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등 꾀하던 두산, '오재원 수면제 대리 처방' 날벼락…분위기 침체 불가피
2군급 선수 8명, 구단 자체 조사서 자진 신고
사법 당국 판단 따라 KBO, 구단 징계 잇따를 듯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두산 베어스 소속 선수들이 과거 '팀 선배' 오재원(39)에게 수면제를 대리 처방한 사실이 확인되면서 팀 분위기가 어두워졌다. 대리 처방한 선수들이 처벌받을 경우 전력에도 악영향이 미칠 수밖에 없다.
22일 한국야구위원회(KBO)와 두산 구단 등에 따르면 두산 소속 현역 선수 8명은 지난달 구단 자체 조사 도중 과거 오재원에게 수면제를 대리 처방한 경험이 있다고 자진 신고했다.
사실을 확인한 구단은 즉시 KBO 클린베이스볼센터에 신고했고, 해당 선수들은 현재 경찰 수사에 성실하게 임하고 있다.
해당 선수들의 신상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주로 2군급 선수들이 많은 것으로 알려졌다.
두산으로서는 예기치 못한 암초다.
지난달 중순, 언론을 통해 오재원의 마약류 복용 혐의가 불거졌지만 투약 시점이 은퇴 이후인 2022년 11월부터로 밝혀져 두산 구단에 직접적인 영향은 가지 않았다.
2022년 10월 성대한 은퇴식으로 오재원을 떠나보냈던 두산은 그의 마약 복용 혐의에 관한 언급을 최대한 자제하며 거리를 두는 모습이었다.
그러나 오재원이 현역 시절 후배 선수들에게 수면제 대리 처방을 지시했고 후배들이 이를 따른 것으로 확인되면서 두산 구단에도 불똥이 튀었다.
현재까지 밝혀진 내용대로라면 오재원 개인의 문제가 커 보인다. 대리 처방을 했다는 8명의 선수는 구단 조사에서 오재원에게 강압과 폭력 등 협박을 받았다고 설명했다. 팀에서 존재감이 상당했던 오재원의 강요에 따를 수밖에 없었던 정황이 존재한다.
하지만 이유를 막론하고 수면제 대리 처방 행위 자체가 엄연한 불법 행위인 만큼 이들 8명 역시 사법 당국의 처벌을 받을 가능성이 없지 않다.
KBO와 구단은 일단 사법 당국의 조사 결과를 지켜보고 있지만, 이후 결과에 따라 징계 카드를 고심할 수 있다.
해당 선수들이 당장 1군 무대를 누비고 있는 선수가 아니라 해도 8명이 한꺼번에 이탈하면 전력에 부정적으로 작용할 수밖에 없다. 처벌 여부와 무관하게 이미 선수단 내부의 분위기는 뒤숭숭할 가능성이 크다.
일각에선 오재원의 현역 시절 그의 행동을 제대로 컨트롤하지 못한 구단 프런트들을 향한 비난도 내놓고 있다.
초반 예상 밖 부진으로 8위(11승15패)에 그친 두산은 최근 외국인 투수 라울 알칸타라와 외국인 타자 헨리 라모스가 제 기량을 찾으면서 반등을 기다리고 있었다.
그러나 화려하게 떠나보냈던 오재원이 생각지도 못한 화살로 돌아오면서 남은 시즌 전망이 다시 어두워졌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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