빡빡한 샐러리캡에…사실상 이적 어려운 준척급 FA, 선택지가 좁다
올해 기준 10개 구단 중 절반이 샐러리캡 여유 10억 미만
대어 FA 일찌감치 계약 완료…나머지는 잔류가 최선일듯
- 권혁준 기자
(서울=뉴스1) 권혁준 기자 = 구단 별 연봉 총액 상한선인 샐러리캡의 도입이 FA 계약에도 영향을 미치는 모양새다. 특히 대어급에 속하지 못하는 준척급 FA들의 경우 다른 팀에서 쉽게 이적을 제안하기가 어려운 상황이 돼 선택지가 더욱 좁아졌다.
한국야구위원회(KBO)는 지난 20일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의 합계 금액(샐러리캡)을 발표했다.
샐러리캡은 올 시즌부터 도입됐다. 2021~2022년의 구단별 연봉 상위 40명(외인·신인 제외)의 연봉(연봉·옵션 실지급액과 FA 연평균 계약금) 평균 금액의 120%인 114억2638만원이 최초 상한선으로 설정됐다.
2023년 이 상한선을 넘긴 구단은 없었다. 다만 10개 구단 중 절반이 샐러리캡 여유가 10억원이 채 되지 않았다.
두산 베어스는 2억4463만원의 여유밖에 없었고, SSG 랜더스가 5억7991만원을 남겨놓아 그 다음이었다. LG 트윈스(6억2888만원), 롯데 자이언츠(7억7971만원), 삼성 라이온즈(9억8565만원) 등도 여유롭지 못했다.
현재의 상한선은 2025년까지 동일하게 유지된다. 각 구단들이 제재금 등의 페널티를 받지 않기 위해선 이를 세심히 지켜야한다.
몇몇 구단은 샐러리캡 상한선을 높일 것을 주장하고 있기도 하지만, 불과 1년 전에 정한 것을 다시 변경하는 명분은 마땅치 않다.
결국 샐러리캡 상한선은 그대로 유지될 가능성이 높은데, 이는 FA 시장 분위기에도 영향을 줄 수밖에 없다. 내년, 내후년까지 같은 샐러리캡이 유지되는 만큼 연봉 총액과 향후 FA 영입 전략 등까지 고려해야하기 때문이다.
이런 상황에서 가장 난감한 입장은 결국 '준척급 FA'다. 쉽사리 큰 돈을 안겨주기도 어려운데다, 다른 팀의 FA를 영입한다면 보상선수나 보상금 등의 추가 유출도 있기 때문에 결정이 어렵다.
'대어급'으로 분류된 FA는 어쨌든 '전력 보강'의 명분이 강하게 작용되기 때문에 샐러리캡의 영향은 적은 편이다. 이번 FA 시장만 해도 안치홍(롯데→한화, 4+2년 72억원), 김재윤(KT→삼성, 4년 58억원) 등이 팀을 옮겼고 양석환(두산, 4+2년 78억원), 전준우(4년 47억원)는 재계약하는 등 대어급은 일찌감치 계약을 마쳤다.
반면 홍건희(두산), 함덕주(LG), 주권(KT), 김민성(LG), 김선빈(KIA), 임창민(키움) 등은 아직까지 소식이 없다. 큰 돈을 쓰며 샐러리캡을 채우는 것이 부담스럽기 때문이다.
샐러리캡 소진율이 10개 구단 중 가장 낮은 키움 히어로즈(-49억7438만원)는 이정후, 안우진의 이탈로 한동안은 '리빌딩 모드'에 돌입할 전망이고, 한화(-28억9538만원)는 이미 최대어 중 하나인 안치홍을 잡았다.
그 다음으로 샐러리캡이 낮은 KT(-19억9538만원)는 내년 고영표와 엄상백, 그 이듬해에는 강백호가 나오는 등 더 멀리 내다봐야하는 입장이다.
결국 이번 시장의 준척급 FA 대부분은 원소속팀 잔류가 최선의 시나리오가 될 가능성이 높다.
그나마 보상금과 보상선수를 내주지 않는 원소속팀이 다른 팀보다는 부담이 덜하다. '준척급' FA로 분류됐던 임찬규 역시 지난 21일 LG와 4년 50억원에 재계약했다. 50억원 중 절반에 가까운 24억원은 성적에 따른 인센티브다.
상황에 따라선 '사인 앤 트레이드' 등을 통해 새로운 둥지를 틀 가능성도 있다. 이 경우 보상금과 보상선수가 발생하지 않아 부담이 다소 줄어든다. 지난해 오프시즌에도 이명기(NC→한화)가 이 방식으로 이적했다.
샐러리캡이라는 새로운 변수의 영향을 받는 FA 시장. 여전히 계약을 매듭짓지 못한 11명 FA 선수들의 최종 종착지는 어디일까.
starburyny@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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