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9세 임창민의 독기 "찬밥 대우 즐겁더라…오판이라는 걸 증명할 것"

해 넘기는 우여곡절 끝 삼성과 2년 FA 계약
"내 뒤에 훌륭한 오승환·김재윤 있어 든든"

삼성 라이온즈 임창민. 2024.1.30/뉴스1 ⓒ News1 이상철 기자

(인천공항=뉴스1) 이상철 기자 = 우여곡절 끝에 삼성 라이온즈와 프리에이전트(FA) 계약을 맺은 베테랑 투수 임창민(39)이 나이는 숫자에 불과하다는 걸 입증하겠다고 자신감을 표했다.

임창민은 30일 인천공항을 통해 일본 오키나와로 출국하기에 앞서 취재진과 만나 새 팀에서 맞이하는 새 시즌 각오를 전했다.

그는 "평소 하던 대로 열심히 준비했다. 현재 몸 상태도 아주 괜찮아 나도 어떤 시즌을 보낼지 기대감이 크다"고 말했다.

2008년 우리 히어로즈(현 키움 히어로즈)에 입단한 임창민은 NC 다이노스, 두산 베어스, 키움에서 뛰면서 통산 487경기에서 평균자책점 3.73에 27승29패 122세이브 57홀드를 기록했다. 지난해에는 키움에서 마무리 투수로 51경기 2승2패 26세이브 1홀드 평균자책점 2.51의 준수한 활약을 펼쳤다.

임창민은 시즌 종료 후 FA 시장에 나왔는데, 새 팀을 찾는 것이 쉽지 않았다. 원 소속팀 키움은 임창민과 협상에 소극적이었고, 그에게 관심을 보인 몇몇 구단도 정식 제안을 하지 않았다.

해를 넘기고서야 팀을 구했다. 뒷문 강화에 나선 삼성이 임창민과 계약기간 2년, 총액 8억원(계약금 3억원·총연봉 4억원·인센티브 1억원) 조건으로 계약을 맺었다.

삼성에 입단하기까지 어려움이 있었지만 그 과정은 임창민에게 강한 동기부여가 됐다. 그는 "(FA 협상에서) 다들 내 나이 때문에 가치를 깎아내리더라"며 "그것이 참 즐거웠다. 난 올 시즌 그런 사람들의 판단이 잘못됐다는 걸 증명해 낼 자신이 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

하지만 삼성은 달랐다. 임창민은 "(이종열) 단장님께서 왜 이렇게 내게 구애하는지 잘 몰랐다. 다른 구단은 나와 접촉을 한 뒤 (협상이 진전되지 않고) 그대로 끝났다. 하지만 삼성은 달랐다. 그런 태도에 (삼성으로 가자고) 마음을 바꿨다"고 계약 배경을 설명했다.

삼성 라이온즈에 입단한 임창민. (삼성 라이온즈 제공)

지난해 삼성은 한때 최하위까지 추락하는 부진을 겪다 결국 8위(61승1무82패)로 시즌을 마감했다. 여러 문제가 있었지만 불펜 평균자책점(5.16) 최하위, 최다 38번의 역전패를 기록하는 등 뒷문이 너무 헐거웠다.

이에 삼성은 스토브리그에서 불펜 강화에 힘썼다. FA 시장에서 오승환을 잔류시키면서 기량이 검증된 김재윤, 임창민을 영입했다. 삼성은 "리그 최고 수준의 불펜진을 구축했다"고 기대감을 표했다.

큰 기대를 받고 삼성 유니폼을 입은 임창민은 "생각보다 너무 많은 주목을 받고 있다"면서 "내 뒤에 훌륭한 투수 두 명(오승환·김재윤)이 버티고 있어 든든하다. 내가 두 투수에게 잘 연결만 해주면 될 텐데, 어떤 시즌을 보낼지 궁금증이 크다"고 밝혔다.

단숨에 삼성은 마무리 투수 부자가 됐다. 행복한 고민에 빠진 박진만 감독은 스프링캠프를 치르면서 오승환과 김재윤, 임창민 등 중에서 마무리 투수를 확정할 계획이다.

함께 스프링캠프를 떠나는 김재윤이 마무리 투수에 대해 강한 의욕을 보였지만, 임창민은 보직에 연연하지 않았다.

그는 "내가 하고 싶다고 해서 할 수 있는 건 아니지 않은가. 솔직히 말하면 전혀 욕심이 없다. 굳이 마무리 투수를 맡아 고생하고 싶지 않다"면서 웃었다.

이어 "마무리 투수는 몸 관리가 편하긴 하지만 심리적 부담감을 크게 느낀다. 마무리 투수 앞에서 던지면 몸은 힘들어도 심리적 부담감이 덜하다. 내 나이가 적지 않으니까 감독님과 트레이닝파트에서 잘 관리해 줄 것 같다. 부담감도 적고 몸도 조금 편하게 시즌에 임하지 않겠냐는 기대가 있다"고 덧붙였다.

올 시즌 목표에 대해서는 "(타자 친화적 구장을 홈 구장으로 쓰게 된 만큼) 개인 기록이 안 좋아질 수 있다. 개인 목표는 그저 팀 성적이다. 블론세이브를 최대한 줄여서 팀이 원하는 목표를 이룰 수 있도록 힘을 보탤 것"이라고 했다.

그는 "개인 성적은 고참에게 의미가 없다. 팀 성적이 안 좋은데 개인 성적만 좋으면 '야구 그만할 때 됐다'는 말이 나온다. 팀과 개인 성적이 모두 좋다면 '너도 잘했다'라는 칭찬을 받을 수 있다"고 말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