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전들 줄 이탈에도 흔들림 없는 KIA…'이' 만큼 든든한 '잇몸야구'

나성범·박찬호·황대인 등 연쇄 부상…그래도 선두 질주
'연봉 5천' 서건창 펄펄…11일엔 한준수·홍종표도 맹활약

KIA '잇몸 야구'의 선봉장 서건창. /뉴스1 DB ⓒ News1 이승배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주전들이 줄부상으로 이탈하는 와중에도 흔들림은 없다. KIA 타이거즈가 '잇몸 야구'의 힘을 보여주며 저력을 발휘하고 있다. '우승 후보'다운 힘이다.

KIA는 올 시즌을 앞두고 LG 트윈스, KT 위즈 등과 함께 '3강'으로 꼽혔다. 투타의 안정적인 전력에 외국인투수들이 '업그레이드'됐다는 평을 받았다.

하지만 좋은 전력도 부상에는 당해낼 재간이 없다. KIA는 지난해에도 주전들의 잦은 부상에 고전했는데, 올해도 시즌 초반부터 악재가 계속됐다.

시범경기 도중 나성범이 이탈한 것이 시작이었다. 개막 이후엔 1루수 황대인, 투수 임기영, 유격수 박찬호가 차례로 부상을 당했다.

지난 10일 경기에선 한 번에 두 명의 부상자가 나오기도 했다. 박찬호의 빈자리를 책임질 것으로 기대했던 박민, 선발투수 이의리가 부상자 대열에 합류했다.

개막 3주도 되지 않은 시점에서 무려 6명의 주전급 선수들이 이탈했기에, 쉽지 않은 싸움이 예상됐다.

하지만 KIA는 쉽게 무너지지 않고 있다. 11일 현재까지 11승4패(0.733)로 선두 자리를 지키고 있다.

'외인 원투펀치' 윌 크로우와 제임스 네일이 빼어난 기량을 보여주고 있고 장현식, 전상현, 최지민, 정해영으로 이어지는 '필승조'가 굳건하다.

이범호 KIA 감독. /뉴스1 DB ⓒ News1 이승배 기자

여기에 더해 타선에서는 '잇몸의 힘'이 빛난다. 대체 선수들이 각자의 자리에서 기대 이상의 활약을 해주고 있는 것이다.

지난 11일 LG 트윈스전은 이같은 모습이 제대로 나타났다.

KIA는 이날 타선에서 15안타의 활발한 타격을 보여줬는데, 이 중 절반에 가까운 7안타가 '비주전' 선수들의 손에서 나왔다.

선봉장은 서건창이었다. 2번타자 2루수로 선발 출장한 서건창은 3타수 2안타 2볼넷 2득점으로 맹활약했다. 5번의 타석에서 4차례 출루를 달성할 정도로 LG 마운드를 괴롭혔다.

시즌 전 연봉 5000만원의 '염가'에 계약을 맺고 고향 팀 KIA 유니폼을 입은 서건창은 시즌 초반 '5억'이 아깝지 않을 활약을 펼치고 있다.

황대인이 빠진 이후 1루수로 나서는 빈도가 늘었고, 박찬호까지 이탈한 뒤에는 익숙한 2루수로도 출장하고 있다. 베테랑 김선빈의 체력을 안배하는 역할까지 해내는 셈이다.

현재까지 13경기에서 타율 0.452(31타수 14안타)에 1홈런 8타점. 아직은 시즌 초반이긴 하지만 최근의 페이스라면 MVP를 받았던 전성기 시절의 재현을 기대해도 좋을 정도다.

KIA 한준수. /뉴스1 DB ⓒ News1 이승배 기자

8번에 배치된 포수 한준수도 3타수 3안타 2득점 1타점을 기록했고, 경기 전 콜업된 9번 유격수 홍종표는 3타수 2안타 1득점 1타점을 기록했다.

한준수는 타격이 좋은 포수로 각광받고 있다. KIA엔 김태군이 있어 주전 자리를 꿰차는 것은 쉽지 않지만, 체력 안배와 경기 후반 대타 요원으로 쏠쏠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콜업되자마자 '깜짝' 활약을 펼친 홍종표는 안정적인 수비를 인정받는 선수다. 이번 1군 등록도 박찬호, 박민의 연쇄 이탈에 따른 어쩔 수 없는 선택이었지만, 첫날부터 활약을 펼치며 이범호 감독의 눈도장을 제대로 찍었다.

물론 '비주전' 선수들의 지속적인 활약을 기대하기는 쉽지 않다. 하지만 주전들이 빠진 시점에서 와르르 무너졌던 작년을 생각해 보면, 올 시즌의 KIA의 전력엔 확실히 끈끈함이 느껴진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