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와 두 번의 대형 FA 계약 후 첫 우승…김현수 "나만 못 할 줄 알았는데"

2017년 말 MLB 생활 정리 후 LG 입단…팀 문화 바꿔
"정상 지키는 것 어렵지만, 잘 준비할 것"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LG 트윈스가 6대2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LG 임찬규(왼쪽부터), 김현수, 오지환, 염경엽 감독이 우승 트로피를 들고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2023.11.1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서울=뉴스1) 이상철 기자 = 김현수(35)가 개인 2번째 한국시리즈 우승의 기쁨을 누렸다. LG 트윈스 유니폼을 입고 들어올린 트로피의 맛은, 첫 번째 경험 때보다 짜릿했다.

김현수는 13일 서울 잠실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한국시리즈 KT 위즈와 5차전에 3번 지명타자로 선발 출전, 5회말 2타점 적시타 등으로 활약하며 LG의 6-2 승리를 이끌었다.

3-1로 쫓기던 상황에서 터진 김현수의 결정적 한방 덕분에 사실상 승부의 추는 LG로 기울었다.

시리즈 전적 4승1패를 거둔 LG는 1990년과 1994년에 이어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차지했다. 앞서 정규시즌에서 86승2무56패로 1위에 올랐던 LG는 올해 KBO리그 최강 팀의 위용을 과시했다.

LG가 정상에 오르기까지 김현수의 공이 컸다.

메이저리그(MLB) 도전을 끝내고 국내 무대로 돌아온 김현수는 2018년 시즌을 앞두고 친정 팀인 두산 베어스가 아닌 '잠실 라이벌' LG로 향했다.

당시 LG는 오랜 암흑의 터널을 지나 가을야구 무대에는 올랐으나 번번이 결정적 고비를 못 넘어 한국시리즈에는 도달하지 못했다.

두산에서 2015년 한국시리즈 우승을 하는 등 큰 경기 경험이 풍부한 그는 LG 선수단의 문화를 바꿨다. 선수들에게 기죽지 말고 적극적으로 임해 자신감을 갖게 했고, 야구에 대한 진심 어린 조언을 아끼지 않았다. 탁월한 리더십으로 선수단을 하나로 묶기도 했다.

염경엽 감독은 물론 앞서 LG를 거쳐간 감독들도 선수단의 중심을 잡아준 김현수에 대해 칭찬을 아끼지 않았다.

13일 서울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kt 위즈와 LG 트윈스의 경기, LG 김현수가 5회말 무사 1,2루 상황에서 2타점 적시타를 날린 후 포효하고 있다. 2023.11.1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그런 노력 끝에 LG는 통합 우승을 달성했다. 김현수가 LG에 입단한 뒤 6번째 시즌 만에 이룬 큰 성과다.

우승 샴페인을 터트린 뒤 김현수는 "다들 잘 때리고 잘 던졌다"며 "뭐라 표현할 말이 없다. 그냥 너무 기쁘고 좋다"고 활짝 웃었다.

그는 이어 "한국시리즈 대비 합숙 훈련을 할 때부터 선수들이 하나로 잘 뭉쳤다. 가을야구를 꾸준하게 하면서 다들 어떻게 준비해야 할지 잘 터득한 것 같다. 그리고 그것이 우승이라는 좋은 결과로 이어졌다"고 덧붙였다.

김현수는 2017년 말 LG와 4년 115억원 계약을 맺었고, 4년 뒤에는 4+2년 최대 115억원 조건으로 재계약을 체결했다. 100억원 이상의 대형 계약을 연이어 따냈지만 우승을 안기지 못해 마음의 짐도 있었다.

그는 "대형 계약을 한 프리에이전트(FA) 선수들이 다 우승했는데 나만 그렇게 못 했다. 이러다 나만 (대형 FA 계약자 중에) 우승하지 못하는 거 아닐까 싶은 걱정도 있었다. 그래서 팀에 너무 미안했다"며 "그런데 오늘 야구장에 오는데 우승을 할 것 같은 기분이 들었다. 동료들에게 묻어가지만 이렇게 우승해서 기쁘다"고 말했다.

13일 오후 서울 송파구 잠실야구장에서 열린 프로야구 '2023 신한은행 SOL KBO 포스트시즌' 한국시리즈 5차전 LG 트윈스와 kt 위즈의 경기에서 LG 트윈스가 6대2로 승리하며 우승을 차지했다. LG 김현수가 우승 세리머니를 하고 있다. 2023.11.13/뉴스1 ⓒ News1 김성진 기자

1차전을 패한 LG는 2~5차전을 내리 이기며 우승했다. 2·3차전에서 피 말리는 승부 끝에 극적인 뒤집기를 펼쳤는데 그 2승이 우승으로 가는 길을 열어줬다.

김현수는 "3차전이 우승의 분수령이었다. 2·3차전을 연거푸 1점 차 승리를 거둬 선수들이 기세를 탔다. 부담감도 적지 않았는데 (그 2승으로) 잘 이겨냈고, 우승에 도달할 수 있었다"고 전했다.

3번째 우승까지 29년이 소요됐으나 4번째 우승은 1년 뒤에 이루겠다는 것이 LG 선수단의 포부다. 김현수는 "정상에 올라가는 것보다 지키는 것이 훨씬 어렵다. 그래도 수성할 수 있도록 앞으로 잘 준비하겠다"고 다짐했다.

rok1954@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