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해도 슬로 스타터?… 마운드 무너지는 KT의 부진, 심상치 않다
선발 쿠에바스 제외 모두 부진…불펜도 박영현 필두 연쇄 붕괴
고영표·엄상백은 ABS 적응에 어려움…불펜 혹사 여파 우려도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시즌 전 '3강'으로 꼽히던 KT 위즈의 부진이 심상치 않다. 특별한 부상자가 없음에도 승리를 거두지 못하고 있다. 특히 최강의 위용을 자랑하던 마운드가 무너지고 있어 우려가 커지고 있다.
KT는 지난 3월29~31일 열린 한화 이글스와의 원정 3연전을 모두 내줬다. 앞서 3월28일 두산 베어스전 끝내기 승리로 어렵게 시즌 첫 승을 올렸지만 기세를 이어가지 못하면서 1승7패, 최하위로 내려앉았다.
KT가 시즌 초반 부진한 것이 낯선 장면은 아니다. KT는 2022년과 2023년에도 출발이 늦었다. 특히 지난해에는 6월 시작 때까지도 최하위에 머물렀는데, 이후 반등을 시작하며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의 성적을 냈다.
이같은 모습으로 인해 KT에 '슬로 스타터'(slow starter)라는 별명이 붙기도 했다.
하지만 올해는 상황이 다르다. 지난 2년간은 개막 직전 예상치 못한 부상자가 나오면서 어려움을 겪었고 부상자들이 돌아오는 시점에 탄력을 받기 시작했다.
반면 올해는 이강철 감독이 "스프링캠프부터 시범경기까지 부상자가 없어 다행"이라고 할 정도로 큰 부상자 없이 시작했다. 지난해 수술을 받아 이미 공백이 예정돼 있던 투수 소형준 정도가 빠진 전력이었다.
그럼에도 시즌 초반 어려운 경기를 이어가고 있는 것은 마운드의 붕괴 때문이다. 선발과 마무리할 것 없이 연쇄적으로 무너지는 모습이 나오고 있다.
선발 투수 중에선 1선발 윌리엄 쿠에바스만이 2경기 평균자책점 2.25로 고군분투하고 있다. 반면 고영표(4이닝 9실점), 웨스 벤자민(8이닝 15실점), 엄상백(7이닝 8실점)은 나갈 때마다 초반부터 부진을 겪고 있다. 신인으로 5선발 자리를 꿰찬 원상현(5이닝 3실점)이 오히려 나아 보일 정도다.
불펜도 비슷하다. 김재윤(삼성)을 FA로 떠나보냈지만 지난해 리그 최고의 셋업맨으로 거듭난 박영현을 마무리로 보유한 KT는 부러울 게 없어 보였다. 양적으로는 오히려 작년보다 더 많다는 자신감을 보였다.
하지만 막상 뚜껑을 열고 보니 불안하다. 박영현은 3경기 연속 실점으로 평균자책점 14.73을 기록 중이고, 박영현의 앞을 책임져줄 것으로 기대했던 손동현도 평균자책점 11.57을 기록한 뒤 일찌감치 2군으로 내려갔다.
우규민(9.82), 주권(8.10), 이상동(4.50) 등도 마찬가지고 그나마 김민수가 3경기 연속 무실점을 기록했을 뿐이다.
아프지 않은 주전선수들의 부상은 KT로선 상상하기 어려운 시나리오였다.
선발의 경우 사이드암인 고영표, 엄상백이 ABS(자동 볼 판정 시스템)에 어려움을 겪고 있다. 지난해까지 스트라이크로 판정받던 공이 잡히지 않으면서 볼넷과 실투로 이어지며 대량 실점이 반복된 것이다.
불펜은 몇 년간 이어진 무리한 등판의 후유증이 나오기 시작했다는 의견이 많다. 박영현과 손동현은 지난해 정규시즌과 포스트시즌까지 강행군을 이어갔는데, 둘 모두 시즌 초반 구속이 나오지 않고 있다. 시속 140㎞ 초반대의 직구로는 타자들을 감당하기 어렵다.
KT는 이전에도 김민수와 주권 등이 필승조로 활약한 뒤 부상 등을 당하며 어려움을 겪곤 했다. 박영현, 손동현은 아직 부상을 당하진 않았지만 불안한 상황에 놓인 것은 확실해 보인다.
마운드의 부진에 가려 있지만 타선도 심각하긴 마찬가지다. 박병호, 황재균, 장성우, 김상수 등 베테랑 선수들이 극심한 슬럼프에 빠져 있다. 30대 중후반의 나이에 접어들면서 부침을 겪는 것은 당연한 수순인데, KT는 그동안 베테랑들에게 지나치게 의존하면서 어린 선수들의 발굴에 소홀했다.
KT는 3월31일 한화전에선 박병호를 과감하게 라인업에서 제외하기도 했다. 대신 출장한 문상철은 홀로 3안타를 쳤고 그중 2개는 홈런이었다.
KT는 2루수에서도 '새 얼굴' 천성호가 초반 무서운 타격감을 보여주고 있다. 베테랑에 대한 의존도를 조금씩 낮춰가는 것이 필요해 보이는 시점이다.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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