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년처럼 하고 싶은데"…'클로저' 꿈 이룬 KT 박영현, 어깨가 무겁다

데뷔 3년만에 중책…"아직은 다 마음에 들지 않아"

KT 위즈 박영현. ⓒ News1

(부산=뉴스1) 권혁준 기자 = "아직까지는 모든 것이 마음에 들지 않는다."

부산 기장에서 진행 중인 스프링캠프에 참가 중인 KT 위즈의 3년차 투수 박영현(21)이 이렇게 말했다. 작년만큼 좋은 모습을 보여주고 싶은데, 생각처럼 컨디션이 받쳐주지 않아 속상하다는 반응이었다.

박영현에게 2024시즌은 누구보다도 중요한 한 해다. 꿈에 그리던 팀의 마무리투수 자리를 맡았기 때문이다.

KT는 지난해까지 마무리였던 김재윤이 FA 자격으로 삼성으로 이적했고, 이강철 감독은 망설임없이 '셋업맨' 박영현의 승격을 결정했다.

당연한 수순이기도 했다. 데뷔 시즌이던 2022년 포스트시즌에서 최연소 세이브를 기록하는 등 인상적인 모습을 보여준 박영현은 지난해 최고의 활약을 펼쳤다.

68경기에서 75⅓이닝을 던지면서 3승3패 4세이브 32홀드 평균자책점 2.75로 활약했다. 생애 첫 홀드왕에 올랐고 팀이 정규시즌 2위, 한국시리즈 준우승을 차지하는 데 큰 공을 세웠다. 국가대표로 발탁돼 아시안게임에 출전, 금메달을 따면서 병역 면제 혜택까지 받았다.

박영현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작년은 '베스트 퍼포먼스'를 보여준 한 해였다.

그는 "작년만큼만 했으면 좋겠다는 생각으로 준비하고 있는데 아직까지는 잘 되지 않고 있다"면서 "아무래도 작년에 워낙 잘했기 때문에 스스로 기대치를 높게 잡은 것 같기도 하다. 그래서 긍정적으로 생각하려고 한다"고 했다.

박영현은 입단 초기부터 마무리투수를 꿈꿔왔다. 오승환(삼성)처럼 믿음을 주는 단단한 클로저가 되는 것이 목표였다.

꿈이 생각보다 빨리 이뤄졌는데, 아직 실감이 나지는 않는다고 했다.

그는 "물론 (김)재윤이형이 이적하면서 마무리 보직에 대한 기대와 예상은 하고 있었다. 그래도 캠프 첫날 감독님께 직접 이야기를 들으니 기분은 확실히 좋았다"면서도 "아직 꿈이 이뤄졌다고 할 단계는 아닌 것 같다"고 했다.

KT 박영현. /뉴스1 DB ⓒ News1 이재명 기자

박영현은 "시즌에 들어가서 내가 못 던질 수도 있고 어떤 일이 생길 지는 모른다"면서 "실제 시즌에 들어가서 내가 좋은 모습을 보여줘야 'KT 마무리'라고 할 수 있기에, 열심히 준비하고 있다"고 했다.

캠프 초반 장착하려 했던 포크볼은 일단 '봉인'하기로 했다.

박영현은 "초반에 한 번 던지고 이후로 안 던졌다. 아직 내 몸에 잘 맞지 않아서 쓰기가 어렵다"면서 "지금은 작년의 모습 그대로를 유지하려고 한다"고 했다.

박영현은 '야구 가족'이기도 하다. 형인 박정현(한화)은 물론, 막냇동생인 박지현(부천중3)도 좋은 기량을 가진 재목이라는 평가를 받는다.

최근엔 박영현의 부모님과 형제들이 캠프지에 방문해 응원하기도 했다.

박영현은 "동생이 또래에서 키도 크고 야구도 잘 하고 있는 것으로 안다"면서 "그래도 내가 중학생일 때 만큼은 아닌 것 같다"며 웃었다.

그는 "데뷔할 때도, 지금도 언제나 자신감은 가지고 있었다"면서 "지금 상황은 아직 몸이 만들어지지 않았기 때문에, 자신감보다는 작년의 좋았던 그 느낌을 찾는 것이 최우선이 될 것 같다"고 했다.

starburyny@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