누구보다 간절했던 '캡틴' 오지환, 한국시리즈 지배하며 첫 별 달다[LG 우승]
1차전 아쉬움 딛고 2~4차전 3경기 연속 아치 대기록
솔선수범 리더십으로 선후배 가교 역할, LG V3 견인
- 문대현 기자
(서울=뉴스1) 문대현 기자 = LG 트윈스의 주장 오지환(33)이 그토록 간절히 바랐던 별을 드디어 가슴에 달았다.
LG는 13일 서울 잠실 구장에서 열린 KT 위즈와 한국시리즈 5차전에서 6-2로 승리했다.
이로써 시리즈 전적 4승1패를 만든 LG는 정규 시즌에 이어 한국시리즈까지 석권하며 29년 묵은 숙원을 풀었다. 1990년과 1994년에 이은 통산 세 번째 우승이다.
LG의 이번 우승은 구성원 모두에 큰 의미가 되겠으나 특히 주장 오지환에게는 남다르다.
2009년 LG에 입단해 지난해까지 포스트시즌을 31경기나 치렀다. 그러나 정상은 커녕 한국시리즈조차 오르지 못했다.
이 과정에서 이병규, 봉중근, 이동현, 박용택 등 수많은 스타급 선배들과 함께 했으나 결과는 늘 따라주지 않았다.
오지환은 기량이 완성되지 않았던 프로 초창기, 결정적인 실책을 수 차례 범하기도 했는데 LG 팬들은 오지환이 경기를 지배한다는 뜻으로 '오지배'라는 별명을 붙이기도 했다. 결코 듣기 좋은 의미는 아니었다.
시간이 흐르며 선배들은 하나둘씩 그라운드를 떠났고 어느덧 오지환이 베테랑의 반열에 올랐다.
처음으로 오지환이 주장 완장을 찼던 2022시즌에는 정규시즌 2위로 마쳐 첫 우승에 대한 꿈을 키웠으나 플레이오프에서 키움 히어로즈에 1승 후 3연패로 허무하게 가을야구를 마쳤다.
수많은 실패를 경험하고 다시 맞이한 2023시즌. 오지환은 우승을 위해 가장 빠른 길은 정규시즌 1위 밖에 없다고 생각했고 앞만 보고 달렸다.
시즌 내내 취재진과 마주할 때면 공개적으로 우승에 대한 열망과 자신감을 동시에 자신감을 드러내기도 했다.
오지환의 올 시즌 성적은 타율 0.268(422타수 113안타) 8홈런 62타점 16도루. 33세 풀타임 유격수라는 점을 감안하면 나쁘지 않았다. 특히 내야의 핵으로 보이지 않는 역할이 컸다.
특히 매 훈련과 경기마다 솔선수범한 자세를 보이는 것은 물론 주장이라는 권위를 내려놓고 친근한 리더십으로 선후배들을 통솔했다.
원대한 꿈을 안고 데뷔 14년 만에 맞이한 한국시리즈. 출발은 좋지 않았다.
홈에서 열렸던 1차전에서 4타수 1안타에 그쳤다. 수비에서도 한 차례 실책을 범했다. 팀이 2-3으로 지면서 오지환의 실책이 부각됐다.
그러나 2차전부터 확 달라졌다. 1-4로 끌려가던 6회 윌리엄 쿠에바스를 상대로 추격의 솔로포를 터트려 5-4 역전승의 발판을 마련했다.
LG는 2002년 11월10일 대구구장에서 열린 삼성 라이온즈의 한국시리즈 6차전에서 3점 홈런을 친 최동수 이후 한국시리즈 홈런 기록이 끊겼었는데 오지환이 21년 만에 다시 기록을 이었다.
3차전에서는 5-7로 뒤진 9회 2사 1, 2루 상황에서 김재윤을 상대로 역전 스리런을 치며 스포트라이트를 독식하더니 4차전에서는 6-1로 앞선 7회 1사 1, 3루에서 주권을 상대로 다시 한번 3점 홈런을 쏘아 올렸다.
이로써 오지환은 역대 단일 시즌 기준으로는 최초로 한국시리즈에서 3경기 연속 홈런을 친 선수가 됐다. 앞으로도 쉽게 깨지기 힘든 기록이다.
5차전에서는 앞선 경기만큼의 임팩트를 남기지는 못했으나 박해민과 김현수, 문보경 등 다른 동료들이 120%의 활약을 펼치면서 결국 오지환의 가슴에도 첫 번째 별이 새겨졌다.
오지환은 우승이 확정된 직후 동료들을 얼싸안고 뜨거운 눈물을 쏟았다.
깊은 간절함으로 임했던 2023시즌. 오지환은 주장 다운 리더십과 실력으로 한국시리즈를 지배하며 그 누구보다 화려한 피날레를 장식했다.
eggod6112@news1.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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