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에 맞을 것 같은 느낌"…KIA 네일, 페디 이어 스위퍼로 리그 지배하나

2경기 12이닝 16K 볼넷 0…150㎞대 투심에 스위퍼 일품
포수 김태군 "투심의 무브먼트 좋아 스위퍼가 더 부각"

KIA 타이거즈 제임스 네일이 KBO리그 첫 2경기에서 호투를 이어가고 있다. (KIA 제공)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지난해 최우수선수(MVP)를 받으며 리그를 평정했던 에릭 페디(전 NC·현 시카고 화이트삭스)의 주무기는 '스위퍼'(sweeper)였다. 변형 슬라이더의 일종으로 홈플레이트를 횡으로 크게 휩쓸고 지나가는 구질이다.

페디는 1년 만에 메이저리그의 '러브콜'을 받고 떠났지만, 또 한 명의 외인이 만만치 않은 스위퍼의 위력을 보여주고 있다. KIA 타이거즈의 제임스 네일(31)이다.

네일은 지난 3일 경기 수원 케이티위즈파크에서 열린 2024 신한은행 SOL뱅크 KBO리그 KT 위즈와의 경기에 선발 등판, 6이닝동안 93구를 던지면서 5피안타 무사사구 7탈삼진 1실점(비자책)의 역투로 팀의 5-1 승리를 이끌고 승리투수가 됐다.

앞서 지난달 27일 롯데 자이언츠와의 KBO리그 데뷔전에서 6이닝 1실점의 호투로 승리투수가 됐던 네일은 두 경기 연속 호투를 펼쳐보였다.

특히 12이닝동안 삼진을 16개나 잡으면서 볼넷은 한 개도 없었다. 실점 2점 중 1점은 수비 실책에 의한 비자책, 다른 1점은 솔로홈런이었다. 이렇다 할 위기도 없었고, 위기에서 적시타를 허용하지도 않았다.

아직 2경기일 뿐이지만 완벽한 모습이라 할 수 있다. 당초 KIA는 구위가 좋은 윌 크로우를 1선발로 낙점하고, 공 무브먼트가 좋은 네일을 뒤를 받칠 투수로 생각했다. 크로우에게 총액 100만달러, 네일에게 70만달러가 책정된 것이 이를 잘 보여준다.

KIA 타이거즈 제임스 네일. /뉴스1 DB ⓒ News1 김진환 기자

하지만 현재로서는 오히려 네일이 에이스의 면모를 보여주고 있다. 시속 150㎞에 육박하는 투심 패스트볼에 스위퍼, 체인지업, 커터까지 다양한 구종을 활용하며 타자들을 윽박지르고 있다.

주무기는 역시 스위퍼다. 지난해 페디처럼 140㎞대를 넘나들지는 않지만, 빠르고 예리하게 휘어지는 무브먼트가 일품이다.

네일과 호흡을 맞추고 있는 포수 김태군은 "네일의 스위퍼 회전이 워낙 좋다"면서 "빠르게 휘어질 때는 마치 데드볼(몸 맞는 공)이 될 것처럼 날아오기도 한다"고 말했다.

기본적으로 투심의 위력이 좋다 보니 스위퍼의 위력이 배가되는 모습이다.

김태군은 "투심의 무브먼트가 좋아서 스위퍼가 더 부각되는 것 같다"면서 "구위도 좋지만 무브먼트로 대결하는 승부하는 투수"라고 했다.

이범호 KIA 감독도 만족감을 보이고 있다. 이 감독은 네일이 시범경기에서 다소 부진(3경기 ERA 5.23)했을 때도, "잘 안 던지던 구종을 시험하는 차원이었다"며 감싸줬는데, 개막 이후 네일이 믿음에 부응하고 있다.

KIA 타이거즈 제임스 네일. (KIA 제공)

다만 한 가지 우려되는 점은 체력이다. 네일은 미국에서 최근 몇 년간 불펜투수로만 뛰었다. 실제 KBO리그 첫 2경기에서도 6회엔 공의 힘이 다소 떨어지는 듯한 모습이 보였다.

하지만 그럼에도 6회까지 잘 버텨내면서 제 몫을 해냈고, 경기를 치를수록 '선발 체력'이 더 붙을 것이라는 기대다.

네일은 "다른 것보다 볼넷없이 경기를 한 것이 가장 의미가 크다"면서 "포수와의 호흡도 좋고, 변화구 제구가 좋아 2경기 연속 퀄리티스타트를 할 수 있었다"고 했다.

개인적인 욕심은 없다고 했다. 그는 "매 경기 선발투수로 많은 이닝을 책임지고 싶고, 팀의 승리에 보탬이 되고 싶은 생각뿐"이라고 강조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