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화행' 류현진 계약엔 옵트아웃이 왜 있을까

KBO리그 내 이적·ML 재진출 가능성 적어
구단 샐러리캡과 연관됐을 듯

류현진(오른쪽)이 12년 만에 한화 이글스로 돌아왔다. (한화 이글스 제공)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메이저리그(MLB) 생활을 정리하고 12년 만에 KBO리그로 복귀한 '괴물' 류현진(37)이 한화 이글스로부터 최고 대우를 받는다. 8년이라는 장기 계약기간과 170억 원이라는 거액도 눈에 띄지만, 가장 큰 특징은 옵트아웃 옵션이다.

한화 구단은 22일 류현진과 계약기간 8년, 총액 170억 원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고 발표했다.

류현진이 받는 170억 원은 2023시즌을 앞두고 두산 베어스와 계약기간 4+2년, 총액 152억 원에 계약한 양의지를 뛰어넘는 KBO리그 역대 최대 규모의 계약이다.

또한 8년 계약도 KBO리그 최장기간 계약이다. 앞서 2022년 11월에 박민우가 NC 다이노스와 계약기간 5+3년, 총액 140억 원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류현진이 만 44세가 되는 2031년까지 계약기간을 채우면 '한화 레전드' 송진우 원스턴 세미프로야구단 감독이 보유한 역대 KBO리그 최고령 출전 기록(43세 7개월 7일)을 경신하게 된다.

류현진 계약의 특이점은 한 가지 더 있는데, 바로 옵트아웃이다.

옵트아웃이 발동될 경우 잔여 계약이 파기되고 선수는 프리에이전트(FA) 자격을 얻게 된다. 메이저리그에서는 보통 선수들이 훗날 더 나은 대우를 받기 위해 옵트아웃을 계약에 포함한다.

한화 구단과 류현진 측은 구체적으로 옵트아웃 내용을 공개하지 않았다. 다만 몇 가지 추론은 가능하다.

우선 이적을 위한 카드는 아니다. 독수리 군단의 상징적 선수인 류현진이 한화를 떠나 KBO리그 내 다른 구단과 계약할 가능성은 없다.

류현진이 옵트아웃 권리를 행사한 후 메이저리그의 문을 다시 두들길 수 있지만, 그 가능성도 작다. 메이저리그 구단은 팔꿈치 인대 접합 수술을 받은 류현진의 '내구성'에 의구심을 가졌고, 연봉 1000만달러, 다년 계약 등의 제안도 하지 않았다. 1년 뒤에는 류현진도 만 38세가 돼 좋은 대우를 받기 어렵다.

류현진 역시 종신 계약을 한다는 뜻으로 서명했다. 그는 "한화로의 복귀 시기를 두고 제가 기량이 충분히 있다고 판단될 때 조금이라도 빨리 합류하는 게 맞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류현진(오른쪽)이 12년 만에 한화 이글스로 돌아왔다. (한화 이글스 제공)

결국 옵트아웃은 한화와 류현진이 기존 계약 대신 다시 새롭게 계약할 여지를 준다. 류현진의 계약은 샐러리캡(연봉 상한제)과도 연관돼 있다.

류현진은 2012년 시즌을 마친 뒤 FA가 아닌 포스팅 시스템(비공개 경쟁입찰)을 통해 메이저리그에 진출했다. 이에 그는 KBO리그로 돌아올 때 원소속 팀인 한화와 협상할 수 있고, 신분 역시 FA가 아니다.

170억원은 '보장된 연봉'으로, 인센티브도 없다. 한화는 류현진의 시즌별 연봉을 공개하지 않았는데, 연 평균 연봉을 따지면 21억2500만원이 된다.

KBO리그 구단의 2023~2025년 샐러리캡은 114억2638만원으로, 이를 초과할 경우 제재금을 납부해야 한다. 3회 연속 초과하면 다음 연도 신인 드래프트 1라운드 지명권이 9단계 하락할 수 있다.

한화는 지난해 연봉 상위 40명의 합계 총액이 85억3100만원이었다. 28억9538만원의 여유가 있어 류현진에게 연평균 20억원 이상의 대우가 가능했다. 한화도 류현진과 계약기간을 8년으로 늘리면서 샐러리캡을 충족한 부분에 만족했다.

다만 샐러리캡은 조정될 수 있다. KBO리그 구단은 샐러리캡 상한액 인상 등 제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주장하고 있다. 지난 스토브리그에서도 중소 FA가 샐러리캡 영향으로 구단과 협상의 어려움을 겪기도 했다. 이에 KBO는 샐러리캡 제도를 재검토해 새로운 운용안을 논의할 계획이다.

향후 샐러리캡 상한액과 한화 구단 상위 40명 연봉 합계 등을 고려해 류현진의 계약도 조정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