롯데 분위기 반전 이끈 '마성의 남자' 황성빈…근성만큼은 리그 최고
LG전 '비매너' 논란 이후 4경기 0.529…21일 DH선 3홈런 괴력
롯데, 황성빈이 촉발한 벤클 이후 4경기 3승1무…탈꼴찌 성공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비매너 논란으로 리그를 시끄럽게 했던 황성빈(27)이 또다시 롯데 자이언츠의 중심에 섰다. 이전처럼 상대를 도발하거나 심기를 거슬리게 하는 행동이 아닌, 순수 실력으로 팀의 상승세를 주도하고 있다.
황성빈은 올 시즌 롯데의 백업 외야수로 시즌을 시작했다. 김민석, 윤동희, 빅터 레이예스 등이 자리를 잡고 있는 외야진에 황성빈이 끼어들 틈은 비좁게만 느껴졌다.
그런 가운데 몇 차례 선발로 나설 때마다 그를 둘러싼 '논란'이 생겨났다. 지난달 26일 KIA 타이거즈전의 '갈까 말까' 도루 모션이 시작이었다.
당시 황성빈은 1루에 나간 뒤 도루를 시도할 듯한 모션을 여러 차례 반복했다. 좌완 투수인 양현종은 이를 정면에서 지켜봐야 했고, 황성빈의 동작이 이어지자 투구판에서 발을 빼고 그를 응시하기도 했다.
이튿날 김태형 감독이 "상대를 자극하는 행동은 하지 말라"고 주의를 주며 황성빈의 '갈까 말까' 모션은 봉인됐다.
하지만 이걸로 끝이 아니었다. 지난 18일 LG 트윈스전에선 케이시 켈리를 상대하면서 자극했다.
시범 운영 중인 피치 클락을 6차례 위반했고, 켈리의 공이 몸쪽으로 오자 무릎을 살짝 굽히며 앞으로 움직이는 행동을 했다. 이후엔 파울 타구를 날린 뒤 1루까지 전력 질주하다가 타석으로 천천히 돌아왔다.
결국 불만이 폭발한 켈리는 이닝이 끝난 뒤 황성빈을 향해 소리쳤고, 양 팀 선수단이 그라운드로 뛰어나오는 벤치 클리어링으로 이어졌다.
경기 후 황성빈의 행동에 대해선 '매너가 없다' '상대방에 대한 존중이 없다'며 비난이 들끓었다. 롯데 팬들조차도 황성빈의 행동을 적극적으로 감싸진 못하는 분위기였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이 경기를 시작으로 롯데의 연패가 끊겼다. 황성빈은 논란을 낳았던 18일 LG전에서 5타수 2안타 2득점 1도루를 기록했고, 적극적인 주루 플레이로 수비진을 휘저었다. 유니폼이 온통 흙투성이일 정도로 황성빈은 몸을 아끼지 않는 플레이를 했다.
연패를 끊은 그날 이후로 김태형 감독은 황성빈을 주전 중견수로 기용하고 있는데, 황성빈 역시 기대에 부응하고 있다.
그는 KT 위즈와의 주말 3연전에서 선발로 나서서 3경기 모두 멀티히트를 기록했다. 특히 21일 더블헤더에선 1차전에 홈런 2개, 2차전에 홈런 1개를 날리는 등 홀로 3홈런을 기록하는 괴력을 발휘했다.
황성빈은 이 경기 전까지 1군 무대 197경기를 치르면서 홈런이 1개뿐이었는데, 2경기에서 홈런 3개를 때렸다. 홈런을 친 상대도 KT의 에이스 윌리엄 쿠에바스(2개), 엄상백으로 호락호락하지 않은 상대였다.
순도도 높았다. 1차전에서는 연거푸 동점을 만드는 홈런을 기록했고, 2차전에선 1회 결승 적시타를 때린 뒤 5회 3-2 상황에서 쐐기 투런포를 때렸다.
논란이 됐던 LG전을 시작으로 4경기 타율은 0.529(17타수 9안타). 1할이 채 되지 않던 시즌 타율도 어느덧 0.345까지 끌어올렸다.
8연패에 빠졌던 롯데도 그 경기를 기점으로 3승1무의 상승세를 타며 꼴찌에서 벗어났다. 누가 봐도 황성빈의 활약이 결정적인 반등의 요인이었다.
거듭되는 논란과 손가락질에 마음고생이 없을 수 없었겠지만, 황성빈은 경기에만 집중했다. 그리고 팀의 승리를 위해 몸을 던지는 등 사력을 다했다. 그런 황성빈의 '마력'에 힘입어 롯데도 힘을 내고 있다.
황성빈에 대한 호불호는 크게 엇갈릴 수밖에 없다. 실력이 '최고'라고 말하기도 어렵다. 하지만 황성빈은 리그에서 가장 열심히 하는, 소위 말하는 '근성'이 가장 빼어난 선수라는 점은 누구도 부인할 수 없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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