내기 안타에 힘입어 KT가 2-1로 승리하면서, 박영현은 구원승으로 시즌 3승(2패 3세이브)째를 수확했다.

이날 박영현은 9회를 깔끔하게 막았지만 10회엔 위기를 맞이했다. 선두 타자 변상권과 송성문에게도 연속 안타를 허용해 무사 1,2루에 몰렸다.

박영현은 "첫 타자에게 행운의 안타가 나오면서 조금 흔들렸는데, 투수코치님이 올라오신 뒤 용기를 얻었다"면서 "희생번트가 나오면 무조건 3루에 던지겠다고 마음먹었고, 잡아낸 뒤 '됐다' 싶었다"고 돌아봤다.

이후 김재현을 삼진, 김휘집을 1루수 파울 플라이로 잡은 박영현은 좀처럼 보기 드문 '포효'를 하며 기쁜 감정을 드러냈다.

KT 박영현. /뉴스1 DB ⓒ News1 이재명 기자

지난해까지 KT의 필승조로 '마당쇠' 역할을 했던 박영현은, 김재윤(삼성)이 FA로 떠난 올해 팀의 새로운 마무리 투수가 됐다. 작년의 활약이 워낙 뛰어났기에 마무리 투수로도 위력을 보여줄 것이라는 예상이 지배적이었다.

하지만 시즌 초반은 예상외로 부진했다. 초반 3경기 연속 실점을 했고, 2번이나 한 경기 4실점으로 무너졌다. 시즌 평균자책점은 10점을 넘기기에 이르렀다.

박영현은 "작년에 너무 많이 던지기도 했고, 구속이 안 올라오면서 자신 있게 공을 던지지 못했다"면서 "그래도 이제는 자신감을 되찾았고, 구속도 시속 147, 148㎞, 컨디션이 좋을 땐 150㎞까지 나온다"고 했다.

박영현은 시즌 초반의 부진을 딛고 지난달 중반부터 정상 궤도에 올랐다. 4월 11일 NC 다이노스전부터 이날 키움전까지 7경기에서 9이닝을 던지며 단 1점만 내줬다.

KT 박영현의 롤모델 삼성 오승환. /뉴스1 DB ⓒ News1 이광호 기자

그럼에도 여전히 시즌 평균자책점은 6.06이다.

박영현은 "평균자책점이 너무 높아져서 지금은 개인 기록은 뒷전으로 뒀다"면서 "그래도 2점대까지는 내려갔으면 한다. 일단은 블론 세이브를 하지 않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고 했다.

최근엔 자신의 롤 모델인 오승환에게 조언을 듣고 또 한 번 힘을 냈다. 박영현은 지난주 한미일 통산 최다세이브(408세이브) 신기록을 세운 오승환에게 축하 전화를 했고, 오승환은 "다치지만 말고 네 공을 믿고 던지라"고 조언했다.

박영현은 "우상과도 같은 선배님께서 그런 말을 해주셔서 기분이 좋았다"면서 "선배님이 기록한 400세이브라는 숫자는 와닿지 않고 그저 존경스럽게만 느껴진다. 그런 선배와 함께 뛴다는 것만으로도 즐겁다"며 미소 지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