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년 전 환희 대신 근조 화환…SSG, '쓱' 떠난 민심 되돌리기에 총력
23년 원클럽맨 김강민 한화행에 참았던 팬심 폭발
코칭스태프-프런트 난상토론 통해 발전 방안 논의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1년 전 와이어 투 와이어 통합 우승 후 따뜻한 겨울을 보냈던 SSG 랜더스가 올해는 다른 분위기다. 김원형 감독 교체로 성난 민심이 베테랑 김강민의 이탈로 폭발하면서 엄청난 비난 여론에 직면했다.
지난 29일 인천 미추홀구 소재 SSG랜더스필드 일대에는 구단을 향한 항의 글이 실린 근조 화환 50여개가 배송됐다.
1년 전 랜더스필드에서 5번째 우승(SK 와이번스 시절 포함)의 기쁨을 누렸던 SSG 팬들이 홈구장을 장례식장으로 만든 것은 최근 구단의 이해 못할 결정이 연달아 벌어졌기 때문이다.
그 시작은 감독 교체였다.
정규시즌을 3위로 마감한 SSG는 준플레이오프에서 NC 다이노스를 상대로 3연패하며 허무하게 시즌을 마쳤다.
지난해 우승에 비하면 분명 아쉬운 결과였지만 일각에선 후반기 한때 6위까지 처졌다가 막판 대반격으로 3위에 오른 것에 박수를 보내기도 했다. 그러나 구단은 10월31일 김원형 감독을 전격 경질했다. 명분은 '세대 교체'였다.
갑작스레 공석이 된 SSG 감독에 박찬호, 추신수 등 여러 인물들이 하마평에 올랐다. 결과적으로 SSG는 이숭용 신임 감독을 선택했지만 과정이 매끄럽지 못했다.
감독 선임 과정에서 한국시리즈를 앞뒀던 이호준 LG 트윈스 코치와 접촉 사실까지 알려지며 '상도덕'을 어겼다는 지적을 받았다.
NC로부터 지원을 받아 미국 코치 연수 중이었던 손시헌 코치를 퓨처스(2군) 감독으로 영입하는 과정도 마찬가지였다.
논란의 정점은 22일 열렸던 2차 드래프트였다. SSG는 23년 간 팀에 헌신한 베테랑 김강민을 35인 보호명단에서 제외했다. 이후 한화 이글스가 김강민을 지명하면서 허무하게 원클럽맨을 빼앗겼다.
SSG측은 2차 드래프트 전 은퇴를 저울질하던 김강민에게 보호명단 제외 사실을 전한 것으로 알려진다. 그러나 은퇴 플랜에 대해선 소통이 부족했고 그 사이 한화의 예상치 못한 지명에 프랜차이즈 스타를 잃었다.
일각에선 SSG가 보호선수 제외 명단 비고란에 김강민이 은퇴를 논의하고 있다는 사실만 표기했더라도 한화의 지명을 피할 수 있었을 거란 지적도 나왔다. 결국 미숙한 일처리가 화를 자초했다.
한 달 사이 악수를 거듭한 SSG는 김성용 단장을 전격적으로 보직 해임하며 악화된 여론을 무마시키려 했다. 김 단장은 퓨처스 R&D 센터장으로 좌천되자 사직서를 내고 스스로 팀을 떠났다.
단장이 물러났지만 성난 민심은 여전하다. SSG가 야구단을 소유한 뒤로 '인천 야구'의 정체성이 사라지면서 야구단이 대기업의 장난감으로 변했다는 주장이다.
한 순간에 팬들의 지지를 잃은 구단으로서는 난처하지만 이대로 손 놓고 있을 순 없다. 변화와 혁신을 전면에 내세운 만큼 새롭게 2024시즌을 준비해야 한다.
현재 SSG 코칭스태프에는 이숭용 감독은 물론이고 송신영 수석코치, 배영수 투수코치, 강병식 타격코치, 윤요섭 배터리 코치 등 새 얼굴로 가득하다. 선수단 역시 최근 일을 겪으며 분위기가 가라앉았다. 무엇보다 원팀이 되는 게 급선무다.
프런트쪽에서는 프리에이전트(FA) 계약, 외국인 선수 영입 등 풀어야 할 숙제도 많다. 단장도 새로 뽑아야 한다.
SSG는 근조 화환 시위가 시작된 29일 송도 모처에서 코칭스태프 29명과 프런트 21명 등 49명이 참석해 전력 강화를 위한 방안을 논의했다.
이 자리에서는 2023시즌과 마무리캠프 결산, 새 외국인·신인 선수 브리핑, 2024시즌 대비 방안 등 격의 없는 난상 토론이 이어졌다. 직책을 떠나 다소 불편한 얘기까지도 가감 없이 전하며 팀의 체질 개선을 위해 의견을 모은 것으로 전해진다.
이 외에도 구단은 끊임 없이 프런트 회의를 개최하며 차가워진 민심을 되돌리기 위해 애쓰고 있다.
SSG 관계자는 "팬들이 주시는 뜨거운 눈총과 따끔한 메시지를 인지하고 있다. 다시 민심을 잡기 위해선 프런트와 현장이 함께 변화된 모습으로 문제점들을 개선해나가는 수 밖에 없다"며 "단장 선임 등 현안이 산적해 있는데 신중하고 치밀하게 준비해서 달라진 모습을 보일 수 있도록 하겠다"고 말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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