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T→삼성 FA 계약' 김재윤 "가치 인정해 준 구단에 감사…딸이 복덩이"
3년 연속 30SV 이상 수확…4년 최대 총액 58억원
"많은 응원해주셨던 KT 팬과 구단에 죄송한 마음"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정들었던 KT 위즈를 떠나 삼성 라이온즈로 유니폼을 바꿔 입은 마무리 투수 김재윤(33)이 KT에 대한 미안함과 삼성에 대한 기대감을 동시에 드러냈다.
삼성은 22일 "김재윤과 4년 간 계약금 20억원, 연봉 합계 28억원, 인센티브 합계 10억원 등 최대 총액 58억원의 조건에 사인했다"고 공식 발표했다.
김재윤은 굴곡이 많은 선수다. 휘문중-휘문고를 나온 김재윤은 2008년 에드먼턴 세계청소년야구선수권에 출전, 포수로 전 경기를 소화하며 우승에 공헌했다.
2009년에는 계약금 15만달러에 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와 입단 계약을 맺으며 잠시 빅리그의 꿈을 키우기도 했다. 그러나 미국 생활은 만만치 않았고, 2012년을 끝으로 국내로 돌아와 현역으로 군복무 했다.
김재윤은 KT 입단 직후 구단의 권유로 투수로 전향하는 큰 모험을 선택했다. 튼튼한 어깨를 바탕으로 한 빠른 공의 장점을 살리자는 취지였는데, 이 선택은 결과적으로 성공이었다.
김재윤은 KT에서만 481경기에 나서며 44승33패, 17홀드, 169세이브를 기록했다. 2021년 이후 3시즌 연속 30세이브 이상을 달성하기도 했다.
삼성은 마무리 오승환의 은퇴가 머지 않았다는 점을 고려해 김재윤을 주목했고 영입에 성공하면서 뒷문을 보강했다.
삼성 이적 발표 직후 뉴스1과 연락이 닿은 김재윤은 "포수에서 투수로 전향할 때만 해도 전혀 상상하지 못하던 일이 지금 일어났다"며 "크게 아프지 않고 매년 잘 버티다 보니 좋은 결과가 따라왔다. 곧 돌을 앞둔 딸이 복덩이였던 것 같다"고 웃었다.
이어 "협상 과정에서 삼성 외 다른 팀 제안도 있었던 걸로 아는데 삼성이 가장 적극적이었다. 게다가 조건도 좋았다"며 "어제 서울역 인근에서 구단 관계자와 서명을 마쳤다. 내 가치를 인정해주신 삼성에 정말 감사하다. 이제 계약 규모에 맞게 좋은 성적을 내는 일만 남았다"고 전했다.
미국에서 빛을 보지 못했던 김재윤이 지금의 위치에 오를 수 있었던 것은 무엇보다 KT의 역할이 컸다. 김재윤 역시 9년 간 생활했던 KT와 작별한다는 것이 쉽지 않았다. 그는 계약 직후 이강철 감독에 전화를 걸어 죄송한 마음을 표현했다.
김재윤은 "이강철 감독님과는 어제 통화를 했는데 '좋은 대우 받고 가는 거니 축하한다. 가서 잘 하라'고 응원해주셨다"며 "KT에서 좋은 지도자분들을 만나 성장했다. 팬분들의 관심과 사랑도 과분하게 받았다. 구단 직원분들도 늘 도와주셨는데 팀을 옮기게 돼 죄송한 마음이 든다. 지금 다시 한번 감사했다는 말을 하고 싶다"고 말했다.
아쉬움이 들지만 프로의 세계는 냉정한 비즈니스와 같다. 이제 옛 정은 뒤로 하고 새로운 팀에서 하루 빨리 적응해야 한다.
김재윤은 "(김)동엽이를 잘 안다. (장)필준이형, (우)규민이형과도 친분은 있다. 그 외에 친분 있는 선수들은 없지만 그래도 야구장에서 인사는 많이 나눴다"며 "(강)민호형도 늘 살갑게 인사해주셨는데 호흡이 기대된다. (오)승환이형과는 스프링캠프 때 오가며 인사하던 사이인데 같이 생활하게 돼 좋다"고 설명했다.
이어 "사실 내가 엄청 친화력이 좋은 선수는 아니다. 그래도 먼저 다가가는 게 급선무"라며 "선수들과 빨리 친해진 뒤 내가 도움을 받을 부분은 받고 줄 부분은 주도록 하겠다"고 강조했다.
김재윤은 끝으로 "삼성팬들의 열기가 뜨거운 것으로 알고 있는데 좋은 성적으로 팬들께 사랑 받는 선수가 되겠다"며 "다시 한번 삼성 왕조를 이룩하는 데 일조하고 싶다"고 각오를 전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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